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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도깨비를 속인 정수동..
게시물ID : panic_868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19
조회수 : 26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19 1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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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DWfXB



정수동(본명 정지윤 [鄭芝潤, 1808~1858] )은 조선시대의 유명한 시인이기도 하지만, 제물을 우습게 알고 권세가를 비웃는 해학가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정수동이 평안남도의 마을에서 살 때의 일입니다.

그 마을의 성황당 나무에는 도깨비들이 살고 있었는데, 밤마다 소리를 내거나 길을 가는 사람들을 괴롭혀 홀리는 등 마을 사람들을 괴롭혔지만 사람들은 도깨비의 신통력이 무서워서 대들지를 못했습니다.. 

어느 날 밤 정수동이 친구인 김흥근 [金興根, 1796~1870] (김흥근은 당시 최고 세력가인 안동 김씨의 수장이자 당시 최고 세력가인데 양반을 우습게 일고 늘 조롱을 일삼는 정수동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다는 건 정말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길을 가는 정수동 앞에 웬 거구의 남자가 턱하니 가로막더니 뭔가 동굴에서 울리는 듯한 기묘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 김씨.. 돈 백 냥만 빌려주쇼.. " 

" 호.. 이놈 보게. 내가 정가인 건 여기 사람이면 모를리가 없을텐데 필시 도깨비가 틀림 없으렸다.. " 
 (도깨비는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김씨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정수동은 마침 김흥근이 준 돈이 있길래 백 냥을 선뜻 내줍니다.

그 후 다음 날 밤에 정수동이 마루에 앉아 달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제 그 사나이가 나타나 돈을 갚고 사라졌습니다.

정수동은 돈을 무사히 받았지만 돈을 빌려주지 못해서 골탕 먹은 사람들 얘기를 들었기에 도깨비를 골려주기로 합니다.

다음 날 낮에 정수동은 성황당 근처를 거닐며,

" 어허 이놈의 도깨비들이 남의 돈을 빌렸으면 갚아야지 고얀 놈들이로구나.. " 

라며 혀를 차며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자 도깨비가 다시 나타난 정수동에게 백 냥을 주고 갔습니다.

이 일은 몇 주간 반복되었는데 정수동은 이 돈으로 잔치를 열고 이웃을 도와주었습니다.
(정수동은 워낙 재물을 하찮게 여겼기 때문에 저축 같은 건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깨비가 돈을 갚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 흐음.. 도깨비들이 눈치를 챘구나.. 이놈들이 가만 있지를 않을텐데.. " 


정수동의 말대로 다음 날 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정수동이 키우던 개가 지붕위에 올라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기이한 일이라고 불안해 하는데, 정수동은 껄껄 웃으며 좋아하며 말했습니다.

" 동네 사람들 이것 보시요.. 이 녀석이 도둑놈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 잘 살피려고 지붕에 올라가 망을 봤나 보우..
  이 얼마나 대견한 놈이요! " 

정수동의 능청에 마을 사람들도 맞는 말이라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되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분명 화창한 날씨인데 정수동의 집만 폭우가 쏟아져서 방안이 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집에서 나온 아내와 자식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데.. 

정수동은 낚시대를 들고와 웃으며 말했습니다.. 

" 허허.. 내가 마침 낚시를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방안에 낚시터를 만들어 주다니 고마운 일이구나.. " 

가족들은 이런 정수동의 웃음에 황당해 질 뿐이었죠.


이렇게 몇 번 도깨비들이 조화를 일으켜 말썽을 부렸지만 정수동은 오히려 즐겁다는 듯이 반응했습니다.

그러자 도깨비들도 약이 오른 듯.. 이번엔 정수동의 밭에 돌과 바위를 갖다 놓았습니다.

아내가 농사를 못 짓겠다고 울상을 지었지만 정수동은 오히려 춤을 추며 즐거워 하는 것이었습니다.

" 농사 망쳤는데 뭐가 그리 즐겁소? " 

" 허어.. 부인 뭘 모르시오.. 이렇게 바위 덕분에 비바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즐겁소..
  난 도깨비들이 밭에 똥을 뿌려 놓을까 봐 걱정했는데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단 말이요. " 

아내는 정수동의 능청에 역정도 못 내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밭에 가보니 밭에 놓여 있던 돌들은 사라지고 대신 온통 똥이 뿌려져 있었습니다.. 

그러자 정수동은 망했다며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정수동은 화가 난 듯 도깨비들이 있는 곳으로 쳐들어 가려고 하자 마음 사람들이 말렸습니다..

그러자 정수동은 자신에게 좋은 생각이 있으니 같이 가서 도와달라고 했고, 담이 쎈 몇 몇 마을 사람들이 그를 따라 성황당으로 갔습니다. 


정수동은 성황당 나무에 대고 소리쳤습니다.

" 내 그동안 네놈들의 장난을 고이 넘겼으나 남의 농사까지 망치니 참을 수 없도다.. 
  여기에서 썩 나가지 않으면 네놈들을 가만 두지 않겠다.. " 

정수동의 말이 끝나자 한 줄기 바람이 불어 정수동의 몸을 휘청하게 했습니다.. 

" 이놈들이 나를 우습게 아는구나.. 그럼 어디 내 힘을 보아라.. 
  이제 곧 있으면 달이 사라질 것이다.. 어디 한 번 재주껏 막아 보거라. " 

정수동이 소리치며 하늘에 대고 주문을 외우자 달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뭐 아시다 시피 월식이죠.)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놀란 듯 당황해 하고 있는데 정수동이 다시 외쳤습니다.. 

" 자.. 나의 힘을 보았느냐.. 내 좋은 말 할 때 여기서 썩 꺼지거라.. 안 그럼 가만두지 않겠다.. " 

정수동의 으름장이 통한 듯 이후 그 마을에서 도깨비들이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깨비들이 뿌린 똥들이 거름이 돼서 정수동의 밭은 그 해 가을날 풍년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출처 루리웹 백택 님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community/327/read?articleId=4697896&bbsId=G005&searchKey=subject&itemId=145&sortKey=depth&searchValue=%EC%A0%95%EC%88%98%EB%8F%99&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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