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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주일을 굶어보았습니다.
게시물ID : sewol_345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짧은머리
추천 : 23
조회수 : 3300회
댓글수 : 29개
등록시간 : 2014/08/21 21:33:15



큰 뜻이 있던 것도 아니고, 유민아버님과 함께 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저 혼자 굶어보았습니다.

유민아버님의 단식뉴스를 보면서 저희 부모님께선 놓친 자식은 안타깝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왜 저러는거냐고 하셨습니다. 

저런다고 달라지는거 없는데 너무 미련한거 아니냐구요. 본인들도 부모지만 안먹는다고 먼저간 자식이 다시 돌아온다면야 

한달아니라 십년이라도 굶겠지만, 저런다고 돌아오지 않는데 왜 저렇게 극단적인지 모르겠다고 애 아빠도 죽으려나보다 하셨습니다. 

유민 아버님은 놓친 자식을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왜! 어째서! 본인이 억울하게 아이를 놓치게 됐는지 

밝히고 싶어 하는 것뿐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죄인에게 죄값을 받게 하고, 또 다시 자기같은 부모가 나오지 않게 하고 싶은거라고 말씀드리고 그날부터 저도 굶어봤습니다. 


저는 건강한 성인이니다. 생수는 마셨습니다. 생수얼린 얼음도 먹었어요. 소금은 안먹었어요. 

하루, 이틀은 괜찮았어요. 그냥 배고프다. 뭐 먹고싶다. 이정도.... 

사흘째는 조금 어지러웠어요. 

나흘째는 앉아있다가 일어설때 눈앞이 깜깜해지는 증상이 느껴지고 추웠어요. 앉아만 있는건 괜찮았습니다. 

닷새째 되니까 먹은것도 없는데 헛구역질이 나고... 앉아있는데도 눈이 침침해지더군요.

촛점잡고 있으면 눈앞에서 흰색 가로줄이 쭉쭉 내려가는 느낌입니다. (모니터를 카메라로 찍었을때같은 내려오는 긴 가로줄같이...)

속이 불편하고 헛구역질이 나는데 먹은게 없으니깐 토할수도 없어요. 

엿새가 되었습니다. 닷새째 초저녁부터 누워있었습니다. 엿새째는 거의 좀비였습니다. 

일어나서 뭘 하긴 하는데 힘이 안들어가요. 1.6리터 우유병 아시죠? 그거 들기도 벅차졌어요.

1층에서 2층 올라오는것도 힘들었어요. 뭐가 먹고싶단 생각도 안들어요. 

앉아만 있는데 심장박동수가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졌다 합니다. 축적해놓은 에너지를 쓰고있는게 몸으로 느껴지네요. 

뒷골이 땡긴다는 말 아세요? 시시때때로 뒷통수부터 목까지 뻣뻣하니 무거워졌습니다. 혈압이 올라가는 느낌이에요. 

이레. 일주일이죠. 뭐만 하면 눈앞이 깜깜해집니다. 운동, 격한 몸놀림 이런거 말구 그냥 일상생활이요.

걸을때도 아득해지고 몸이 푹푹 꺼지는 느낌이에요. 제 다리밑에 구덩이가 있는 느낌이 들어 헛발질도 많이 했습니다. 

눈밑이 푹 꺼지고 피부가 까칠해지고 시야가 전체적으로 탁해졌어요. 하루종일 속이 울렁거려요. 

정신이 멍해집니다. 머리가 빠릿빠릿 돌지 않아요. 글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구요. 


나흐레(8일째) 되는날 저녁. 정말 죽겠다 싶어서 죽 먹었어요. 

기운없어 죽겠다. 가 아니라... 

심장박동이 지 멋대로 빨라졌다 느려졌다 빨라졌다 느려졌다하고 뒷목이 뻣뻣해졌다 풀렸다를 반복합니다. 

계속 속이 울렁거리니깐 앉고 싶고, 눕고 싶고, 눈감고 있고 싶어요. 

흰죽을 묽게 해서 끓였는데 속도 속이지만 냄새가 역해요. 몇수저 못넘겼어요. 

만에 들어온 음식물에 놀랬는지 구역질이 났어요.




이게 지난주의 이야깁니다. 컨디션이 돌아오려면 아직 좀 멀었습니다. 
전 단식 일주일로 좀비가 되었는데, 유민아버님께선 한달을 넘게 버티고 계십니다. 
그분께서 자식을 잃은  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버틸 수 없을거라고 장담합니다.
뭔가 적극적으로 유민아버님을 도와줘야 할텐데 방법을 모르겠어서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관심이 모여서 유민아버님께 작지만 큰 힘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버님. 응원합니다. 
아버님께서는 이제 유민의 아버님이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의 아버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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