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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올해 태어난 모닝이에요.(스압)
게시물ID : humorbest_8678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omura
추천 : 46
조회수 : 5463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4/18 18:40: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4/18 11:49:26
 
 
사진을 기대하셨다면 죄송해요.
주인이 숨 쉬는 것도 귀찮아 하는 여자라서 그래요.
그냥 길거리에 다니는 그냥 그런 2014년 올뉴모닝이에요.
 
 
주인은 처음 저를 받고는 부들부들 손을 떨면서 핸들을 잡았어요. 저는 더 무서웠어요.
동네를 한바퀴 돌고는 '아빠에게 줄래. 난 버스 탈래' 라고 하더군요.
진심은 아니었던지 저에게 '마도카'라는 해괴한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저는 한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섬나라 이름이라니....
저를 마도카라고 부르고는 수줍게 웃던 그 눈빛의 음흉함이 자꾸 기억에 남아요.
 
 
저는 주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고 있었어요.
주인은 한번에 두가지 일을 못하나봐요.
주차할 자리를 살피느라고 반대편에 서있던 차를 보지 못했어요.
네. 저는 크고 무서운 아저씨의 운전석 문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남겼어요.
주인이 말하기를 '액티온'이라더라나... 이것도 나중에 보험사를 통해 들은거고,
그 당시 주인은 경차가 아닌 차는 모두 승용인줄 알았대요.
액티온이 SUV라는 걸 SUV를 긁고 나서야 알게 되었대요.
하여튼 액티온은 큰 아저씨였기에 저는 오른쪽 문을 갈아야 했어요.
제가 출고된 지 일주일 만의 일이자, 저의 첫 사고였지요.
 
 
주인이 밤 10시에 갑자기 치킨이 먹고 싶대요.
방금 전만 해도 작년에 입던 원피스가 안맞는다면서 대성통곡 해 놓고는 치킨은 사러 가겠대요.
전화로 주문하고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엄청나게 맛있는 치킨이라나.....
자기 몸무게는 금세 잊었는지 신나서 치킨을 시키고는 '마도카! 치킨 가지러 가자!'라네요. 신나도 너무 신났어요.
빛의 속도로 계산을 하더니 한가득 치킨을 들고 나오네요.
응? 온 길로 돌아갈 것이지 왜 동네길을 들어서는지 모르겠어요.
아마 치킨 냄새에 취했나봐요. 좌회전 하다가 좌측 주차 차량을 긁어버리네요..... 하........
왠지 지적인 중년 아저씨 느낌의 그 차는 그렌져래요. 이젠 차 이름 읽을 줄도 아네요.
두번째라고 여차여차 사진도 찍고 보험사에 연락도 하고, 능숙하지 말아야 할 일에 능숙해진 기분으로 주인은 일을 처리했어요.
저는 이번에는 반대편 문을 교체했어요. 한쪽만 바꾸면 제가 섭섭할거라 생각한 주인의 배려네요.
제가 세상에 나온지 2주만의 일이었어요. 한 주에 하나씩 문을 바꾸다니 참 신이나네요.
어쨌든 그날 밤은 집에 가서 자기 엄마에게 죽어라 혼났지요.
'이 년아 왜 그 시간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로 시작하는 아주 아주 긴 설교였어요.
 
 
주인은 이사를 갔어요.
이사를 가는 것이 주인이 저를 사게 된 이유래요. 시내에서 좀 멀리 가게 되었거든요.
원래는 평생 버스만 타고 싶었다나. 싶은게 아니라 평생 정말 버스만 타야 했던 운명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어요.
주인은 저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했어요. 아침 저녁으로 긴장을 해서인지 다크서클이 늘어나고 있었어요.
일주일쯤 무사히 운전을 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어요.
새로 이사 간 곳은 시골이라 2차선 도로에 굉장히 좁았지요.
주인은 시내에서 있을 약속으로 한껏 치장하고 들떠있었고, 좋은 노래가 나오고 있었고,
맞은 편에서 바퀴가 12개 정도 되어보이는 덤프트럭이 오고 있었어요.
.... 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네요.
덤프트럭과 저는 부딪혔어요. 덤프트럭에는 약간의 스크래치가. 저는.... 생략하지요.
주인은 문을 열고 나오려고 했어요. 이런. 문이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열리네요.
주인은 조수석으로 기어나왔어요.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어요. 주인은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았답니다. 워낙 서행하고 있었다지만,
그래도 모닝과 덤프트럭인데. 주인은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병원도 가지 않았답니다.
다만 어린아이처럼 퍼질러져 앉아 펑펑 울었어요. 내장이 튀어나온 듯한 제 앞모습에 많이 놀라고 속상했다봐요.
다 큰 처녀가 마스카라 번져가면서 스커트 입고는 주저앉아 우는 모습이라니..
주인을 달래느라 애를 쓴 보험사 직원분께 지금이라도 정말 죄송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결론은 덤프트럭이 중앙선을 넘은것으로 확인 되었고, 심지어 덤프트럭 운전사는 술을 마신 상태였어요.
주인은 차만 고치고 병원도 가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경찰서에 가서 진술서라는 것도 쓴 모양이에요.
주인이 병원에 가서 드러누우면 큰 사건이 될거라고 경찰서 아저씨가 말했습니다만.
아프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라면서 그냥 사건을 끝냈어요. 절대 귀찮아서는 아니었... 을거에요 아마.
 
그 후 주인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해. 모닝과 덤프트럭이 부딪혔는데 나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지?? 기적이야 이건.'
이라는 말을 백번쯤 했어요.
그리고 '마도카, 고마워' 라네요.
아마도 '마도카'라는 일본어는 단순한 일본이름이 아닌 다른 의미가 더 있었나봐요.
 
 
아직도 주인은 아침 저녁으로 벌벌 떨면서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그래도 가끔은 커피도 마시러 가고 한산한 도로로 드라이브도 하네요. 큰일나려고...
저도 자라고 주인도 자라겠죠. 사회 초년생 초보 운전자 주인과 조그마한 올뉴모닝인 저!
앞으로는 아~무 사고도 안나도록, 조심 조심 다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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