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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기억]사랑하는 사람,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을까?
게시물ID : movie_326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부우부
추천 : 11
조회수 : 11210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23 03:17:14
이 글은 영화 <내 연애의 기억(이하 내 연애)>를 이미 관람하신 분을 독자로 설정하고 작성하는 글입니다.
따라서 많은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밖에 없으니 원치 않으신 분들은 뒤로 돌려주세요.



해석에 들어가기 앞서..


반전 로맨스?

<내 연애>는 반전 로맨스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은진(강예원 분)은 남자 친구 현석(송새벽 분)의 휴대폰을 만지던 중
바람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포착합니다. 영화는 은진이 현석의 뒤를 캐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영화의 표면적인 반전은 현석을 바람피는 것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표면적인 반전이라고 한 이유는 나중에 설명드릴게요.)

하지만 이 반전이라는 것이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웃음기나 장난을 빼고
진지해지기 시작하거든요. 영화는 반전을 표방하지만 그 반전을 클라이맥스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전이 공개된 이후 영화는 제게 더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영화를 본격적으로 해석해보겠습니다. 
스포일러도 본격적으로 시작되구요.


1. 김현석이 숨긴 것

은진은 현석이 자신에게 바람피는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석이 숨긴 건 외도가 아니라 살인 행각, 과거사, 현재 모습 
즉 현석 자신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현석은 은진이 바람 핀 것으로 오해하자 안도하면서 다시는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실은 들통납니다. 운동 기구를 가지러 온 은진의 동생과 소영에게 시체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는 은진에게도 전달되고, 현석은 은진이 알게 된 걸 알아차립니다. 현석의 집에 갇힌 은진은 현석의 모든 것을 알게 되었고, 
그의 집에서 그리고 그로부터 도망칩니다.

영화의 표면적인 반전은 은진의 남자친구가 살인자라는 것입니다. 봤니? 봤구나.. 라는 대사, 정말 소름끼치는 대사입니다.
하지만 정말 이게 이 영화의 전부일까요? 

김현석이 숨긴 것이 영화에선 살인, 우울한 과거사, 비루한 현재의 모습 등이지만 이는 영화적 장치입니다. '김현석이 숨긴 것'의
진짜 의미를 알기 위해선 은진이 바람을 한창 의심하던 상황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은진은 아침 늦게 일어나 엄마에게 잔소리를 듣습니다. 잔소리하던 엄마에게 은진은 묻습니다.

"엄마는 언제 아빠를 다 알게 된 것 같아?"

"15년 쯤 걸렸지.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고 하면서 알게 되는거지"

잠깐 지나가는 부분이지만 상당히 핵심적인 장면입니다. 영화는 상대방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은진은 답답함에 못 이겨 현석의 모든 것단시간에 알려고 합니다. 영화는 그런 은진의 행동이 틀렸다고 말하구요.

현석이 숨긴 것의 진짜 의미는 영화상으로는 살인, 과거사 등이지만 현실의 연애에선 상대방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나는 한식이 좋은데 상대방은 양식을 좋아하는 상황인 겁니다. 15년 쯤 함께 살다보면 양식의 좋은 점을 알 게 되거나, 
한식과 양식을 번갈아먹는 양보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은진은 본인의 욕심으로 인해 당장 양식만 먹어야 하는 처지가 되버린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은진은 현석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2. 김현석이라는 인물

김현석이라는 인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어릴 적 기억에 사로잡힌 사람입니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를 두려워하고, 자신의 속내를 들키고 싶어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영화에선 몇 가지 상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1. OB 모자

영화에서 현석이 쓰는 OB 모자는 어릴 적 사고를 당했을 때 쓰고 있던 모자입니다. 마담 주인을 죽였을 때도 썼던 모자이기도 하구요.
현석이 살인을 저지르는 동기는 유년 시절의 불운한 과거 때문입니다. 살인을 행할 때 현석은 몸은 성인이지만 마음은 불운했던 유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2. 휴대폰 배경화면

사건의 발단이 되는 휴대폰 배경화면입니다. 바이런이었나요? 은진은 그 사람의 시가 적힌 배경화면을 자신의 셀카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석의 바람을 의심합니다. 현석의 휴대폰 배경화면은 영화에서 다시 한 번 등장합니다. 둘이 처음 만난 날입니다.

현석이 은진의 번호를 따는 순간 현석의 휴대폰 배경화면이 나옵니다. 물론 화면은 시가 적힌 배경화면입니다.
그들이 처음 만난 날부터 현재까지 현석은 배경화면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2-3. 옷

은진과 현석이 동물원에서 데이트하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그 때 은진은 전부 잠긴 현석의 셔츠 첫 단추를 풀어줍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현석이 입은 셔츠는 전부 잠겨있습니다. 영화에서 현석이 입는 옷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현석의 성격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소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품들은 은진과 엮이면서 바뀝니다. 적확하게 말하면 과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구요.


