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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예지 [영화감독 김철한-유민아빠께]편지 게제
게시물ID : sewol_349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페가수스23
추천 : 10
조회수 : 873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8/24 11:37:34
 
 
 
 
 
프랑스 문예지 'Neige d'août'가 영화감독 김철한 님이 유민 아빠에게 드리는 <공개서한> '유민 아빠께 인사드립니다.'를 불어로 번역해 게재했습니다.

http://www.neigedaout.org/actualites

번역 소개글에는, 먼저 김철한 감독님의 <공개서한>의 시발점이 됐던 유민 아빠 김용오 씨의 단식과
수사권 및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의 고초가 프랑스 독자들을 위해 간략하게 요약돼 있습니다.
 
 
 
 
 
 
[편지전문]
 
언제부터인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드리지 못하는 세상이 됐습니다. SNS에서 보는 유민 아빠의 앙상한 사진 속 모습을 아직 한 번도 리트윗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의 무덤을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찾지 못했던 염치와 비슷한 감정 때문일 것입니다.
 
"저도 유민이와 같은 딸을 가진 아빠입니다."라고 말씀드리진 못합니다. 딸이든 아들이든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그런 것과 상관이 없는 모든 국민, 모든 인간의 문제이니까요.저는 단지 아래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이제 그만 유민 아빠께서 댁으로 돌아가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서로 빚진 것 없는 유민 아빠와 저 사이의 어조는 다소 건조해도 양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먼저, 단식으로 목숨이 끊어져도 변하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2012년 12월 31일 시민 이남종이 부정대선 "박근혜 사퇴와 특검실시"를 요구하며 분신을 결행해 다음날인 2014년 1월 1일 사망한 때에도 대한민국은 침묵하고 외면하고 숭고한 분신항거의 뜻은 서둘러 묻혔습니다. 물론 유민 아빠께서 무엇이든 금방 이룰 것이란 생각에 단식하는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얼마 전 같은 식으로 단식했던 이유와 목숨을 건 단식을 풀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함께 하고 계시는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를 주도하는 몇몇 단체들은 제가 목숨을 걸고 깨려 했던 바로 그 위선과 비겁의 결합체입니다.

사상 최악의 부정선거로 일본장교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애비에 이어 다시 청와대와 조국의 역사를 짓밟던 2013년 대한민국의 주요 300여 사회단체들은 '국정원시국회의'라는 기만적 조직을 만들고 끓어오르는 민중의 분노를 2014년까지 1여년에 걸쳐 서서히 그리고 성공적으로 질식시키고 있었습니다. 위의 이남종 열사는 그러한 기만적 앉은뱅이 집회를 일으켜 세우려고 죽음으로 호소했던 것입니다. "여러분, 일어나십시오."로 요약되는 한 시민의 피어린 유지는 바로 그 '국정원시국회의'의 손아귀에서 다시 묵살됐습니다. 이에 분노한 일부의 시민들이 열사의 분신장소인 서울역 쪽으로 옮겨 정확하게 부정대선 사범 박근혜와 기만적 사회단체들이 만드는 침묵의 카르텔을 조준한 집회를 가열차게 벌이던 중,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한민국 재야진보의 대표세력이자 유일한 부정선거 투쟁대오였던 그 '국정원시국회의'의 망국적 위선을 격파하기 위해 단식을 결행했습니다. 2014년 4.19와 5.18 투쟁을 위해 진영 내부의 거대하고 뿌리 깊은 위선은 반드시 걷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단식장으로 가기 전 내 시신 내가 닦는 기분으로 마지막 샤워도 했습니다. 그 국정원시국회의 측에는 생존하는 민주화투쟁의 신화 백기완 선생도 계셨기 때문입니다. 감히 일개 소시민인 제가 300여 단체를 상대하기가 몹시 벅찰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단식 이틀 만에 철벽같던 저들의 허상은 너무나 허탈하게 본색을 드러났습니다.

