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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끔찍하게 무서웠던 나의 기숙사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69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49
조회수 : 8319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6/03/25 18: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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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난 겁이 많음.

어릴 적 티비에서 딥블루씨를 본 뒤 부산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바다엔 잘 못 들어가며, 해운대는 눈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함.

간혹 바다에서 물놀이를 할 때면 물속에서 다리를 최대한 오그리거나 사방으로 들고 차고 있음. (상어를 물리치기 위해)
 

마찬가지로 공포영화는 절대 못 보지만 공포글을 읽고는 일찍 잠자리에 듬.

저녁 일찍 아님. 아침 일찍.. 날이 밝아오면 그 때 잠.

무서운 얘기를 읽고서 뒷감당 못해 밤을 꼴까닥 새어버리는 것임!!!

나란 여자 그런여자 한치앞도 못 보는 여자.

미래를 내다볼 줄 모르는 여자!!!!

그런 내가!! 그 무서운 기숙사에tj 한 학기나 지냈다는 게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됨.

하아..
 
 
먼저 난 스스로 굉장히 밝고 유쾌하며 어두움과는 거리가 멀고, 멘탈과 바디가 건강한 여성이라 자부하고 살았었음.

그래서 대학교 2학년 1학기에 시작된 어두운 기운에 나는 몹시도 당황했었음..

 
기숙사는 1년마다 방이 배정되었음.

1학년 때는 방을 배정받아 아무 탈없이 두 학기 모두를 룸메이트와 알콩달콩 잘살 았었음. (두 살 많은 언닌데 재밌는 에피소드 진짜 많음 ㅋㅋㅋㅋㅋ)

그 언니와 나는 앞으로 계속 같이 살자 약속했으나 언니는 내가 2학년이 되던해 어학연수를 떠났고ㅜㅜ

나는 홀로 기숙사 신청을 함!!

나는 내가 살던 동에 또다시 배정되길 원했지만.. 다른 동에 배정이 됨.. 하지만 바꿀 수 없기에 학기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 새로운 나의 방에 짐들을 가져다 두기 위해 기숙사를 갔음.

아빠차에 짐을 한가득 싣고 오후 두 시쯤 기숙사 건물 앞에 도착을 했음.

건물 외부는 깔끔한 이미지가 아닌 빨간 벽돌로 되어 있었고 조금은 허름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서운 느낌은 없었음,

 
'이제 내가 여기서 살아야하구나' 생각하며 건물내로 들어서는데,

바닥과 벽의 차가운 대리석?타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냉기가 돌았음.. 사실 이건 어느 건물이나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의 냉기였던것 같음.

내방은 3층이었고 짐을 양손 가득 들고 올라가 내방으로 들어섰음.

벽지며 화장실이며 약간은 옛것의 느낌이 났음...

그 방의 첫느낌은 말그대로 음산하다.. 들어서기 싫다.. 였음.

방의 한쪽 벽면에는 전신거울이 걸려 있었고,

옷장 두 개, 책상 두 개, 부엌과, 싱크대,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었음.
 
asd.jpg

어떤 구조인지 대충 감이옴??? (왼발로 그렸으미ㅜㅜㅜㅜㅜㅜㅜㅜ죄송ㅜㅜㅜㅜㅜㅜㅜ)

아빠와 함께 짐을 여러 번 왔다갔다 하며 모두 나르고 기숙사를 청소한 뒤 다시 아빠차를 타고 집으로 내려왔음!!

개학날이 되어 나는 기차를 타고 학교로 왔고 친구들과 잠깐 만난 뒤 그 기숙사로 향했고 그 날 처음으로 룸메를 만났음!
(난 책상2와 옷장2를 사용했고, 룸메가 1번을 사용했음.)
 

워낙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라 룸메와는 금방 친해졌고 며칠 지나지 않아 야식을 시켜 먹으며 함께 드라마를 시청하는 사이가 되었움*.*

한 3일쯤 됐었나?ㅋㅋㅋ 야식을 먹고 이런저런 얘길 하다가 내가 기숙사에 처음 왔을 때의 음침했던 느낌에 대해 얘기했음.

