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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5-
게시물ID : panic_867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4
조회수 : 77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12 01: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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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이 이야기 또한 초등학교 4학년 그 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름의 끝자락이였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던 때 였다.
 
나는 당시 장난전화에 싫증을 느껴버린 것은 아니였지만 또 다른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오컬트적인 것을 좋아하는 내겐 좋은 취미였던 것 같다. 그 나이를 생각하면 믿겨지지 않겠지만
 
한밤중ㅡ새벽을 말하는 것이다ㅡ에 동네를 탐방하는 것이였다.
 
나는 한밤중의 가로등 불빛을 아주 사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컬트적인 것이 좋아서 가진 취미였다기 보다
 
한밤중의 쓸쓸한 분위기와 느낌에 잔뜩 취해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난 고독을 즐기는 것을 좋아했었다.
 
그 날 나는 학교의 담을 한번 넘어보았다.
 
2.
 
학교 운동장엔 가로등이 없다시피 해서, 운동장 밖에서 새어나오는 가로등 불빛과 달빛에 의지해야 했다.
 
학교 건물 쪽으론 아주 어두웠다, 그 쪽으론 들어갈 용기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 정문 앞에서 모래나 발로 차고 있었다.
 
그러다가 재미있는 놀이가 생각났다. 오컬트적인 놀이였다. 운동장에 마법진을 그리는 것이였다.
 
딱히 귀신을 불러내고 싶어 그런 짓을 한 것은 아니였다. TV나 인터넷에서 많이 보았던 미스테리 써클이 멋있어보였기에 그랬던 것이다.
 
또한 나는 자칭 만화광이였기 때문에 마법진을 그리는 자들을 동경하고 있었다.
 
난 학교의 담장 쪽으로 걸어갔다. 담장에는 많은 나뭇가지들이 얽히고 설켜 있었다.
 
나뭇가지 하나를 꺾기 위해 간 것이였다. 그 때 내 눈에 무언가 보였다.
 
운동장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던 것이다.
 
머리가 길어보이는 여자였다. 나이는 내 또래 같았다. 빛이 들지 않는 곳에 서있었기 때문에
 
얼굴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아이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얼굴을 알아볼 수 없으니 말을 걸기가 애매했다.
 
그 아이와 담장을 번갈아 쳐다보며 나는 나뭇가지를 하나 꺾고, 마법진을 그리려 학교 정문 쪽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저 여자아이가 계속 나를 따라오는 것이였다.
 
아니 따라오는 것도 모자라 나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그 여자아이를 쳐다보았다. 정말 까맸다. 난 오른손을 들어보았다.
 
그 여자아이도 오른손을 들어보였다. 나는 만세를 했다.
 
그 아이 역시 만세를 했다. 약간 웃음이 나왔다. 내가 그 아이에게 다가가보았다. 여자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그 아이는 얼굴이 없었다. 온통 까맸다.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 다가가자 그 애는 뒷걸음을 쳤다.
 
그 애가 뒷걸음을 친다는 것에 안도했다. 만약에 그 애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면 난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다.
 
난 천천히 뒷걸음을 쳤다. 그 애도 그 순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쪽으로 오는 지 다시 뒷걸음을 치는 건지는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잠깐 굳은 채로 서있다 학교 담을 넘으려 얼른 정문 쪽으로 뛰어갔다.
 
내가 정문 쪽으로 뛰기 무섭게 그 아이가 내 쪽으로 뛰어왔다.
 
엄청나게 조급해졌다. 빠른 속도로 담을 넘었으나
 
내 티셔츠가 담에 걸려 몸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난 그렇게 학교 정문에 매달려버렸다.
 
가까이 있는 가로등이 눈부시게 나를 비춰댔고, 식은땀은 비 오듯 나기 시작했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내 뒤에선 까랑까랑한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깔"
 
그제서야 난 기절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 깨어났는데, 여전히 학교 정문에 매달려 있는 상태였다.
 
아까웠지만 문에 걸린 티셔츠를 찢어 손쉽게 내려올 수 있었다. 내려오고 나서 그 여자아이가 생각 났다.
 
그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어 이내 안심했지만, 찢어진 티셔츠와 허리에 생긴 상처때문에 울고 싶었다.
 
하지만 울고 싶어도 울 수가 없었다. 적막한 동네 한 가운데서 나만 혼자 떠드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였다.
 
난 집에 돌아가 엄마의 추궁을 받아야 했지만, 누구때문에 다칠 수 밖에 없었는지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아이의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데다 그 여자애는 유령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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