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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애 (悲愛)
게시물ID : panic_866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변태
추천 : 10
조회수 : 160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3/08 00: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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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그랬다. 
오른쪽 뺨, 왼쪽 뺨.
그렇게 시작했다. 매일 다르지 않은 적이 없었다.
오른쪽 뺨을 때리고선 바로 왼쪽 뺨을 때렸다.
그렇게 두대 맞는건 시작이었다. 
양 쪽 뺨을 내주고나면 한시간을 끊임없이 맞았고, 또 맞았다.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다. 
내가 아플 때면 항상 한시간을 달려와 직접 끓인 죽을 떠먹여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휘청거릴때도 내옆에 있어주던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착했고,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고 1년이 지났을까 나는 아이를 가졌다. 
남자 아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세상 구경도 하지 못한 채 아이는 내 곁을 떠났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아니 세상이 날 잡아 먹는 기분이었다.
나는 두달을 매일같이 울었고, 
남편은 나를 매일매일 다독여 주었고, 같이 울어 주었다.

첫 아이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3년 쯤 지났을까 두번째 아이가 나에게 왔다.
우리 가족에게도 다시 희망이 온것 같아 태명을 희망이라고 지었다.
희망이는 여자 아이었다.
남편이 희망이가 태어나면 입혀야겠다며 핑크색 레이스가 달린 신생아 옷을 사왔다.
희망이는 그렇게 온전히 우리 가족의 품에 올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희망이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오빠 곁을 따라갔다.
그렇게 희망이도 나에게 얼굴 한 번 보여주지 않고 나의 곁을 떠났다.
죽고싶었다. 1분 1초도 안 죽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도 살아가야지. 그래도 살아야지
나에겐 남편이 있으니까
사랑하는 남편이 있으니까

오늘도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왔다.
그리고 난 내 뺨들을 내어준다.
오른쪽 뺨, 왼쪽 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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