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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2-
게시물ID : panic_866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7
조회수 : 80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09 0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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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그 해엔 한 가지 더 미스테리한 기억이 남아있다. 함께 겪었지만, 나만 기억하는 그것.
 
같은 학교 같은 반이지만 그리 친하지는 않은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난 그 친구와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 친구의 형님과 정말 친하게 지냈었다. 그 당시 그 형님이 나를 업어키웠었다는 표현을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내가 태어나기 전 부모님들이 먼저 서로 알게 되셔서 후에 세상에 태어나 둘도 없는 단짝이 된 성훈이와
 
성훈이의 동생 미진이가 있다.
 
이렇게 나와 셋은 우리가 사는 변두리 동네에서 자전거 여행을 자주 떠났다.
 
동네 지형이 많이 울퉁불퉁해서 그 지형을 자전거로 지나가는 재미도 있었고, 더 달리다보면 평지가 나와 아주 매끄럽게 달릴 수 있었던
 
그런 재미 등으로 자전거 여행을 즐겼었던 것 같다.
 
우리는 항상 안그래도 이 변두리 동네에서 더더욱 멀리 있는 변두리 동네로 떠났었다.
 
우리는 그 날 폐차장과 철근들이 늘어선 어느 낡고 볼품 없는 동네에 도착해서 잠시 쉬고 있었다.
 
2.
 
이렇게 낯선 동네에 찾아오게 되면 항상 아랫도리에 따뜻한 느낌이 전해지곤 했다.
 
이 동네는 공기는 좋지 못하게 느껴졌지만 풍겨오는 거름냄새가 마치 최음제마냥 기분을 좋게 해주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안개 같은 것이 피어올라 있었다. 거름냄새에는 꽤나 많은 습함이 있었다.
 
안개 속에 성훈이와 형님도 있었다. 빨간 철근이 높이 쌓인 계단을 둘이 오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뒤따라오르기 시작했다.
 
철근더미 계단의 정상에 올랐더니, 끝없이 깊은 절벽이 눈 아래 펼쳐졌다.
 
절벽 아래엔 미싱으로 대충 박다만듯한 솜이불더미들이 높이 쌓여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기괴한 광경이였다.
 
그땐 왜 그런 생각이 들지 못했을까? 형님이 절벽 아래로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렸다.
 
희한하게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 형이 죽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형은 죽지 않았다. 솜이불더미에 안착했기 때문이다.
 
"너희도 빨리 뛰어내려봐! 정말 재미있어!"
 
재미있어 보였다. 정말 재미있어 보였지만 나만큼은 하기가 싫었다. 성훈이마저 뛰어내릴 기세였다.
 
말릴 생각도 없었지만, 역시 말릴 틈도 없이 성훈이도 뛰어내렸다.
 
정상에 나만 홀로 남아있었다. 둘은 나에게 뛰어내리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둘은 정말 재미있어 보였다. 하지만 난 뛰어내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소외감이 느껴졌다.
 
철근더미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기로 하고, 다시 내려왔을 때는
 
그 둘은 아까 그곳에 올라간 적도, 절벽에서 뛰어내린 적도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방금 겪었던 그 일을 그 둘에게 분명히 설명해줘도 둘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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