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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
게시물ID : readers_15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눈뜨면내일
추천 : 2
조회수 : 1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1 01:33:46

"왜이렇게 연락이 뜸해?!"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본 친구는 내게 약간은 화가 난듯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그래도 내 딴에는 몇 안되는 친구들중에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만한 친구였다.

느닷없는 친구의 공격에 나는 잠시 당황했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너 저번에 결혼식때도 나 안보고 갔지? 저번에 동창회땐 얼굴도 안비추고! 그리고.."

나에겐 별 의미가 없는 자리들이다.

그런데도 이 녀석은 뭐 대단한 일이라도 있었던 것처럼 언성을 높이고 있다.

덕분에 난 지금까지 여보세요 라는 말이후 말문이 막혀있었다.

알았어. 미안해

용기를 내어 내가 말하자 친구는 그제서야 늘어놓던 헛소리를 (내게는 헛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멈추고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말투로 내게 물었다.

"그래 뭐..잘 지내냐?"

뭐 나야 잘 지내지. 넌 어떻게 사나해서 전화해본거야

"그래? 야 전화 좀 자주해. 얼굴 좀 보자"

왠지 모르게 괴리감이 느껴지는 말투다.

얼굴좀 보자는 말이 왜 내게는 공격적인 몇마디의 말들보다 더 무겁고 멀게 느껴지는걸까?

그래. 언제 한번 봐야지

이 레파토리는 누구에게도 쓰여지면서 누구에게도 먹히지 않는 단어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언제한번 봐야지라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이 말을 뱉은 사람들중에서 지금까지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다만 이 친구는 조금 특별했는데 지금 내가 뱉은 이 말이 친구에게는 어떻게 들릴지는 모른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구녀석은 내 말을 예상이라도 한 듯 내게 아까와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야 니 저번에 그 말하고 사라진게 언젠지나 알아?"

언제였을까?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확실하게 내가 느낄수 있는건 지금 이 녀석은 날 보고싶은것이 아니라 내게 하고싶었던 말을 모조리 쏟아내고 있다는 기분만 들 뿐이었다.

이쯤 되니 괜히 전화를 걸었단 생각이 들었다.

전화기 너머로 친구의 숨소리만 희미하게 들리고 있었다.

친구 녀석도 내 숨소리를 듣고 있을것이다.

지금 우리 둘 사이는 어색한 숨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도무지 이런 분위기는 참기 힘들다.

"2년이 넘었어! 2년! 전화는 한통도 안받고!"

친구는 정말로 무지막지하게 화가 난것 같았다.

날짜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걸 보니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이럴땐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 못하는 내 머리가 조금은 원망스럽지만 날짜를 기억해서는 무엇을 할수 있을까? 이 녀석이 내 전화를 받은 그 순간부터 대화의 주도권은 이 녀석이 가졌는데...

미안하다. 좀 바빠서 그랬지

내가 말해도 웃기다.

어느 누가 바쁘다고 2년동안이나 연락을 끊고 살까?

그것도 한쪽이 일방적으로 연락해오는 것을 무시한거라면 난 일단 친구들이 모이면 그 자리에서 내 이름이 거론될때마다 두고 두고 씹힐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무섭진 않다.

"됐다. 뭐 화낸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근데 뭐 때문에 전화 한거냐?"

무미건조한 말투였지만 드디어 이 통화가 정상적인 대화로 넘어 갈수있는 신호가 떨어졌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모르는 소식들을 (혹은 알고있던것 들을) 친구에게 물어봤고 친구는 망설임 없이 모두 빠지지 않고 대답을 해주었다.

2년의 공백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대화였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우리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즐겁게 통화를 했고 전화를 끊기 전 친구는 다음엔 꼭 한잔 하자는 다짐을 한 뒤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자 날 조금이나마 들뜨게 해주었던 친구와의 대화가 귓전을 떠난뒤 내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전화기에 붙어있는 빨간딱지였다.

난 거실 바닥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안방엔 내가 사랑했던 여자가 피를 흘린채 누워 있었다.

나는 그녀의 발부터 목까지 찬찬히 훑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만은 볼수 없었다.

도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나로서는 알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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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재미로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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