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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했던 자취방
게시물ID : panic_720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hx4thefish
추천 : 13
조회수 : 288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8/25 02:53:49
올해 삼월까지 자취를 했었습니다. 신림동 고시촌 끝자락에서요. 방값이 무지하게 싼 방이었죠.
원래 20040정도 하는 방을 잡아두었었는데, 모종의 조건으로 이 건물이 싸게 나왔다는 말에 바로 방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12년 초였으니 2년 정도 살았네요. 이 방에서는 신기한 일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후로 가위에 자주 눌렸고, 3때는 거의 이틀에 한 번 꼴로 가위를 눌리던 저인지라 가위를 눌리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직접 무엇인가를 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처음에는 방값이 매우 싸다는 생각에 무조건 이 방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들어와서 일주일 정도 살고 바로 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림동 고시촌의 빽빽한 여느 건물들처럼 창문 바로 앞에는 옆 건물이 서있어 햇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1층은 주차장이라 2층부터 1층으로 치는데, 대낮에도 컴컴한 게 으으.. 덕분에 아침수업에 일어나지 못한 것도 여러 번이에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방은 무엇인가 습한 느낌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어요.
밤에 친구를 불러서 놀 때 자고가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게 된 것도 그 느낌 때문이기도 했구요. 무엇인가가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갑자기 등 뒤가 오싹하거나, 휑 하니 비는 느낌이 드는 일이 잦았어요.
워낙 외로움을 타는 저라 처음에는 동물을 키웠고, 그 때는 그 느낌이 안 들다가 그 친구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나자 바로 그 느낌이 심해졌다는 게 참 이상했습니다. 액세서리에 살포시 십자가모양을 넣고, 자기 전에 만지작대며 자는 것으로 그 불안함을 달랬지요.
그러다가 12년 늦여름 밤에 드디어 일이 생겼습니다.
용인에 있는 대학에 간 친구가 방학이 끝나기 전에 한 번 보자고 해서 방에서 피자를 시켜먹는 와중이었어요. 창 밖에서 무엇인가가 아른거렸습니다.
분명히 무엇인가 걸리기는 이상한 위치인데 천 조각 같은 것이 창밖에서 아른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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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네모가 창문이라고 하면, 오른쪽에 조그맣게 붙은 네모가 그 때 아른거리던 하얀 천 같은 거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창은 보안창문이 달려있었어요.
그 밖으로 기울어진 보조창 같은 것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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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창문이고, 밖에 철제로 이렇게 기울어진 창이 붙어있는 창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것은 창문에 바로 붙어있는 듯 했던 저 하얀 천은 저 철제에 걸리지 않고 완전히 좌우로 움직였다는 거예요.
 
상식적으로라면 윗 철에 걸려서 마치 진자운동처럼 위를 축으로 휘어져야 할 텐데 말이에요.
게다가 제 방에 있던 창문은 이중창에, 안쪽이 뿌옇게 처리된 창문이라 선명하게 무엇이 보일 수 없는 창문이었어요.
이것을 본 저는 잠시 굳어있었어요. 그러자 친구가 제게 왜 말하다 마냐고 묻더군요. 저는 친구한테 창을 보라고 했습니다.
제 눈에는 분명히 흔들리는 하얀 천이 보이는데, 그 친구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몸에 열이 확 오르더군요.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그 친구가 곧 복귀를 해야 돼서 돌려보내고, 저는 친한 선배를 불러 밖에서 밤을 새고 들어갔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는 집에 들어가면 안 될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다행히 어슴푸레하게 해가 뜰 무렵이 되어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창문을 열어보았어요.
창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럼 제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상하게도 그 사건 이후로, 뭔가 신기한 것을 자주 보게 되었어요.
고등학교 때 가위를 눌리면서 환상을 본 적이나 몽중몽을 꾼 적은 있었지만, 맨 정신으로 무엇인가를 겪은 적은 없었거든요.
선배와 친구들과 처음 갔던 지하 술집에서 기분이 안 좋다고 나오자고 했더니 며칠 안가 그 가게가 망하고, 길을 가다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할머니를 보았는데 다시 돌아보니 없다던가 말이에요.
어중간하게 잠드는 시간이 열두시를 넘은 것 같으면 아예 네 시까지 버티다 잠드는 습관도 그 때 생겼어요. 그 전에 자면 왠간하면 가위를 눌렸으니까요.
 
 
근데 조금 무서웠던 것은 가위의 강도가 점점 심해졌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다리 저림 정도로 끝났는데, 학년이 올라가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위의 범위와 강도도 세지더군요.
마지막에는 마치 온 몸을 잡아 뜯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건드리지도 않은 이중창 사이에 손자국이 남아있던 적도 있었구요.
결국 방을 뺄 때가 되었을 때도 그 방에서는 절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왠지 이상하다는 느낌에 집 밖에서만 그 이야기를 했었어요.
 
 
집안에서 그 이야기를 하면 그 느낌이 저를 따라올 것 같았거든요.
 
 
 
 

그 방은 왜 그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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