저들은 어떤 시민도 목숨을 걸 가치가 없는 대상이었습니다.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엔 한 자리에서 노숙하는 5일 동안, 이런 것도 모르고 죽어간 이남종이 너무나 가여웠습니다. 저는 동지들의 권유로 5일 만에 자리를 털었고 함께 하는 동지 두 분께서 극한 단식을 이어갔습니다. 그중 76세의 노여사께서는 물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장장 9일을 버텨냈습니다. 이렇게 시민들이 몸을 던져 본색을 드러낸 '국정원시국회의'가 세월호 참사 후 원탁회의를 거쳐 다시 '세월호참사 국민대책위'라는 위선의 대결집체로 부활했습니다. 800여 단체, 그들의 정체와 목적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들은 초유의 부정대선에도 침묵한 500 단체와 투쟁을 허무하게 소멸시킨 기존 300 단체의 결합체입니다. 부정대선에 대한 시민의 분노와 선거정의에 대한 시민의 염원을 그렇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고 구체적이고 의도적으로 짓밟아버린 단체들이 과연 세월호 참사에 적절한 대책을 쟁취해낼 수 있을까요? 저 비겁한 단체들의 수장은 "박근혜를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음을 선포합니다!"라고 공언한 직후 부정대선 투쟁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렸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매달려 박근혜를 향해 "특별법을 제정하라!" 외치고 있습니다. 저들은 입이 두 개입니까? 도대체 저들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들이 정말 누군가 이웃의 생명을 소중히 여겨 저러고 있을까요? 누군가의 죽음이 안타까움은 알까요? 저들의 말로 저들은 무려 40년 동안 저렇게 살아왔답니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뜯어먹고 사는 하이에나라고 저는 표현합니다. 이것이 적절한 표현인지 아닌지는 내년 이맘쯤이면 유민 아빠도 아시고 저도 재차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저들은 사람이 아닙니다. 단체일 뿐이며 허술한 조직체에서 개인의 양심과 단체의 지성은 작동되지 않습니다.

저는 이 글을 유민 아빠께서 숙독하고 현명히 참고하시길 바라진 않습니다. 극한 단식은 4일만 지나도 심신이 혼미해지고 그 이후에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대로 두면 그대로 잠이 들 듯 죽을 수도 있습니다. 유민 아빠께서는 지금 무엇을 읽거나 어떤 판단을 하기도 어려우실 겁니다. 하지만 죽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세상임은 다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한 몸 죽어 저 무도한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분신을 결행하겠다는 분들이 제 주변에 있고 저 역시 그러합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박근혜의 죽음입니다. 이제 유민 아빠는 그만 댁으로 돌아가십시오. 건강을 회복하십시오. 그리고 좋은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우십시다. 저도 동지들에게 이 말을 듣고 일어났습니다. 먼저 간 시민 이남종 열사는 남은 시민들에게 일어나라 했지 죽으라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들 중 누가 또 죽어야 한다면 이남종이 노무현이 장준하가 김구가 헛되게 죽은 것이 됩니다. 일어나서 싸웁시다.

혹시 유민 아빠께서는 부정대선이나 박근혜 퇴진이나 국정원시국회의나 또 유사한 다른 말들은 들어본 적도 없고 관련된 내용을 알지도 못하십니까? 저와 저의 동지들도 이전에는 그러했습니다. 하지만 이남종의 죽음 이후 민주상식의 기초 중에 기초인 선거정의가 무너지면 나도 가족도 이웃도 온전하게 살 수 없으리라고 수도 없이 거리에서 외쳤습니다. 그러던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저와 제 동지들이 순창에서 광주에서 비를 맞으며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거리에서 하루 종일 목이 터져라 '정의'와 '상식'을 외치던 바로 그 4월 16일이었습니다.