2-1. OB 모자

현석은 외도 장소로 의심받는 바 앞에서 OB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한 뒤로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
은진과 차에 탈 때도 앞에 둘 뿐입니다. 은진의 앞에서 OB모자를 벗는다는 것, 이는 은진을 만나는 순간만큼은 유년 시절의 현석이 아니라
현재의 현석이 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2. 휴대폰 배경화면

길게 말할 것 없습니다. 변함 없던 배경화면은진의 얼굴로 바뀝니다.

2-3. 옷

현석은 은진을 자신의 진짜 집으로 납치한 뒤, 은진의 앞에서 자신의 모든 걸 공개합니다. 이때 입은 옷은 답답하도록
단추가 전부 잠긴 셔츠가 아니라 더럽고 얼룩진 셔츠입니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가능한 소품이 있는가 하면, 은진에게만큼은 현석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대사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령 동물원은 본능으로 움직이는 공간이라든가, 은진이 너를 좋아하는 이유가 너는 겉과 속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라든가하는 
대사들말입니다. 다소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현석은 은진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변화시키고, 자신을 드러냅니다.


3. 내 연애의 기억

현석은 계속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진은 현석의 엄청난 과거를 받아들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런데다 현석이 은진이 자신을 
비정상으로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어떻게 하면 편하게 죽을까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기겁을 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현석이 은진에게 과거사를 털어놓으며 자신의 진면모를 전부 내보이자 은진은 고민합니다.
이대로 함께 갈 지, 아니면 도망 갈 지. 결국 은진은 도망을 결심합니다. 이미 연인으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소영과 동생의 도움으로 은진은 끝내 탈출에 성공하지만 그들의 차 앞에 현석이 서있습니다. 현석에게 겁 먹은 소영과 동생은
현석을 차로 치어버립니다. 차에 치이는 순간 영화는 정말 슬프면서 아름다워집니다. 현석이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눈을 감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체념입니다. 은진을 만난 뒤 현석은 자신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변하기도 했구요. 그런데 정작 은진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알게 된 후 자신을 버립니다. 은진이 있었기 때문에 변할 수 있었던
현석에게 은진이 떠난다는 것은 삶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편하게 죽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런데 현석이 차에 치이던 순간 은진의 얼굴이 느린 화면으로 잡힙니다.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는 말이 있습니다. 
딱 그 느낌입니다. 무어라 말을 하고 싶으나 말을 차마 할 수 없는 은진의 모습이 나온 뒤 영화는 결말로 향합니다.

결말에서 소영은 은진에게 현석의 진술을 들려주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이란 얘기를 해줍니다. 다시는.
그 얘기를 들은 뒤 은진은 소영에게서 휴대폰을 건네 받습니다. 휴대폰에는 현석과 은진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사진을 천천히 넘겨보던 은진은 "저기요..."라는 현석의 말을 떠올립니다. 은진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구요.

그들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지나가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내 연애의 기억일까요? 이를 알기 위해 은진이 현석과 처음 만났던 장면으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은진이 현석과 처음 만난 날은 은진이 직장 상사와 헤어진 날이기도 합니다. 술에 잔뜩 취한 은진은
정류장에서 직장 상사와 함께 찍은 사진일일이 넘기며 지웁니다. 

그때 "저기요..."라는 말이 들립니다. 은진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현석이 나타납니다. 이해하셨나요?
마지막 신과 지금의 정류장 신은 동일한 구도를 보입니다. 두 장면에서 은진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행위는 행복을 나타냅니다. 
정류장에서는 행복해질 것임을, 병원에서는 행복했음을 말한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은진의 불행했던 연애사는 현석을 만나며 끝이 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현석의 모든 것을 알게 되면서 자신은 현석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석의 사진을 넘겨보던 은진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잘못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설령 그의 단점을 당장은 감당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지금까지 만났던 누구보다 현석을 사랑했단걸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이제 은진은 다시는 현석을 만날 수 없습니다. 은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와 행복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것,
다시 말해 '내 연애의 기억'을 떠올리는 길 밖에 없기 때문에 영화는 행복했던 순간을 추억하는 은진의 회상으로
마무리 한 것입니다.


이 것이 제가 본 내 연애의 기억입니다. 내 연애의 기억은 3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닙니다. 정말 슬픈 로맨스 영화입니다.
지금까지 읽으신 분이라면 보신 분이겠지만, 혹여나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길 추천합니다. 정말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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