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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문학] 심해 왕자 3.
게시물ID : lol_868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여름하늘
추천 : 5
조회수 : 87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09/20 12:02:53



나는 이렇게 해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그의 랭겜 승률이 10%를 넘을까 말까 하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동장, 은장, 금장, 플래티넘 같이 사람들이 자신의 레이팅을 볼 수 있게 되어있는 점수대 말고도, 그 이하 언랭-심해라고 많이 불리우는-에 수만명의 사람들이 플레이하고 있는데 어떤 점수대는 천상계와 마찬가지로 픽이 잡히는데에 한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는 극 심해층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정도로 레이팅이 떨어지려면 보통의 승률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 당연하다.


나는 그의 점수가 더욱 더 떨어 질 것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의 전적에선 딱 한번, 비록 패배하였지만 캐리라고 할 수 있을만한 KDA를 기록한 전적이 있었다. 그 당시 그는 15/2/24라는 훌륭한 스코어로 경기를 끝마쳤지만, 그가 픽한 챔프가 티모라는 사실 때문에 아무도 그의 실력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사람들이란 모두 이런 식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 다음 판에서 카르마를 고르자 다른 캐릭을 고르지 않으면 리폿을 하겠다고 강요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그의 전적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미드 모르가나를 골라 적당히 똥을 싸고 적당히 로밍을 가고 적당히 한타를 하여서 3/7/13이라는 스코어를 기록했으나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고 어렵사리 승리를 따 낸 것이다.


내가 그의 지난 경기의 KDA까지 자세히 알려 주는 것은 대다수의 롤 유저들 때문이다. 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한 게임이 끝나고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들은 가장 긴요한 것은 물어보는 적이 없다. "누가 오라클을 빨고 와드를 지우고 다녔지? 맵 곳곳을 환히 와드로 밝힌 것은 누구였지? 팀원이 안전히 도주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한 사람은 누구였지?" 라는 말을 그들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내가 CS최강이네ㅋㅋ, 내 킬 봐라 내가 캐리했다!, 내가 갱킹만 열번은 넘게 성공시켜서 흥한거임ㅋㅋ"하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면서 내심 자기가 제일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그런 롤 유저들에게 "버프몹과 용, 바론의 리젠타이밍을 정확히 꿰고 있고 적의 와드 위치와 와드가 사라지는 시간까지 정글러에게 알려주는 서폿을 보았어요." 라고 말하면 그들은 그 서폿이 어떤 서폿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0/1/42의 서포터를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그들은 '아, 참 좋은 서폿이구나!" 하고 소리친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심해에서 만난 '그' 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언제나 낙천적이었고, 멘탈이 깨지는 법이 없었으며, EU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플레이를 즐겼다' 라고 말한다면 그들은 어깨를 으쓱 하고는 그들은 나를 쪼렙노말 취급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서폿 평균 KDA는 1/5/16 정도입니다." 라고 말하면 수긍을 하고 더 이상 질문을 해대며 귀찮게 굴지도 않을 것이다.


롤 유저들은 대부분 그런 것이다. 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야만 한다.


하지만 심해를 이해하는 우리는 KDA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동화같은 식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옛날에 보통 사람은 구경조차 해 볼수 없는 깊이에 심해에서 서식하는 그가 있었는데 그는 서폿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심해를 이해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훨씬 더 생생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이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가 나를 떠나 다시 심해로 내려간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내가 여기서 그를 묘사해 보려 애쓰는 것은 그를 잊지 않기 위해서 이다. 한 사람의 동료를 잊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니까. 누구나 다 자신과 잘 맞는 동료를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잊는다면 나는 킬딸에만 환장한 유저들과 같은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나는 더듬더듬 써 내려가본다. 보다 중요한 어떤 이야기를 빼먹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용서해 주어야 한다. 그는 내게 설명을 해 주는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와 비슷하닥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불행히도 랜덤픽 안에 들어있는 다른 챔프를 볼 줄 모르는 것이다. 



나는 조금씩 대다수의 롤 유저들과 비슷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 변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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