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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1
게시물ID : panic_869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료亮
추천 : 7
조회수 : 107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25 16:45:50

1. 밤나무골 효자 이야기


날 옛적에 유난히 밤나무가 많아 가을마다 마을사람들이 다같이 모여 밤잔치를 벌이고는 했다는 밤나무골에
효심이 지극한 효자가 한명 살았다. 그 효자는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를 모시며 살고 있었는데
그 아버지를 모시는 마음이 아주 갸륵해 마을사람들 중 모르는 이가 없었고 저마다 입을 모아 효자를 칭찬했다.

원래부터 워낙에 없는 살림에다 병약한 아버지덕에 효자는 어렸을적부터 갖은 고생을 도맡아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아버지는 항상 내가 일찍 죽어야 아들이 편할텐데, 하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 아들은 그런 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아버지께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하며 사정했다. 밤나무골이야 아주 작은 마을이고 사람들이 원래
이 많은지라 이런 사정을 모를수가 있을까. 그러니 효자를 불쌍히여겨 일거리가 있을때마다 그를 불렀고
아낙들은 남은 밥이며 찬따위를 싸서 종종 아이들편에 보내고는 했다.

암만 그래도 항상 일거리가 있을수는 없는 법. 정 자리가 없어 푼돈조차도 벌기 힘들때마다 효자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하고 나물을 캐 죽을 끓여먹고는 했다. 언제적부터 시작된 것인지 기억조차 나지않는 아버지의 기침병은 
나을 기미는 커녕 나날이 악화되고있었지만 아들이 그리도 고생하는 것을 알고있는지라 큰 내색도 못하고 물론
약도 한첩 지어먹지 못했다. 그 고질 기침병은 겨울만 되면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는데 그럴때 마다 효자는 눈물
바람으로 아버지 곁을 지키며 수발을 들어야했다.

느때와 비슷한 겨울날이였다. 아버지의 기침은 멈출줄을 몰랐고 오래된 병상생활에 앙상해진 몸이 힘없이
들썩일때마다 아들은 옆에서 안절부절하며 얼마 없는 나무나마 불을 더 세게 떼어야하나 뭐라도 드셔야할텐데
하며 고민이였다. 그러다 잠시 기침이 멈추고 정신이 좀 든 아버지가 잔뜩 쉰 목소리로 아들에게 물었다.

" 혹시 예전에 둘이 뒷산에 올라가 밤을 따다가 발견했던 샘물이 기억 나느냐?"

그 샘이라면 분명히 효자가 열살쯤 됐던 해였던가 아버지의 건강이 이정도로 나빠지기 전으로 부자간에 다정히 
뒷산에 올라 밤송이를 따던때 문득 목이 말라서 주변을 살피다가 발견한 것이였다. 그때 그 물맛이 아주 달고 
시원해서 몇안되는 행복한 기억으로 효자의 뇌리에 남아있었다. 효자는 새삼 빛바랜 추억이 반가운듯 당연히 
기억이 난다며 대답하고는 갑자기 왜 그러시느냐 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두어차례 잔기침을 내뱉고 
나서 말을 이었다.

" 그때 그 샘물이 마시고 싶구나. "
" 지금은 겨울이라 샘이 꽁꽁 얼었을텐데.."

워낙에 작고 얕은 샘이라 이런 날씨에는 분명 강얼음이 얼었을것을 뻔히 알고있는 효자였지만 도통 뭔가를 
부탁하거나 해달라고 하는 법이 없는 아버지의 부탁이라 정 안되면 얼음이라도 깨오자는 심정으로 집을 나섰다. 

행히 집을 기둥째 뽑아갈것마냥 불어대던 칼바람은 좀 잦아들어서 생각보다 수월하게 뒷산을 오를 수 있었다. 
그래도 제대로된 솜옷 한장 없이 얇은 옷가지를 겹겹이 입고있는것이 다인지라 금새 팔다리가 뻣뻣해져오고
빼꼼히 나온 손과 손가락에는 이미 감각이 없었지만 물이나 얼음을 가져갈 바가지는 끝까지 놓지않았다.

효자는 어린시절의 짧은 기억에만 의존해 이리저리 길을 헤맸지만 샘물은 도통 나타나지를 않았다. 점점 온몸을
타고 흐르는 추위에 콧속까지 얼어버려서 거의 한계에 도달한 그는 이대로 샘물을 찾지조차 못하고 하산해야
하는건가 하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의 그런 모습에 분명 하늘도 탄복한 것인지 그는 결국
그때 그 샘물을 발견하게되었다. 그런데 분명 얼어있을것이라 생각했던 샘물은 주변의 하얀 풍경과는 이질적으로
살얼음조차 내려앉지않은 모습이였다. 참으로 기묘하다며 고개를 갸웃대던 효자는 이내 바가지로 물을 떠냈다.
그러자 맑은 물이 넘칠듯 찰랑대던 샘물이 순식간에 말라버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놀란 효자는 눈을 의심하며
샘물의 바닥을 손으로 훑어보았지만 눈에 보인 그대로 샘은 바싹 말라있었다. 귀신에 홀린건가 하며 바가지를
내려다보았지만 바가지 안의 샘물은 그대로였다. 이것이 어떻게 된것인가 어쩔줄 몰라하는 찰나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 추위에 샘물을 가지러 여기까지 오다니.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것이오?"

누군가 있을거라도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라 소스라치게 놀란 효자는 그 와중에도 바가지의 물이 흐르지않게
제대로 붙잡으며 목소리가 들린곳으로 몸을 돌렸다. 그곳에는 아주 얇아보이는 옷가지 한장만 걸친 고령의 중이
한명 서 있었다.

"누구십니까?"