그러나 룸메는 별느낌이 없었나 봄ㅜㅜ

그냥 기숙사 내부가 침침해서 나만 그리 느꼈나 보다.. 하고 지나갔음.

그 날 저녁 룸에와 둘이 누워 또 각자의 학과 얘길 하다가 룸메가 먼저 스스르 잠이 듬. 

나도 눈꺼플이 무거워져 잠들려고 하는 찰라!!

현관 센서등이 뙇!!!!!!!!!!! 켜짐.

O.O ?????????????

뭐지?????

나는 순간 최대한 조심스럽게 눈을 감음.

눈을 뜰 용기가 없었음ㅜㅜㅜㅜㅜㅜㅜ 왜 그랬는진 모르겠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주위가 탁 어두워진 걸 느낌.

눈감아도 밝기는 느끼지잖슴?

슬며시 눈을 뜨니 센서등은 꺼져있었음!!

나 홀로 마음을 다스림... 센서등... 오작동인가? 오작동일꺼야 오작동일꺼야 오작동이였다
오작동이다 당연히 오작동이다 누가뭐래도 오작동이다 틀림없이 오작동이다 오작동이 확실하다

이러면서 잠을 청했고, 다음 날 눈을 떠서 룸메에게 어제 센서등 저절로 켜졌었단 말을 함!!!

룸메도 진짜냐며 했으나 그때까지 우린 잠깐 의문스럽고 말았음.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났음.

수업을 마치고 선배들과 내 친구들은 학교 앞 고기집에서 고기를 먹고, 난 환소(환타+소주)를 홀짝홀짝 마시고 밤이 늦어서야 기숙사에 들어감.

건물 밖에서도 계단 올라가는 쪽 창문으로 누구 올라가면 센서등이 켜지는게 보이잖슴?

내가 건물 앞까지 갔을 때는 모든 계단의 불이 꺼져 있는 걸로 봐서 지금 누가 올라가고 있진 않다고 생각을 했음.

건물로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가려고 하는데, 계단이 꺾이는 지점의 센서등이 켜져 있는 것임.

원래라면 입구에서 내가 계단을 몇 개쯤 올라가야 그 부분에 불이 켜져야 정상임.

다른 데도 그렇지 않슴?

누가 올라갔나?? 그럼 내가 기숙사로 들어가는 사람을 봤을텐데.. 이상하네 하면서 계단을 올라감.

그런데 그 위 계단도 불이 켜져 있는 것임. 이미 사람이 올라갔단 듯이.

그렇게 3층까지 불이 나를 맞이하듯 켜져 있었음.

기숙사 복도 양쪽으로 방들이 쭈욱 있는데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센서등 두 개만이 켜져 있는 것임.

그 말인 즉
 
nn.jpg

앞쪽에 있는 방에 사는 사람 중 한 명이 들어갔단 것이겠죠?

그런가 보다 하고 방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옴.

그런데 샤워를 끝내고 보니 우리방 센서등이 켜져 있음.
(룸메는 책상에서 헤드폰을 꼽고 이널넷 서핑중이었음. 현관을 등지고 앉아 있어서 몰랐나 봄.)

아.... 이놈의 센서등은 정말 맛탱이가 명왕성까지 가셨나-_- 하고 신경 안 씀.

그 날도 그렇게 조용히 잠이 드는가 했음.

난, 그 날... 난생처음 가위라는 걸 눌려 봄.

자다가 '딸랑딸랑~딸랑딸랑'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났는데 몸이 안 움직여지는 것임.

헉 이게 뭐지???????? 왜 안 움직여 지는 거야 ???????????? 이게 바로 가윈가???? 아 뭐지??? 어떡하지ㅜㅜㅜㅜ
나는 지금 램수면 상태에서 정신만 깨어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이상 현상에 봉착한 것인가...ㅜㅜㅜㅜㅜㅜㅜㅜ 

이런 생각을 하는 중, 그 소리는 점점 내방 쪽으로 가까워져 오는 걸 느낌.

