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컴퓨터가 더위를 먹었는지 전원이 켜지질 않는다.
야동을 못본다면 차라리 딸을 참고 견디겠지만
컴퓨터가 켜지지 않아 게임을 못한다니.. 미칠 노릇이다.
게다가 오늘은 일요일.
a/s는 불가능했다.
결국 가벼운 반팔 점퍼 하나를 걸치고 집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들어서니 이곳저곳에 시끄러운 원성이 들렸다.
대한민국의 씨앗들이 머무는 곳.
초딩과 중딩의 세계.
"후 .."
가벼운 한숨을 내쉬고 제일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홈에선 느낄 수 없었던 삭막함과 격렬한 사운드.
세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뒷칸에서 알 수 없는 굉음과 온갖 욕설이 pc방 전체를 장악했다.
마치 한 마리의 포악한 반달곰이 고추에 드롭 킥을 맞은 절망적인 포효였다.
상체를 약간 들고 곁눈으로 들여다보니 웬 젋은 여자가 남자에게 쫒기고 있었다.
수십 명의 시선이 쏠렸다.
남자는 여자를 잡기위해 미친듯이 pc방을 활보했고
여자는 잡히면 죽는다. 라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며 도망치고 있었다.
여자를 쫒는 남자는 고추를 잃어버린 한 마리의 포악한 곰마냥 울부짖으며 미친듯이 여자의 뒤를 밟았다.
"저 씨발년 잡아!!! 저거 잡아!!"
하지만 아무도 여자를 잡지 않았다.
남자가 여자를 잡으면 분명 말로는 끝낼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몇 분쯤 추격전이 더 벌어지더니 남자가 바닥에 벌러덩 쓰러지듯 앉았다.
그리곤 한 풀이를 하듯 땅바닥에 머리를 박고 울기 시작했다.
"씨..발.. 승급전이었는데.. 마지막이었는데.. 씨..발.. 씨..발.."
그 순간 가만히 지켜보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더니 이내 10명쯤 되는 남자들이
여자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여자는 "씨발 꺼져!" 라며 자기방어적 쌍욕을 내뱉었고
열 명 일동, 여자에게 말했다.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죠."
얼마 후 한 시민이 경찰을 불렀고
사건은 일단락 마무리 되었다.
대충 속닥거리는 말론 여자와 남자는 연인이었다고 한다.
남자가 게임을 하던 중 여자가 들어왔고
무엇 때문이지 여자는 핏대를 잔뜩 세우며 남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여자는 남자 옆에 있던 컴퓨터 AC전원을 힘차게 뽑아버렸단다.
결국 이 두 커플의 사랑을 깨트린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무심했던 남자와 비정한 여자의 결말이랄까..
여튼 근래 기장 기분좋은 귀갓길이었다.
이분 최소 문학인ㅋ
출처: 웃대 월간베스트 현재기준 36페이지 19번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