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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봤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스포주의]
게시물ID : movie_327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고구마가좋아
추천 : 5
조회수 : 65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8/27 00:12:23

호불호가 갈린다. 졸작이다. 수작이다.

말이 많은 영화라 일단 큰 기대는 안하고 갔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인물의 내적변화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하여

인물의 행동이 너무 개연성없이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은 좀 있었고


과연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변화하는 지에 대한 영화의 큰 틀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영화를 보는 중간에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곱씹어보니 생각보다 좋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이 관객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 것인지 꿈보다 해몽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느꼇습니다.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제7태창호 사건은 중국인49명, 조선족11명이 태창호에 숨어 2001년 10월 전라남도 여수로 밀입국을 시도하다가 질식사하자 선장과 선원들이 사망한 26명을 바다에 버려버린 사건이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인물들의 극적인 상황을 고조시키기 위해 2001년에서 1998년에서 년도를 옮겨 IMF라는 사건을 개입시키고

갈등을 극대화할 수 있게 살을 붙여나갔다는 점에서

극 중 인물들을 그 당시 나라의 상황에 비유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쓰신 글 중에 선장과 그 선원들을 IMF에 무너져버린 기업, 우리나라에 비유한 리뷰를 몇 개 봤는데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있는 것 같습니다.

(잘 나갈때 하루밤에 200만원씩 쓰던 선장이 자신의 몰락을 막기위해 밀항까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 선장과 함께 침몰해버리는 선원, 전진호가 그 당시의 기업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모습이 아닐까.. 정도의 생각

 제작자가 봉감독님이니 더더욱 그런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은 인물들이었습니다.

이 영화의 인물들은 명확한 케릭터와 롤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배, 그리고 가족만을 생각한 선장

선장의 말이라면 충실히 따르는 갑판장

여자를 밝히는 두 선원 

할머니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 좋은 고등학교까지 마쳤지만 험한 뱃일을 하게 된 선원 등 영화 초반부터 그 들의 케릭터가 명확합니다.



재밌는건 이 케릭터들이 배에서 일어난 사건, 그리고 해무를 겪으면서 그 성격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뚜렷해진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자신의 배를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치 않게 되버린 선장

처음에는 선장에 명령을 따르지만 주춤하던 모습을 보이던 모습에서 이제는 선장의 말이라면 살인도 서슴없이 하게되는 갑판장

여자때문에 장난처럼 싸우던 모습에서 이제는 목숨까지 걸고 싸울 정도로 미쳐가는 두 선원

순수했던 모습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위해 사람도 죽이게 되는 선원



모든 인물들이 성격이 처음에 그 모습에서 그 방향 그대로 극단적으로 변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왜 인물들의 성격이 변화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인물들의 극단적인 변화가 '왜' 생겼는지에 설명하기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돌이킬 수 없는 극한상황에서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부족해보이는 영화의 개연성과 흐름들이 이런 인물들의 변화에 의해 충분히 설명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음..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영화의 시작에서 그물에 다리가 걸려 위험했던 동식을 구해주기 위해서

배의 유압호스까지 끊어가며 살려준 선장이

마지막에 밧줄에 다리가 걸려 목숨을 잃게 되는 모습이 첫장면과 대비대며 인상깊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해무의 존재감은 좀 미미했던 것 같습니다.

해무속에서는 좌표도 소용없다는 선장의 말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들이 가야할 마지막 좌표마저 잃어버리고 갈등과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게 하는 장치이긴 하나

생각보다는 영화내에서 해무의 존재감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논란이 많았던 정사씬을 보는 그 순간 제가 생각났던 것은

"그래 6.25전쟁때도 전쟁둥이들이 많았다고 하지 않았나.. 사람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오면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종족보존이라는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 저런 행동도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였습니다.


다만 영화가 완전히 끝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홍매라는 인물이 자신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간에

살아남기위해서는 동식이라는 인물만이 유일한 해결책이고 이 사람을 반드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행한 행위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상황에서 깨어나자마자 떠나버린 홍매의 모습에서

과연 홍매가 찾던 오빠는 정말 친오빠일까?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분명 잠시나마 동식을 사랑하던 모습을 보였던 홍매였는데..

홍매의 아들과 딸은 4~5살은 되보이니.. 

동식을 떠나자마자 다른 사람과 결혼을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홍매의 모습은 극한의 상황에서 단순히 살기위한 행동이였을까..



하지만 6년이 지나도 여전히 라면에 청량고추를 넣는 홍매를 보니

홍매의 마음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혹시 마지막의 아이들은 과연 동식의 아이일까요?

그 당시 임신이였다면 아이들의 나이가 6살이 되야하는데 그러기에는 두 아이가 너무 어려보이는 것 같습니다.



라면에 청량고추를 추가하던 여자가 홍매인지 아닌지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영화에서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가려놓고

크레딧에서 "홍매 딸"과 "홍매 아들"로 역소개를 하는 감독의 친절함에 고마움과 혼란을 느낍니다 ;) 




리뷰를 쓸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이 밖에도 흥미로운 요소들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 어두운 분위기와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니 호불호가 갈릴 영화이지만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과연 영화의 부족한 부분을 관객의 생각으로 풍부하게 채우려는 의도였는지

혹은 부족한 연출력이 배우들의 명연기에 의해 어느정도 커버된 것인지 감독의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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