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생각 2003년 1월호에서 퍼왔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945년 광복과 함께 임시정부 각료들이 마침내 상해에서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임시정부 주석직에 있던 김구 선생이 인천을 찾았고, 당시 제가 다니던 인천 내리교회에서 설교를 하셨습니다. 그때 김구 선생은 당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내가 인천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할 때 일입니다. 저희 어머니는 제가 감옥에 갇히던 날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식을 넣어 주셨지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하루, 이틀 날이 지나면서 보니 사식이 들어올 때마다 밥 색깔이 다른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은 하얀 쌀밥이고 또 다음날은 보리밥이더니 한 날은 온갖 곡식이 들어간 잡곡밥이었습니다. 이상하긴 했지만 까닭을 알 리 없는 저는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맛있게 먹었지요.
한참 뒤에야 그 밥 색깔의 사연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루도 거르지 않고 넣어 주시던 사식은 어머니가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구걸한 것이었습니다. 어려운 형편에 당신 끼니도 제때 못 채우면서 자식이 굶지는 않을까 염려하셨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정말 한없이 울었지요. 제가 인천에 내려온 것도 그때 어머니께서 못난 자식에게 사식을 들여보내기 위해 꽁꽁 어는 겨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다니셨던 그 거리를 걸어 보고 싶어서입니다."
김구 선생은 흐느끼느라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셨고, 주위 분들도 모두 울음을 터뜨려 예배당 안은 눈물 바다가 되었지요.
당시 이십 대 청년이었던 저도 참 오래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벌써 50여 년이 흘렀지만 참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라 그냥 묻어 둘 수 없어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