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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중편)연속되는 악몽
게시물ID : panic_866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버소장
추천 : 4
조회수 : 95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3/07 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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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그런거 있잖아요? 음. 미안해요. 역시 대뜸 공감해달라면 당신 머릿 속에선 물음표가 가득 차버리겠네요. 좀 더 늘여서 말해볼까요.

하루하루가 힘들어요. 뭐 상사의 지X병이 그 날 따라 사기충천이라도 해서 네버엔딩 갈굼에 시달렸다던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야심만만한 후임이 내 자리를 노리고 하루하루를 덤벼든다던지. 그 내가 돈이 가뜩이나 없는데 주위에선 나도 필요한 그 돈 좀 빌려달라고 전화를 쉬지않고 한다던지, 소소하게라면 결혼은 언제하니, 손주는 언제 보여주니 하는 부모님의 사랑이 담긴 압박전화라던지.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풀 시간도 없이 날이 갈 수록 점차 힘들고 피곤해지면, 왜 그렇찮아요.

꿈에서라도 속 시원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나요?

전 그렇거든요. 소심하고 자기 주장을 잘 못하는 성격이라 항의가 마음 속 가득하다 못해 들어설 자리가 없더라도 속으로 삭이는 사람이라서요.

좀 전처럼 주절대지 않고 깔끔하게 말해볼까요. 저는 말하자면 '매 맞는 아내'예요. 개차반 같은 성격의 상사도 없고, 하극상을 취미로 하는 후임도 없는데 제 인생의 유일한 오점을 고르라면 아마도 남편을 주저하지 않고 집어 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그럼 당신은 속으로 생각하겠죠? 

 '왜 안 도망침? 바보 아님?'

치고 싶죠. 사람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죽기 일보 직전까지 때려대는 놈 곁에 있고 싶지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도망, 한 10번은 넘게 친거 같아요. 서울에서 대전, 정선, 울산, 포항, 광주, 등등. 그때마다 잡혔어요. 길게는 1년 가까이 자유로웠는데 최단 기록은 고작 1주일. 평균은 2개월 하고도 3일. 우습죠? 그래서 저는 남편이 날 잡을 수 없는 유일한 곳으로 내 꿈 속을 정했어요. 그 곳이라면, 저는 남편에게서 자유롭고, 게다가 그 남편을 때릴 수도 있으니까요. 정신승리라고 하셔도 별 말은 없지만.


2.

어느 날의 꿈에서 큰 일이 벌어졌어요. 제 꿈에서 남편은 심장에 과도가 박혀 죽어버렸어요. 네, 그건 꿈 속에서 좀 전까지 제가 쥐고 있던 거였지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저는 그 놈에게 사과를 깎아주다, 평소처럼 제멋대로인 이유로 폭력을 또 당하던 참이었거든요. 계속되던 주먹질과 발길질에 저는 참지 못하고 쥐고 있던 과도를 남편의 가슴 언저리에 갖다 대었는데, 그것이 딱 맞는 칼집에 쑥하고 들어간 마냥 남편의 심장을 찌른거예요.

꿈이니까. 처음엔 속 시원했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무섭지도 않고, 그 얼굴이,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이 저에게는 지난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랑스러움으로 비춰지지 뭐예요. 하지만 꿈 속이라고 시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두려워졌어요.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서 두려움을 느낀게 아니라, 이 시체를 어떻게 치우는가에 대한 두려움.

처음에는 이 짐짝을 어떻게 치울까 하다가 마침 버리려고 마음먹었던 여행가방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혼 때 샀던 것이고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자마자, 저는 시체를 가까스로 우겨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해안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핑계로 그 여행가방을 바닷물 깊은 곳에 쑤셔 처박을 수 있었답니다. 자 이제 해피 엔드! 끝! 이 아니었습니다. 뉴스와 인터넷과 드라마로 익히 보여주던 무능한 경찰들이 어떻게 된 일인지, 제가 남편을 죽인 것을 알아내 살인죄로 체포한 거예요. 아니야! 내 꿈에서 내가 잡히는 건 있을 수 없어! 그래서 잠에서 깨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밤, 꿈 속에서의 저는 남편을 죽인 직후로 되돌아와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시체를 크게 토막내었습니다. 얼굴도 짓뭉개서 훼손시켜놓고 손과 발의 지문들도 모두 불에 태웠습니다. 그리고 토막낸 조각들은 출근길이든 퇴근길이든 돌아다닐 수 있는 시간은 모두 총동원해서 전부 버려두었습니다. 조금 오래걸렸지만 간신히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찰은 전처럼 저를 남편 살인의 죄를 물어 체포했습니다. 아니야! 이건 내 꿈이 아니야!

