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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복귀자의 심정으로 부사수의 심장을 쏘았다.
게시물ID : humorbest_8681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인용
추천 : 33
조회수 : 5793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4/19 01:49: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4/18 23:08:44
매서운 제천의 칼바람이 살을 베어버릴것만 같았던 겨울 어느날. 당직근무자였던 일인용 병장은 밝아오는 아침해를 보면서 야간 근무자들의 복귀를 기다리며 책상앞에 앉아있었다. 몇십번이나 해왔던 당직근무기에 이제는 눈 감고도 상황판을 적고 무기, 탄약 실셈도 척척 해냈지만 FM찾기 좋아하는 3소대장과의 근무는 몇십번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점호 시작하기 전에 인원, 장비실셈을 미리 끝내놓고 할일이 없는지 애꿎은 CCTV 운용병 후임에게 장난을 걸어본다.

하지만 군대란 곳이 어떤 곳인가....무슨 짓을 해도 시간이 가지 않는 정신과 시간의 방과도 같은 곳 아니겠는가. 일인용 병장은 그 마저도 시간이 안가는것 같아 당직사관의 눈을 피해 막사 밖으로 나왔다. 
중대 쓰리고라는 서열의 일인용 병장도 결국 간부 앞에선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국방일보 1면에 실린 전역자 사진보다 못한 처량한 신세일 뿐.....
그래도 오늘 하루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는 심정으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연달아 두개비의 담배를 태우고 들어가려는 찰나, 야간 근무자들 무리가 복귀하는것을 보았다.

"충성! 일인용 병장님 근무 복귀했습니다."

"어 수고했다. 맞다 니들 어제부터 삽탄해서 근무 나갔었지? 안전검사 하고 들어와라?"

"알겠습니다."

타 부대에서 거수자 관련 사고가 있었는지 탄창 결합이 아닌 탄알 1발 삽탄해서 근무를 나가라는 지침이 떨어졌다. 전방처럼 실탄을 주면 모를까 공포탄 주면서 삽탄까지 시키는 지휘관의 머리속이 궁금해졌지만 찬바람을 맞았더니 얼른 들어가야겠다는 생각만 나는 일인용 병장이었다.

그렇게 야간근무자들이 복귀 하고 우렁찬 기상나팔이 울렸다. 어둡고 고요했던 막사는 삽시간에 북적거리는 시장바닥이 되어있었다. 각 분대별로 환자 보고하러 오는 인원, 불침번근무 복귀 신고인원부터 오전 청소를 위해 뛰어다니는 놈들까지 정말 개판 5분전이 따로 없었다. 그렇게 오전 점호가 끝나고 간부들이 하나 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중대원들이 모두 식사를 하는동안 일인용 병장은 후번 당직근무자 인수인계를 위해 상황판을 갱신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9시 교대였지만 후번이였던 동기 김병장이 한시간 일찍 내려온게 아닌것인가.

"인용아 교대하자."

"얌마 왜이렇게 일찍 왔어?"

"저번에 너도 일찍 교대해줬잖아. 얼른 가서 쉬어~"

일인용병장은 삼세번의 미덕은 국 끓여먹은듯 냉큼 교대를 하고 샤워장으로 향했다. 샤워를 끝마치고 후임병들이 챙겨준 우유를 마시면서 취침하기 전 TV를 보면서 낄낄대고 있었다. 하지만 김첨지께선 말씀하셨지...

'어쩐지 오늘은 운수가 좋더라니.....'


빵!!!


이런 미친 뭔 소리야? 총 소리인데?

일인용 병장은 사건이 터진걸 직감하고 당직근무 복장으로 갈아입고 막사 앞 안전검사대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방금 복귀한 초번초 근무자 두명과 행정보급관님, 당직 부사관이 서 있었다. 

"야 김병장! 무슨일이야? 뭐야?"

"정상병이 박일병을 쐈어....."

정상병은 'X발 X됐다...' 를 얼굴로 말해주고 있었고 박일병은 '어떻게 니가 나를??' 이라는 표정이었다. 내가 삽탄해서 근무나갈때부터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걸 알았지만 설마 시행한지 만 하루만에 나올줄이야......

행정보급관님은 두 근무자의 하이바를 붙잡고 마구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요 개XX들이! 내가 니들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걸 쏘고 지X이야!!! 야 당직근무자! 이 새X들 무장해제시켜서 체포해!"

도대체 보급관님은 어떤 영화나 드라마를 보셨길래 저런 말씀을 하셨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결국 두놈의 총을 뺏고 행정반으로 끌고 들어왔다. 
행정반에서 불을 뿜고 계신 행정보급관님을 뒤로 하고 일인용 병장과 김병장은 무기고로 들어왔다. 서로 자신의 근무시간이 아니라고 설전을 벌이며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걱정을 하고 있었다. 

보급관님은 그래도 총에 맞았으니 다친곳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지시했다. 옷을 벗겨보니 박일병의 가슴팍에 시커먼 점들이 가득했다. 화약가루들이 살에 박힌것이었다. 비록 공포탄이지만 매우 근접한 상태에서 맞을 경우 위험할수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었지만 박일병의 정신상태는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정신이 너무 없어' 상태였다. 눈은 반쯤 풀려있었고 입에선 침이 질질 쏟아졌다. 결국 박일병은 하루동안 일과에서 빠져 휴식을 취하게 조치를 했고 정상병에게는 큰 처벌 없이 진술서만 받고 사건을 종결 시키셨다.

하지만 사건은 종결이 되었지만 쏴버린 공포탄은 어찌해야할지 행정보급관과 전, 익일 당직근무자 셋이 모여 회의에 들어갔다.

김병장은 타중대에서 훔치자는 말을 한지 정확히 5초만에 바닥에 머리를 박게 되었다. 신중해라 일인용. 너도 혀 잘못 놀리면 저 꼴을 면치 못한다.

"그냥 군수과에 달라고 하면 안됩니까?"

일인용 병장역시 이마와 바닥이 5초만에 만나는 기적을 경험했다. 그렇게 머리를 박고 골똘히 생각하길 5분정도가 지났을까. 보급관님 후배였던 2중대 이 상사님이 오셨다.

"야 니들은 왜 또 이러고 있냐?"

머리를 박은채로 침묵한 둘을 대신해 행정보급관이 설명을 했다. 

"선배님 제가 하나 가져다 드립니까?"





"뭐?"




"제가 짱 박아 놓은거 한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행정보급관, 일인용, 김병장 셋은 한마음으로 2중대 이상사를 부둥켜 안고 아직 신은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고 오늘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지휘관이 모르게 짬처리 할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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