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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로 쓰지는 않았지만 모바일로 쓰는 짧은 글 - 15
게시물ID : readers_151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노낫띵스뇨
추천 : 3
조회수 : 2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4 23:38:39
 
카프카가 집을 나간 기점으로 여름이 지나가고 겨울이 다가왔지만 내게 특별한 일이라고 말할만한 변화는 없었다.
아침에 조용히 해가 떠오르고 그대로 저물어 가는 것처럼 모든 것이 얌전히 제자리에서 시작되고 주어진 공간을
벗어나지 않은 채 제자리에서 끝이 났다. 7월에는 밤마다 비가 내렸다. 10월에는 느닷없이 눈이 내렸다. 하지만
날씨의 변화 말고는 딱히 다른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카프카는 집을 나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고 시연의 가족들로
부터 전화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비현실적인 현상들에 대해 최대한 거리를 두고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일들에 신경을 쓰려 노력했다. 강변으로 나가 조깅을 하고, 하루 내에 먹을 음식을 요리하고 근처 서점에서
외서 한권을 사오는 등 언제나처럼 평상시에 해왔던 일들 말이다.

그래도 그대로 하루가 지나가는 일이 전혀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것은 항상 깨닫고 있었다.
생활의 부분을 거대하게 차지하고 있었던 두사람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이대로 평안하게 내버려둘리가 없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일은 커지기 마련이다. 능숙한 어부처럼 닻을 올리고
튼튼한 밧줄로 배를 묶어두고 집으로 돌아가 찢어진 그물을 수리하며 느긋하게 폭풍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배는 아직 바다 한 가운데에 떠있었다. 정박해 놓을 부두의 위치도 찾지 못한 채 망망대해를 전진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이로군. 나는 이 사태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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