유민 아빠, 저는 당신을 동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세월호에서 한 명의 딸을 잃었지만 저는 대한민국호에서 세 명의 가족을 잃었습니다. 세월호 유족들보다 처참한 유족들이 대한민국에는 너무나 많습니다. 한 때 이 저주받은 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살기 위해 오래 머물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불러줬고 어렵게 다시 돌아온 내 나라는 이제 다시 귀국을 후회할 정도로 썩고 병들어 있었습니다. 유민 아빠도 저도 썩어서 살던 시민들 중 하나였습니다. 이제 서로를 동정하지 말고 아직은 침몰하지 않은 다음 세대의 세월호를 구조합시다. 지금 이대로는 특별법이 절대로 제정되지 않습니다. 퇴거를 명하는 해경을 뿌리치고 쌍욕을 하며 들어간 어부들이 그나마 생존자들을 구해냈습니다.

아무도 제정되리라 믿지 않는 특별법 제정을 모두가 외치고 있는 이 모순적 상황을 깨야 합니다. 그것이 세월호 아이들의 이름을 입에 올렸던 모든 시민들의 책무입니다. 저 무도한 정권 박근혜의 퇴진을 쟁취해야 특별법 제정의 길이 열립니다. 옆에 있는 인기가수, 앞에 있는 영화인, 멀리 보이는 정치인, 가까이 보이는 종교인, 몰려와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언론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또 어딘가 자신들이 가줘야 하는 이슈가 발생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그들은 세월호 참사보다 훨씬 참혹한 대형 참사인 제18대 부정대선에 침묵하거나 결국 외면한 자들입니다. 이것이 잔인한 현실이고 저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 유민 아빠는 서둘러 돌아가 건강부터 회복해야 합니다. 일어나십시오!

혹시 대선부정에는 침묵하던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서 너도 나도 거리로 나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혹시라도 그렇다면 왜, 박근혜는 퇴진하라 요구하지 못할까요? 왜 유족을 핑계로 경찰을 부르고 퇴진구호를 외치는 시민을 집회장에서 쫓아낼까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광장으로 나오는 것은 이제 안전해졌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위협하지도 정권으로부터 위협 받지도 않고 편안히, 예은 아빠 유경근 님께서 말씀하셨던 그 '전국민 장례축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집회가 결코 아무 것도 바꿔놓을 수 없다는 것은 이 패악한 정권이 청와대 코앞 광화문 광장을 내어 준 것만으로도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죽인 아이의 아버지의 입에서 '대통령님'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나오는데 이 패악한 정권이 뭐가 두렵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어떠한 세월호 유족도 박근혜를 '대통령님'이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지금 유민 아빠의 모든 것은 매우 정치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제는 시민이 직접 나서 바르게 다스려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입니다. 그리고 이 '박근혜 퇴진투쟁'은 정치투쟁이 아닙니다. 역사투쟁이며 가치투쟁이며 더 정확하게는 기초정의와 기초상식을 지키는 시민의 의무입니다. 어른들이 이 투쟁에서 빠르게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짜 대통령이 가짜 정부의 가짜 정책으로 아이들을 죽이는 것을 막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은 이것이 시작이고 이것이 끝입니다.
 
유민 아빠는 그만 일어나 건강을 회복하십시오. 우리에겐 아직 지켜야할 세월호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끝으로 이 서한에 담긴 저의 모든 우려와 불행한 예측이 모두 빗나가게 되는 길이 하나 있습니다. 세월호 집회 관련자나 참가자들이 거리낌 없이 "박근혜는 퇴진하라! 승객들은 모두 갑판으로 나가라!" 외칠 수 있어야 삽니다. 이대로 선실에 앉아 있으면 모두가 죽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이면은 부정대선이며 모순 가득한 정국을 푸는 솔로몬의 구호는 "박근혜 퇴진"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특별법 제정이 어렵다는 것을 유민 아빠도 저도 이글을 읽는 사람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발설치 않으려는 불편한 진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입니다. 이제 싸웁시다. 건강하게 싸웁시다. 유민이를 생각하며 싸웁시다. 일어나십시오!
 
2014년 8월 12일 영화감독 김철한 배상
 
김철한 감독님의 블로그에 내용개제 되어있습니다.
http://blog.naver.com/corea919/220089165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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