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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열쇠들이 소리를 질렀다
게시물ID : lovestory_866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4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12/06 12:50:19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n4T-p71oqEg





1.jpg

임윤식그 섬

 

 

 

어느덧 항구에 닿았구나

닻을 내려야겠다

숨가빴던 뱃길

 

바다 위 안개 자욱하다

구름 위로 떠다니는 그림자

꿈이었던가

 

다가올 듯 다가오지 않고

말없이 고개 끄덕이며

손 흔들어 보이기만 하는

 

물결에 밀려 점점 멀어져 가는

작은 쪽배 하나







2.jpg

이근화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나는 자전거를 타는데

발을 굴리면서

왜 트럭은 먼지를 일으키고

승용차는 저리도 검은가 생각하는데

바퀴들이 눈 같고 입 같다

나는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지 않은가

 

당신에게 조금 더 많은 말을 하고

가끔은 어깨나 팔꿈치를 툭툭 쳐보기로 할까

말을 하면서도 마음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마음을

선물처럼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더 자주 더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이

당신에게 위로가 될까

위로의 끝에 새로운 이름이 고개를 들까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취하고

가로등이 두 개로 세 개로 무너지고

모서리가 둥글어지고

신발이 숨을 쉰다

우리는 같은 이름으로 자전거를 타자

바퀴를 굴리면 쏟아지는 달콤한 풍경들이

우리를 지울 때까지

우리의 이름이 될 때까지







3.jpg

이대흠젓갈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 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4.jpg

이창수열쇠 꾸러미

 

 

 

서랍을 정리하다가 열쇠 꾸러미를 보았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하나둘 모아둔 것들이

한 꾸러미나 되었다

녹이 슨 열쇠를 만지작거리다 보니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빈방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옛 시절이 그리운 것도 아니어서

열쇠 꾸러미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철렁

열쇠들이 소리를 질렀다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열쇠들이

나를 큰 소리로 불렀다

나를 여기까지 대려다주고 돌아가는

순한 짐승들이

나를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것만 같았다

 

철렁

죄를 지은 것처럼 가슴이 저려왔다







5.jpg

고영민극치

 

 

 

개미가 흙을 물어와

하루종일 둑방을 쌓는 것

금낭화 핀 마당가에 비스듬히 서보는 것

소가 제 자리의 띠풀을 모두 먹어

길게 몇번을 우는 것

작은 다락방에 쥐가 끓는 것

늙은 소나무 밑에

마른 솔잎이 층층 녹슨 머리핀처럼

노랗게 쌓여 있는 것

마당에 한 무리 잠자리떼가 몰려와

어디에 앉지도 않고 빙빙 바지랑대 주위를 도는 것

저녁 논물에 산이 들어와 앉는 것

늙은 어머니가 묵정밭에서 돌을 골라내는 것

어스름 녘

고갯마루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우체부가 밭둑을 질러

우리 집 쪽으로

걸어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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