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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라는 중죄, 그리고 박근혜의 불복
게시물ID : sisa_8657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종상
추천 : 2
조회수 : 98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13 21:20:40
박근혜가 청와대를 나와 삼성동 사저로 돌아가는 것을 유튜브 등을 통해 지켜봤습니다. 인간적으로 안됐다는 마음이 아주 잠깐동안 들긴 하더군요. 혼자서, 최순실도 없을테니. 그리고 지금껏 혼자서 뭘 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 혼자 버려졌을 때의 마음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 물론 누군가를 시켜 먹을거리도 해결할 것이고, 일도 챙기겠지만 어디 순실이만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겐 인생 마지막 막幕 의 제 1장이 오른 겁니다. 이제 그녀는 탄핵당하고, 수사받고, 구속당하는 이 모든 것을 당해야 하는 최후의 시작이 온 겁니다. 그리고 그것 자체는 매우 온당하고 순리적입니다. 이 모든 걸 생각해보니 인간적인 연민 같은 것은 한 순간에 싹 사라져 버리는군요. 

그녀는 분명 혼군이었습니다. 그것은 나라가 어떻게 돌아갔는가를 보면 나오는 답입니다.  며칠이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재난과 사건들. 그녀가 청와대로 들어가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윤창중의 '그랩'사건이 났을 때부터 그녀의 사람 보는 눈을 의심해봐야 했었습니다. 국민의 투표로 뽑힌 국회의원들도 날려버린 통합진보당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녀의 작렬하는 뒤끝을 알아봐야 했습니다.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에 느닷없이 알거지가 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대책없음을 봐야 했습니다. 

사드 사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민과의 합의과정 없이, 논의 없이 무조건 들여오는 것을 추진했습니다. 의회가 당연히 의회에서 먼저 논의되고 합의를 봐야 할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돌아오는 건 "사드는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참으로 해괴한 개소리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그녀가 자초한 조기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을 어떤 프레임 안에 넣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덫이 되어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전쟁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그녀가 이걸 직접 결정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그게 최순실의 결정이었다는 루머, 저는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그 정점엔 세월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잔인하도록 천천히 가라앉는 배에서, 겨우 몇 개의 명령만 했으면 전혀 죽지 않았을 생명들이 져 버리는 걸 우리는 바라봐야 했습니다.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노란 리본들은 그때의 트라우마들인 셈입니다. 그때 받았던 엄청난 충격, 국민들에게 이런 충격을 안겨준 것만 해도 그녀는 마땅히 반성하고, 이번 헌재 재판과정이 열리기 전에 대통령직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 혼군이 그럴리가 없었습니다. 

그런 그녀가, 파면 결정 후 처음으로 내 놓은 말은 놀랍게도 이랬습니다.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는 걸 안 순간, 저는 이 박근혜라는 인간이 참 순백의 뇌를 가진 무지한 혼군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자기 지지자들을 보면 자동으로 웃음이 나오고 손이 나가는 시스템을 안에 장착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탄핵된 대통령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그 환한 웃음은 그녀가 참으로 의전 기계일 뿐이지 제대로 된 정치가가 아니라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뭔가를 확실히 알겠더군요. 그것은 마치 박근혜의 변기 강박증이 알려지고 나서야 왜 그녀가 그렇게 남과 악수하는 것을 피했는지를 알게 된,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박근혜 탄핵 확정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리스크가 하나 사라진 것으로 비쳐지게 만들었습니다. 이 점에 있어선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였나봅니다. 이재용의 구속으로 인해 삼성이 얻은 건 주가가 1주당 사상 처음으로 2백만원 이상을 돌파한 거였습니다. 

지도자의 무지는 죄입니다. 그것은 그 나라, 혹은 조직을 어디로 끌고 나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잘못된 지도자가, 그것도 매우 박약한 지적 능력으로 나라를 끌어가는 상황을 그대로 당했던 겁니다. 이래서 이미지에 의존한 정치란 것이 무섭습니다. 애초 박근혜를 찍어준 이들은 아마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에 투표했을 겁니다. 그 조작된 이미지에. 그러나 박정희 신화는 박근혜를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그것이 허구였음이 계속해 드러났습니다. 최순실이 독일로 빼돌려 주무른 돈은 애초 그것이 박정희의 숨긴 재산이었음이 드러나고, 그런 어두운 돈을 관리해 오던 것이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이었다는 사실이 보다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박근혜의 유일한 공이라면 그겁니다. 자기 아버지의 신화를 깨어 버린 것, 그리고 온 국민에게 지도자를 이미지로 뽑으면 안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준 것.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를 찍었던 그 손들의 절반 이상, 2/3 정도가 탄핵에 찬성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래도 박근혜와 그 잔당들을 지지한다는 분들, 역사의 수레바퀴에 치여 어쩔 수 없는 이들이라고 봐야겠지요. 

그러나 하나는 분명합니다. 지도자가 무지한 건 분명히 죄입니다. 그것도 죄값을 아주 단단히 치러야 할.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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