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똥개라면 진돗개 피가 단 몇 방울이라도 섞여들어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원래 똥개라는 게 혈통이 불분명한 Domestic 종의 멍멍이들을 지칭하는 단어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는 아니지만 현 주인과 함께 보호소에서 데려왔고, 주인 사정상 처음 입양했을 때 약 한달간을 제 집에서 같이 지냈고, 지금도 종종 놀러와 저희 집 냥이들의 심기를 불편케 만드는 Biggie입니다. 주인이 래퍼 겸 힙덕후라 이름이 저 모양입니다. 작성자는 큐트하게 Cupcake으로 가자고 강력히 주장했건만.
단풍국 퀘벡 주 몬트리올 출신입니다. 보호소에서 한 살 가량 되었을 때 데려와 벌써 세살이 되었습니다. 단풍국 내에서도 나름 대도시에서 자랐건만, 순박하게 헤헷거리는 모습은 한국 시골 어느댁 똥개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출신 성분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이나 개에 대한 경계심이 전혀 없어, 주인과 작성자는 이누무시키가 어디서 학대받다 구조된 게 아닌, 산책 나왔을 때 좋다고 천둥 벌거숭이마냥 뛰놀다가 주인 잃고 집에 가는 길도 잊어먹는 바람에 보호소로 연계된 게 분명하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_-; 실제로 데려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비슷한 일을 겪고 현 주인을 만신창이로 만든 후에야 다시 잡힌 일도 있었구요.
처음 데려왔을 때 주인이랑 한 컷. 저 때 몸무게가 약 30키로였는데 나이도 한 살이 넘었으니 다 자랐을 거라 생각했던 게 큰 착각이었습니다 ㅠㅠ 마스티프와 복서와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섞였다고 들었는데 마스티프 유전자가 이리 강할 줄은 몰랐어요.
현재의 모습. 50키로 나갑니다. 작성자와 비슷한 몸무게입니다. 개와 저 둘 중 누가 더 근수가 나가는지는 비밀입니다.
세살이 넘었는데도 성격이 워낙 똥고발랄한 개새끼라 (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진짜 새끼 강아지 비슷한) 개인기는 얼마 없습니다. 아직도 심심할 적마다 제 꼬리를 잡으려 빙글빙글 도는걸요. 기껏해야 간식을 보여줬을 때만 내미는 비싼 '손'과...
가슴팍을 툭툭 치며 '댄스'!라고 외쳤을 때 일어서 같이 춤춰주는 게 전부입니다. 솔직히 앞발 들고 일어설 때마다 덮칠 것 같아 무섭습니다.
뭐 실제로 덮치기도 하고요. 닝겐을 쓰러트린 후 뽀뽀 어택!
귀 뒤를 긁어주면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뽀뽀 어택.
이 집 터줏대감인 뚱냥이 도이는 저보다 크고 집사에게 침바르면서 부산스러운 생명체가 부담스럽습니다.
어서 저 침흘리개를 내쫓으라는 냥이들의 레이저 어택. 재미있는 건 Biggie가 고양이들에게 꼼짝없이 당한다는 겁니다. 같이 놀고 싶어 추근거리다 콧잔등이라도 얻어맞는 날엔 돌고래 소리를 내며 서러워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만날 때마다 똑같이 들이댄다는 건 함정.
냥이들의 텃세가 심해지면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옵니다.
카메라 앵글 밖에 자리한 간식을 향한 애절한 눈빛.
간식을 먹은 후의 뿌듯한 미소.
꼭 간식을 못 먹더라도 늘 웃는 상입니다. 얘만큼 세상 편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플래시를 잘못 받으면 좀비견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다 큰데다 혈통도 불분명하고 가끔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똥꼬발랄하지만, 세상만사가 행복하고 그만큼 사랑받는 단풍국 똥개 Biggi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