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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꽃도 안사오고
게시물ID : panic_866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8
조회수 : 4852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3/08 21:02:40
 
 
 
 
 
 
술에 잔뜩 취해서 걸어들어왔다기 보다는 기어들어왔다.
요즘 24시간 중에 24시간 맛이 간 상태라.. 
어떻게 그래도 정신을 부여잡고 회사는 다니는데 나도 내가 신기하다.
짤리는 건 시간 문제겠지만.
시야가 흐려져서 도로가 분간이 안되고 머릿 속은 멍해져서 내가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시는지 알 수 없는데
어찌된 일인지 이런 상태로 운전을 해도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다.
오늘처럼 이렇게 잠도 못자고 자정이 가깝도록 술을 마신 날에는 그저 바닥에 누워 방이 그만 돌기를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내를 달래줘야 하기 때문에 마냥 있을 수는 없다.
평소보다 더 화가 난 모양인지 부엌에서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음식 탄내도 난다.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마주하고 싶진 않다.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내가 기념일을 잊었을 때도 이랬다.
아내에게 맞아서 며칠이나 시퍼런 눈으로 다니려니 너무 창피했었다.
 
"여보..."
 
나긋한 목소리로 다가갔다.
의도치 않게 느끼한 목소리가 나왔다.
닫힌 문 뒤에서 아내가 고함을 친다.
 
"당신 나한테 꽃한송이 가져다줘 봤어? 어?" 
 
맙소사, 이건 또 뭐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더듬어봤다.
생일인가? 가만있자 지금이 몇 월이지? 생각해보자... 아내가 나오기 전에 생각해 내야 해..
손에 무거운 팬을 들고 나올지도 몰라.
생각이 안난다.
올해는 유난히 붕뜬 느낌이었다.
밖이 추우니까 겨울인가?
근데 내가 겨울에 꽃을 사올 일이 뭐가 있지?
생일은 4월이고 결혼기념일은 7월인데..
불안하지만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여보. 내가 장난친거야. 당연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내가 다 준비해놨었어. 그리고..."
 
생각해, 빨리 생각하자. 뭘 기념하는 날이지?
그러다 갑자기 그대로 몸이 굳고 눈물이 터졌다.
아내가 우는 동안 번뜩 떠올랐다.
오늘은 아내 기일이었다..
 
 
 
 
 
 
 
출처 You Don't Bring Flowers Anymore
https://redd.it/48hyp3 by BECKYIS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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