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세브란스 병원 측에 요추천자 시술도중 사망한 9살 예강이 의료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백혈병환우회, 암시민연대 등 7개의 단체들로 구성된 환자단체연합회는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병원에 지난 1월 말 발생한 예강이 의료사망사고의 진상규명과, 의료진 과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9살 예강이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 레지던트 1년차 등에게 ‘요추천자’ 시술을 받다가 갑자기 사망했다. 사고 후 유족들은 사망 원인을 알고자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병원 측이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요추천자란 뇌척수액을 뽑거나 약을 투여하기 위해 환자가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온 몸을 구부리게 한 뒤 척추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시술이다.
환자단체협의회는 “예강이 사건은 더 이상 하나의 의료사고가 아닌 전체 환자들의 사고 피해구제 및 안전한 응급실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공익적 사건이 됐다”면서 “예강이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환자단체들이 연대해 대국민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1년 제정된 의료분쟁조정법은 피해자가 조정신청을 해도 병원 측에서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악법조항 때문에 지난 2년동안 전체 분쟁조정신청 중 60% 정도가 시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면서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사고 조정을 받을 수 있을 수 있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강이 엄마 최윤주(39)씨는 “레지던트 1년차가 요추천자 시술을 5차례나 실패했고,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2시간 30분 이상 수혈이 지연됐던 점 등의 의료과실에 대해 병원 측은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로만 일관하고 있다”면서 “병원 측은 지금이라도 예강이 사망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의료 과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환자단체협의회 안기종 대표는 “환자들이 고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대학병원을 찾는 이유는 전문의로부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신뢰 때문”이라면서 “미숙련 레지던트의 거듭되는 시술 실패로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는 경우는 숙련된 의료인으로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고, 환자 또한 이 같은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예강이 가족은 사고 5달이 지난 6월 19일이 돼서야 병원 측의 사고 책임을 묻기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온라인 상에 ‘난예강이’ 블로그(http://iamyekang.tistory.com/)를 만들어 사고의 진실을 알리기 위한 행동에 들어갔다. ‘난예강이’ 블로그에는 예강이 진료 기록들과 요추천자 시술 당시의 CCTV 영상 등이 올라가 있다. 사이트 상에서는 사고의 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공식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까지 6,500여명의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
정말 하루에 하나 이상은 사건사고가 터지는 대한민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