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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
게시물ID : panic_868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섬사람
추천 : 4
조회수 : 240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3/18 00: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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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축업자이다.
당신들의 식탁에 올라오는 소고기 돼지고기 뭐.. 그런 고기들을 살아 있을때 때려잡고, 부위 별로 나누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예전 말로 백정. 안좋은 말로 망나니라는 소리를 많이 듣긴 한다.
뭐라고 불리든 신경은 안쓴다.
백정이든 망나니든, 그게 내 직업이니까...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의 경우는 그나마 도축하기 쉬운 편이었다.
살아있는 상태로 오기때문에 고압의 전기로 기절 시킨후 처리하면 간단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아서 쉽게 좋은 등급으로 분류 받을 수 있다.
뭐 요즘은 어느 고기든 쉽게 작업하긴 하지만, 예전엔 이 고기만큼은 정말 작업하기 힘들었다.
 
이 고기는 구하기 어려운건 둘째 치더라도, 내게 물건을 대주는 업자 놈들이 마구잡이로 넘겨줬기 때문이다.
언제 죽인걸 가지고 온건지 이미 살은 딱딱하게 굳어있고, 어떻게 잡았는지 도축을 하면 시커먼 핏물이 뚝뚝 떨어진다
잘 모를까봐 설명을 곁들이면, 육고기도 생선회와 똑같다. 기절시키든 죽이든 아직 신경이 살아 있을때, 내장 잘 제거하고, 부위에 맞게 살들 잘 도려내면 핏물도 흐리지 않고 쫀득한 육질도 살아있다.
그런데 이놈들이 가지고 온 물건들은 정말 최 하급, 아니 쓰래기였다. 대부분 죽은지 오래된 놈들이라, 이미 사후 경직이 일어나 칼도 잘 안들어가고, 내장은 이미 녹아버려 구더기가 있는 고약한 썩은내가 나는 놈들까지 넘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해가는 고기라도  찾는 사람들이 많고, 또 비싸게 팔수 있으니, 난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부위만을 추려내며 계속 거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요즘은 이 고기의 질이 매우 좋아졌다. 언제부턴가 거래처 사람들이 살아있는 고기를 가져다 준다.
내가 직접 살아 있는 고기를 기절시키고 도축하기에 고기 등급이 많이 올라갔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상처 안내고 데려오면 더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을텐데, 꼭 패면서 피 흐른채로 데려왔어야 하나...
조용히 데려왔으면 특A+는 받을 수 있을텐데..
뭐 이만큼이라도 좋아진게 어딘가.사람 고기로 B+ 등급을 받다니...
 
 
 * 위 글은 100% 픽션이며, 현직 도축업 관계자분들과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출처 오징어 손질하다 문득 오유인들을 손질하고 있다는 생각에, 퇴근 후 끄적여 보았습니다.
글쓰는게 매우 어려운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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