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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말달치기의 고백
게시물ID : panic_86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기분♡전환
추천 : 25
조회수 : 4356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3/23 04:02:02
한 편 더 올립니당..
재미있게 봐주세용 감사합니다..
 
 
 
 
 
 
 
걱정하지마. 나도 말달치기가 되기 전까진 이게 뭔 말인지도 몰랐으니까.
예전에 소매치기를 부르던 말이래.
우리 보스만 이 말을 쓰는데, 나름 이유가 있어.
왜 우리를 말달치기라고 부르는지 궁금하지?
어제였으면 볼 수 있었는데.
같이 다니면서 보스가 나같은 십대 부랑아들에게 가르친 기술을 직접 구경하면서 말야.
길을 가다가 아무나 한 명을 딱 찝고 우연을 가장해서 부딪히거든.
그 사람은 다시 인파 속으로 사라지지.
보통은 거의 못 알아채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자기 몸을 더듬으며 지갑이 어딨나 찾아.
그러다 지갑을 찾고 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지.
근데 우린 지갑이나 훔치는 일반적인 소매치기가 아니야.
시간을 훔쳐.
그래서 보스가 우리를 말달치기라고 하는거야.
아, 악마같은 사람은 아니고 나름 규칙이 있어.
 
"딱 한 달만 훔쳐라. 한 달이야. 죽기 전 마지막 한 달. 다들 마지막 한 달은 아쉬워하지 않아. 오히려 우리한테 고마워 할 걸."
 
나도 알아. 그런 식으로 말해서 우리가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를 하길 바랐겠지.
뭐 보스 말이 진짜 맞을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가 이용당하는 중일지도 모르지만 집 없는 애들이 더 나쁜 쪽으로 흘러 갈 수도 있었으니.
자 이제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훔치는지 궁금하지? 
자세히 알려줄 순 없지만.
말하자면 한 달을 훔쳐서 작은 수정에 슬쩍 숨기는 방법을 배운 거야.
수정 자체에 원래부터 마법같은 힘이 있다고 믿는 머저리도 있던데.
여튼 방법만 알면 시간을 가둬두는 데에는 편하게 쓸 수 있어.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훔쳐온 한 달을 사용하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더라고.
그래도 보스 밑에서 오래 일하면서 본 게 좀 있지.
보스의 고객은 거의 늙다리 부자거나 지옥에서 나와 사람 형상을 하고 있는 악마였어. 
부자들이 어떻게 수정을 사용하는지 모르지만 악마들은 수정을 사탕인양 먹어 치우더라고.
보스 주고객도 악마들이야.
아니다 악마들이었어.
오늘 보스의 전당포엘 갔었거든.
 
"이거 전부 못쓰는 거잖아요. 제대로 된 거로 주세요."
 
속이 텅 빈 크리스탈을 건네면서 보스에게 말했어.
근데 허공만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는 거야.
 
"저기요? 보스? 정신 차리세요, 보스."
 
천천히 나를 쳐다보는 보스의 얼굴이 여느 때보다 늙어보였어.
손을 막 떨면서 숨겨둔 상자를 꺼내고는 수정을 쏟아냈는데.
예전엔 알차게 여물었던 수정이 지금은 죄다 깨지고 검게 변했더라고.
무슨 뜻인지 금새 알아채고 보스를 바라봤어.
슬픈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지.
 
"물량이 떨어져서 고객도 떨어져 나갔다."
 
자 여기까지가 내 고백이야.
더이상은 말달치기가 너의 시간을 뺏어갈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돼.
훔치려고 해도 이젠 못하거든.
한 달이 남은 사람이 이젠 없어.
 
 
 
 
 
 
출처 Confessions of a Buzzgloak
https://redd.it/49gyyc by IPostAtMid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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