마을에서도 본적이 없는 얼굴이라 조금은 경계하면서 효자가 중에게 물었다.

"그냥 떠돌이생활을 하고 있는 늙은 중이오. 이제 내 물음에 대답을 해주지않겠소?"

대수롭지않다는듯 대답하는 중을 바라보던 효자는 약간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아무래도 악인은 아닌듯한 
인상에 의심을 풀고 대답했다.

" 아버지께서 몸이 많이 편찮으신데 도통 아무것도 못드시던 분이 이 샘물이 꼭 마시고 싶다고 하시기에.. 다행히
이 샘을 찾아 물을 떠가는 참입니다."

"오호.. 보기드문 젊은이로고. 그래 내가 바쁜 사람을 붙잡았소. 어서 가보시오."
"아닙니다. 스님께서도 같이 마을로 내려가시지요.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아니오. 나는 여기서 더 할것이 있어서. 마음은 아주 감사히 받겠소."
"그렇다고 하시면야...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묘한 느낌의 중을 뒤로하고 효자는 재게 발걸음을 옮겨 집으로 향했다.

2. 짚인형

낙 산길에 눈이 밝은지라 돌아오는 길을 쉽게 찾은 효자는 금새 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헐레벌떡 
샘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 효자에게 이런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샘물을 애타게 찾던 아버지는 
이미 싸늘하게 숨을 거둔 채였다. 말도안된다며 이미 강을 건넌 아버지의 곁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보았지만
온기는 완전히 떠나간 후였다. 신이 너무 느리고 둔하여 아버지가 원하시던 샘물도 한모금 못드리고 임종도 
지키지못했다며 효자는 가슴을 치고 울었다. 불효자도 이런 불효자가 없다며 울음을 토하는 효자의 손에서 
내팽겨쳐진 샘물이 든 바가지는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놀란 이웃들이 달려왔는데
참담한 그의 모습을 보고는 직감적으로 그의 병든 홀아버지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렀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찌어찌 
마음을 추스린 효자는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약소하게나마 장례를 치르고 뒷산에 아버지를 안장할 수 있었으나 
아버지의 임종 이후 근면성실의 표본이였던 효자는 바깥 출입도 모두 끊고 아버시가 살아생전 계시던 방에만 
앉아있었다. 그런 그가 걱정이 되어 쌀죽같은걸 들고 방문한 마을 아낙들도 모두 돌려보내고 그렇게 반송장처럼 
우두커니 앉아 시간을 보냈다.

렇게 완전히 활기를 잃은 그가 어느 날 부터인가 다시 집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예전의 밝은 모습은 찾아볼수
없고 얼굴도 많이 야윈 상태였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갈 마음이 생겼나보다 하고 마을사람들은 안심했다. 말수가
확연히 줄어든 그였지만 예전에 일하던 것이 어디가지않는다고 맡은 일은 잘 해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더욱 
가엾고 안쓰러워서 사람들은 더욱 그를 챙겨줄뿐이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않아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효자의 정신이 조금 이상하다는 얘기였다. 이 얘기의 시작은 옆집에 사는 눈치없기로 유명한 김씨 부인이였다. 
효자가 조금은 생기를 찾아가는것 같아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냈다는 김씨부인은 효자가 이상한 얘기를 했다며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던 건넛집에 사는 마당발 공씨댁에게 속삭였다.

" 내가 글쎄 사내 혼자 지내기 많이 적적할텐데 괜찮냐고 넌지시 물었더니 뭐래는지 아우? 아니 아버지가 계신데 
자기가 뭐가 외롭냐는거야. 그래서 내가 놀라면서 아버지는 돌아가시지않았냐 물으니까 어깨를 으쓱하면서 저기
방에 잘 계신데요, 하더라고. 엄머야, 어찌나 무섭던지. 아니 죽은 사람이 방에 있대잖어. "

이이는 눈치가 이다지도 없을까, 상 치룬지 얼마 안된사람 상처를 잘도 들쑤셔놓는구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공씨댁은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놓치지않고 여기저기에 물어다나르기 시작했다. 이 이야기는 퍼지고 퍼져 안그래도 작은
마을에 모르는 사람은 효자 한명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들을 가만히 지켜보던 마을의 터줏대감 김영감은
몸소 효자를 방문하게된다.

"성주는 집에 있는가?"
"아 영감님 아니십니까. 지금 나갑니다."

마침 나무를 다하고 집에 와있던 효자가 냉큼 현관으로 나와 김영감을 맞았다. 

"어쩐일이십니까? 누추하지만 들어오시지요."
"아닐세. 내 한가지 물어볼것이 있어 왔네."
"저에게요? 무엇을 물어보신다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효자를 잠시 바라보던 영감은 이내 마을에서 어떤 얘기가 돌고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며 그것이 사실인지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효자는 대수롭지않다는듯 웃으며 대답했다.

"예. 아버지 지금 방에 잘 계십니다. 정 이상하면 들어와서 보시지않구요."

아무렇지않아보이는 효자를 멍하게 쳐다보던 김영감은 잠시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다가 그러마, 확인해보자. 하고
효자의 집에 발을 들여놓았다. 효자는 영감을 안채쪽으로 안내했고 그곳에서 뭔가를 발견한 김영감은 조용히 탄식을
내뱉았다.

효자의 아버지가 살아생전 사용하던 요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것은 짚으로 만든 인형이였다.








******

예전에 쓰던 글이 생각나서.. 이렇게 길진않았던거 같은데 이것저것 살을 붙이다보니까 제법 길이가 나올거 같네요.
이게 끝난건 아니고 비슷한 길이로 두편 정도 더 나오지 않을까...싶은데 이거 공게에 올리기엔 아직 공포요소가
없는것 같기도 하고 ㅠ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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