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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69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3
조회수 : 7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5 0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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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파란 우비 사람의 왼손에서 무엇인가 펄럭이며 떨어졌다.
 
그것은 비로 생긴 웅덩이에 떨어졌다. 파란 우비 사람은 십초 정도 가만히 서있다가
 
창수 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골목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창수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라도 파란 우비를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주지 않는다면 자신이 쫓아가 저 파란 우비의 정체를 밝히고 싶었지만 그럴 만한 기운이 창수에게는 남아있지 않았다.
 
너무 많이 울어버렸기 때문이다. 비록 찬 비가 내리기는 하였지만 창수는 한 여름 날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찰랑찰랑 발소리를 내며 창수가 파란 우비 사람이 서있던 비 웅덩이 쪽으로 걸어갔다.
 
비 웅덩이에는 사진 한 장이 떠있었다. 사진 속에는 여자 애기인지 남자 애기인 지 분간이 가지 않는
 
평범한 아가 옷을 입은 1살이나 나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애기가 있었다.
 
창수는 그 사진 속의 애기가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괴상한 생각을 했다.
 
방금 파란 우비 사람을 본 후 줄곧 엄마는 살아계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였다.
 
또한 자신을 닮지 않았으나 이 애기는 분명 내가 맞을 것이다. 라는 생각도 했다.
 
창수는 사진을 집어올려 빤히 보기도 하고, 뒤집어보기도 하였다.
 
뒤집는 짧은 순간에 무언가라도 쓰여있길 바랬지만 역시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창수는 사진을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 넣고, 파란 우비가 사라진 골목 쪽을 바라보았다.
 
골목은 휘지 않고 일직선인 것 처럼 보였다. 낡고 바랜 민가들이 밀집한 골목이였다.
 
그리고 몇 미터 정도 들어가보면 세탁소도 있었고, 분식집도 하나 있었다.
 
더 깊은 쪽을 들여다보았을 때는 점집이 하나 보였다. 육십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였다. 골목의 끝이였다.
 
창수는 가슴 쪽에서 무언가 뜨겁고 빠른 것을 느꼈다. 자신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진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문제와 궁금증을 창수는 확실히 해소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다. 창수는 저 멀리 보이는 점집에서 힌트가 하나 생각났다.
 
점을 보면 돈을 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안 들었던 건 아니지만 창수는 자신이 큰 돈을 가지고 있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릴 때 부터 용돈을 많이 받지 못했던 창수는 고모와 살게 되며 고모에게 자주 받는 그 용돈들이 항상 큰 돈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서 팔천원을 꺼내 세어보며 창수는 점집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앞에 보이는 점집에는 점집마다 간판이나 대문에 새겨놓는 보편적인 문양이 있었다.
 
창수는 언제나 그 문양을 [귀신]이라고 읽었다. 파란 우비 사람은 나만 보였던 걸까?
 
창수가 걱정하는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가방에 있는 그 사진만은 누구라도 보고 만질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됐다.
 
그리고 그 사진도 무당에게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점집 대문 앞에 다다른 창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무당들의 성격에 대한 생각이였다.
 
창수가 생각하는 무당의 이미지들은 전부 눈가가 시뻘겋고 충혈된 귀신보다 더 귀신 같은 이미지였고
 
그 덕분에 대문을 똑똑 두드리는 것 마저 겁이 났던 것이다.
 
그래서 육십미터 정도 되는 거리의 점집을 십오분이나 걸려 도착한 것이다.
 
골목엔 적은 수의 사람들이 종종 지나다니고 있었다.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의 지름길인 것 같았다.
 
장을 보고 장을 본 물건들을 검은 봉지에 싸 들고 가는 아주머니, 높은 구두를 신은 젊은 여자, 걸음걸이가 위태로운 할아버지.
 
아주머니, 여자와는 눈을 마주쳤고 할아버지는 창수를 못 본 듯이 위태롭게 걸어갔다.
 
점집의 파란 대문 밖으로 나와있는 구부러진 굵은 나뭇가지의 풀잎들에선 아까 내린 소나기의 빗방울들이 똑똑 떨어졌다.
 
똑, 똑, 그 소리를 음악삼아 듣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십분이 지났을 것이다. 창수는 손목의 시계를 보았다.
 
동급생들이 하교하고 있을 시간이였다. 오후 세 시.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대문을 두드려 점집에 들어가는 것도 창수에겐 쉬운 일이 아니였고.
 
점집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집에 갈 채비를 하는 것도 창수에겐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점집 앞에 누군가 빨간색 차를 몰고 왔다.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창수의 눈길도 끌 수 있을 만한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깔끔해보이는 세단이였다.
 
차의 시동이 꺼지고, 차의 문이 열렸다. 파란 자켓 같은 것의 소매가 보이는 하얀 손이 나왔다.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는 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 손이 하얀 사람은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차에 던져넣는 것처럼 보였다. 그 얼굴을 봤을 때, 창수는 조금 놀라운 마음을 가졌다.
 
오늘 아침에 만났던 창수의 만원을 주워준 기분 좋은 미소의 그 젊은 여자였다.
 
"안녕? 무슨 일이니 꼬마야. 이런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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