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욕하는 미국의 의료보험제도... 더 좋은 것을 가질 기회가 있었으나, 미국 서민층은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습니다. 왜였을까요 ? 증오와 두려움 때문이었지요.)
일단 미국의학협회가 무려 500만 달러 (현대 시세로 2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은 심지어 가족주치의들에게 자신들이 맡고 있는 동네 주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하라는 지시를 내릴 정도였습니다. 당시 동네 주치의들은 그 동네의 신사계급이자 지식인계급으로서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으니 그 영향력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의학의 사회주의화'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열심히 광고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흑인들이었습니다. 많은 남부 지방에서, 국민의료보험이 체계화되면 지역 병원에서 흑인 환자도 차별없이 받아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던 것입니다. 당시 백인들이 다니는 병원에는 흑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는데, 국가 의료보험제도가 정착되면 자신들이 다니는 점잖은 병원에서 결국 흑인 환자들도 받아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인종 차별주의 때문에, 대부분이 저소득층이었기 때문에 국민의료보험 제도로 인해 큰 혜택을 보게 될 남부 백인들이 반대표를 대량으로 던진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의 사정과 다른가요 ? 일베가 보수층을 대변한다면 상당히 거북한 분들이 (좌건 우건) 많겠습니다만, 제가 보니까 일베에서 가장 열심히 두들겨 패는 것이 전라도와 외국인 노동자들입니다. 특히 전라도 출신이라는 것은 무조건 까야 하고 모든 논리와 진실을 다 묻어버리는 것이 정당화되는 요소더군요. 그런 말도 안되는 차별주의 덕분에, 미국의 의료 체계는 '정말 미국이 선진국 맞나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할 정도로 엉망이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도 많이 후퇴한 것 같습니다. 또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보수층이 매우 요긴하게 이용하는 단골 메뉴이기도 하고요. 이 책에서 인용되는 부분을 보면, 현재 미국에서 '소련을 무너뜨리고 감세로 경제 호황을 이끌어낸'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중 1명으로 뽑히는 레이건이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출마할 때 행한 연설 중 하나가 흑인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즉, '만약 시민들이 집을 임대 놓을 때, 그 임대인이 유색인종인지에 따라 임대를 거부할 권리를 당연히 누려야 한다' 라며 노골적인 인종 차별주의를 지지했던 것입니다.
누구 말마따나, 모든 국민들은 자기들에게 딱 어울리는 정부와 사회 체제를 갖기 마련입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
반성하고, 다음번에는 제대로들 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