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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은 우리가 헤아리기 참 어렵습니다.
게시물ID : baby_28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볍게똥싸
추천 : 9
조회수 : 39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8/20 10:50:49
어젯밤이었습니다.
일이 좀 늦게 끝나 저녁 9시경에 피곤한 몸을 억지로 잡아끌며 집으로 들어 왔습니다. 
언제나처럼 사랑스럼 마나님과 따님이 절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조금 늦은 저녁을 먹으며 가볍게 맥주한잔으로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 해봅니다. 
언제나처럼 이제 말이 늘기 시작해 수다스런 딸의 어린이집 일과를 맞장구 쳐주며 밥을 먹습니다. 
친한 친구와 재밌게 논 이야기, 어떤 남자애가 자기를 밀었다는 이야기. 
천하에 보기 힘들지는 않고 어디나 있을 딸바보는 좀 울컥했지만 
그 애가 너한테 관심있어서 그러는거야 라고 위로해주지만 알아 들었을까 싶습니다. 
갑자기 아빠 손을 잡더니 
'아빠 보고 싶었어요~' 
심쿵.. 이맛에 딸바보 되는 겁니다.


저녁을 대충 먹고 나니 벌써 9시 40분입니다. 
착한 어린이는 꿈나라로 갈 시간이지요. 이제 4살, 만으로 겨우 3살된 딸아이가 잠을 참 안잡니다. 
억지로 불을 끄고 눕혀도 항상 저희부부보다 늦게 자기 일쑤지요. 
그래서 딸아이 동생이 안생기나 봅니다 ㅎㅎ

이제 샤워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딸이 저와 같이 샤워를 하겠다고 떼를 씁니다.
종종 딸아이와 같이 샤워하곤 하지만, 이제 자야 할 시간인데 샤워를 하면 잠이 안들까 싶어 마나님이 조근 조근 타이릅니다. 
딸아이는 그래도 계속 떼를 씁니다. 심지어 자기는 샤워를 안했다고 합니다. 6시에 이미 했을텐데 말이죠

합당하지 않은 떼를 쓸때는 분명히 안된다는 의사표시를 해야 그런 버릇이 안생긴다는 이야기를 EBS를 통해 자주 교육 받은 저는 
엄한 아버지가 되어야 할 타이밍이라 느끼고 단호박 같은 얼굴과 단호한 목소리로 
'안돼. 우리딸. 이제 잘시간이야.' 하고 분명한 거절 표시를 합니다. 

저의 단호박같은 얼굴에 놀라 훌쩍 거리는 딸아이를 뒤로 하고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마나님은 또 조근조근 딸아이를 잘 타이릅니다. 
좋은 엄마에 나쁜 아빠입니다. 

딸아이가 훌쩍거리면서 이야기합니다. 
'아빠. 안아주고 싶었는데. 힝' 

....

오늘도 생각합니다. 
좋은부모가 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건지. 
순수한 어린아기의 마음을, 합리적이라 자위하지만 더러운 마음으로 헤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샤워하고 나오니 딸아이가 저한테 안기며 이야기합니다. 
'아빠 미안해요'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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