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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6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2
조회수 : 61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2 01: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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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시간은 아침 7시였다. 오랜만에 창수는 등교시간보다 많이 일찍 일어났다.
 
조금 늦장을 부릴 셈이였다. 고모부는 주무시고 계셨고 고모는 출근을 위해 단장하신 채 잠시 누워 아침뉴스를 보고 계셨다.
 
7시 뉴스타임. 창수는 고모가 보고 계시는 아침뉴스를 같이 시청하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말이다. 그런데 창수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을 느끼고 있었다.
 
뭔가를 놓치고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였다. 창수는 아침뉴스 시청을 멈추고 이를 닦고 세수를 했다.
 
그래도 영 찜찜한 게 가시지 않아 머리까지 감아버리고 욕실에서 나왔지만 그것은 사라지질 않았다.
 
그 때 창수의 머릿 속에 뭔가 스쳐지나 간 것이 있었다. 미술 시간, 1교시, 준비물, 크레파스.
 
창수는 수건으로 머리를 거칠게 닦으며ㅡ아버지에게 배운 버릇이다ㅡ 고모에게 말했다. 고모, 어제 미술 준비물을 안 샀어요.
 
누워 아침뉴스를 시청하고 계시던 고모는 조금은 기계적으로 창수에게 대답했다. 얼마가 필요하니?
 
사천원이요. 창수는 천오백원을 더 높여 말했다.
 
고모는 옆에 두었던 가방을 자신 쪽으로 가져와 지갑을 꺼내어 뒤졌다. 여기, 아껴쓰거라.
 
창수는 고모에게 만원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고모. 창수는 자신도 모르게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2.
 
날이 흐렸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 하지만 창수는 비가 올거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창수는 비 오는 날씨를 좋아했다. 하지만 자신이 오늘 비가 온다고 생각을 하면 그 날은 항상 비가 오지 않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모의 집에서 50m 정도 떨어진 문구점을 향해 걷고 있었다.
 
참새들이 신나게 재잘거렸고 바쁘게도 날아다녔다. 흐린 날씨에 조금은 아이러니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타난 까마귀 같은 것들이 창공을 빨리 날아갔다.
 
창수는 문구점을 향해 걸으며 그런 광경들을 보고 있었다.
하체가 부실한 창수는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금방 털고 일어났다. 창수는 두리번거렸다.
 
뒤에 같이 걷던 한 젊은 여자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창수도 기분 좋게 미소 지어주었다.
 
도착한 문구점의 간판은 빛과 색이 바래있었다.
 
밤에 보면 을씨년스러울 정도였다.
 
창수는 고모의 동네로 오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 동네의 모든 것들이 적응이 되질 않았다.
 
문구점의 점장은 40대 정도로 추정되는 남자였다. 아이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인상이 좋지 않은 그런 얼굴이였다. 크레파스 있나요?
 
문방구인데 크레파스는 당연히 있지. 질문을 하자 남자의 인상이 장난기 있는 얼굴로 바뀌었다.
 
크레파스 싼 걸로 주세요. 주인남자는 크레파스를 찾기 위해 몸을 숙였다.
 
그 사이 창수는 주머니를 뒤졌는 데, 주머니에 있던 만원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창수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났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만원, 큰 돈, 용돈, 고모.
 
이걸 찾니? 그 때 창수의 뒤에서 한 여자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아까 창수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준 이름 모를 여자였다.
 
여자는 창수의 만원을 담배 잡 듯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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