점차 꿈은 악몽으로 변해갔습니다. 이 지긋지긋한 남편은 시체가 되어서도 저를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다, 그리 생각하니 저는 참을 수 없어졌습니다. 깨어있는 낮에는 역사상 잔혹한 범죄들의 사건기록들을 읽고, 공부해가면서 어떻게 해야 남편의 시체를 깔끔하게 처분할 수 있을 지 궁리하였습니다. 밤에는 실행으로 옮겨봤습니다. 그리고 항상 결말은 경찰에게 잡히는 것으로 났습니다. 어떻게 기발한 방법을 떠올려도 어떻게든 남편 사체에는 제 흔적이 남아버리고 그래서 저는 늘 잡히는 것으로 끝나는 악몽이 그렇게 저를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장장 몇 주간을 시달린 끝에 저는 이 악몽이 말해주는 것을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완전범죄는 이룰 수 없다. 걸리기 싫으면 죽이지는 마시지?'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에서라도 자유롭게 해줄 수는 없는 걸까?

 
3. 

날이 풀리고 소일거리 없는 아줌마들로 인해, 아파트 앞의 작은 쉼터는 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 앞에 '407호 아가씨'가 특유의 힘없는 걸음으로 지나 치고 있었다. 불안한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던 연장자들에게 아가씨는 먼저 인사를 건넸다.

 "어머, 좋은 주말이예요. 안녕하세요?"

아줌마들은 그녀의 눈두덩이를 단장하는 흐릿한 피멍 아이섀도우와 그녀의 남편을 번갈아 힐끗 거리면서 다소 무성의하게 화답해주었다. 한 아줌마가 주위의 눈치에 이기지 못하고 그녀가 보여주는 광경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어유... 아가씨, 남편도 같이 나왔수?"
 "네~. 오늘은 날이 좋아서, 이이도 같이 볕을 쬐는게 어떨까 싶더라구요~."
 "아, 아아. 그래요? 그럼 좋은 산책 하시구랴."

아내는 남편을 이끌며 아줌마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이 오래오래 보이지 않을 때 까지 조용히 있던 그녀들은 막혔던 뒷담화의 둑을 기꺼이 허물기 시작했다.

 "방금들 봤어요?"
 "어휴, 아내가 보살이지 보살이여. 나라믄 저리는 못 살어, 걍 혀 깨물고 콱 디비지지."
 "애꿎은 임자가 디지기는 왜 디진다 그라요? 천하에 개똥도 못 쓸 놈이 살아있는데. 저런 놈이 먼저 디져야지. 안 그려요?"
 "그나저나 저래서 407호는 어찌 살랑가 모르겠네..."
 "그르게 말여. 전에 누가 봤다믄서? 저 남편새끼가 워쩌다 저리 되었는지?"
 "으응, 그거 나도 들었어."
 "나도."
 "저 놈으 시키가 거시기, 그, 조폭들이 운영하는 하우스인지 뭔지에 발 들여놨다가 탈탈 털렸다는 그거?"
 "어휴, 말 말어요. 모가지는 소리 하나 안 나오게 태웠지, 반항 말라구 손이고 발이고 힘줄? 거길 싹둑 잘라먹었다드라구요. 숭악스럽게시리. 아가씨가 있는 돈 없는 돈 다 싹싹 긁어 모아서 겨우겨우 목숨만 부지했다더라구요."
 "그러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저리 휠체어에서 평생 똥칠이나 하며 살겠구만. 저런 놈에게 어째 407호 같은 아가씨가 붙었나 몰라, 내 아들놈에게나 갖다 붙여주면 소원도 없겠구만. 평생 감사해야해! 펴엉생!"
 
마지막 말을 끝으로 407호 아가씨와 그 패악질을 부리던 남편의 이야기는 아줌마들의 입방아에 더는 오르내리지 않았다. 
출처 폰으로 쓰는거라 분량 조절이 어렵네요;; 처음으로 끼적였는데, 어찌 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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