그러더니 마치 밖에서 내 방안으로 들어온 듯 귓가에서 생생하게 들리는 것임.

공포를 느낀 나는 어떻게든 움직여 보려고 애를 썼지만 소용이 없었음ㅜㅜㅜㅜ으헝

그 방울소리는 한참을 내 바로 옆에서 들리다가 다시 점점 멀어져 감.

그리고 그 때 내가 용을 쓰니 몸이 움직여졌고 눈을 번쩍 뜸.

옆에서 자고 있던 룸메를 깨워서 가위 눌렸다고 무섭다고 얘기를 하고ㅜㅜㅜ

우린 결국 불을 켜놓고 다시 잠이 듬.

다음 날 문득 든 생각인데 그 소리는 마치 상여소리 같았음;;;

이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친구들에게도 가위눌린 얘기도 해 주었고, 

또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음.
 

그 날도 역시나 드라마를 보고 잠자리에 들려고 눕자마자 잠이 쏟아져 눈이 스스르 감기며 잠이 들려는 찰라 이상한 느낌이 몸을 휩싸며 그대로 몸이 굳어버림.

아 왜또 이러지?? 라고 생각하며 몸을 움직이기 위해 낑낑대는데 귓가에 발소리가 들림.

방바닥에 발이 쓸리는 소리..

책상에서 의자를 빼내는 소리.

책상에 있는 책들의 책장을 팔락팔락 넘기는 소리.

연필꽂이에 연필을 뒤적거리는 소리.

그러다 그 소리가 딱 멈추는 순간,

나는 소리가 들릴 때 보다 더 큰 공포를 느낌!!!!!!

아 이런 히말라야 열대어 같은 ㅏㅏㅓ니ㅏㄱㅁ굠ㄷ거(&ㅓㅏ러ㅣㅁ*(ㅁ곰ㄷㄹ우

왠지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만 있을 것 같은 그 느낌!!!!!!!!!!!!!!!!!!

ㅜㅜㅜㅜㅜㅜㅜㅜㅜ으헝ㅜㅜㅜ진짜 무서움

나는 반야심경과 모다라니 금강경도 외워보고 찬송가도 불러보고 관세음보살 예수그리스도 성모 마리아 조상신까지 다 찾음.

그렇게 한창 공포에 휩싸여 있다가 깨어남.

몸이 움직여지는 순간 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는데 룸메도 번쩍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있음.

우리는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음.
 
그리고 마침 정신나간 센서등 또한 켜져 있었음.
 

온몸에 소름이 일어남.

우리는 동시에 가위에 눌렸고 같은 소리를 들었고 같이 깨어난 것임.

그 날은 우리를 짖누르는 공포 때문에 무한도전을 틀어놓고 밤새 봄.

날이 밝아올 때쯤 되어서야 그 날 새벽 있었던 일에 대해 한참을 심각하게 얘기하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가짐.
 
 
 
그 날 이후로 룸메와 나는 잠이 들때 항상 긴장을 해야 했고,

그렇게 또 별일없이 시간이 흐르자 우리가 겪었던 일이 꿈같이 희미해져 갔음.
 
 
종종 내가 밤늦게 숙사로 들어오는 길이면 위에 말한대로 누가 나보다 몇 발자국 먼저 걸어가는 듯이 센서등이 하나하나 켜졌고,

꼭 내방 앞까지만 센서등이 켜져 있는 일이 몇 번 더 있었음.

매번 그러면 이 건물 센서가 좀 민감해서 미리 켜지나 보다 하겠는데 진짜 가끔만 그랬음..
 

또 맛이 많이 간 아주 간 계속 간 내방 현관 센서등도 간혹 저절로 켜졌고,

그 방에 온 이후로 왠지 모르게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하던 나는 싱크대 옆 작은 창문으로 늦은 시각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문을 열거나 닫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데 복도에 센서등이 켜져 빛이 새어들어오는 것을 자주 목격하곤 했음.

 
또 미스터리한 사건은,

어느 날 룸메가 과친구들과 밤새 노느라 들어오지 않은 날이었음.

새벽 한 시가 넘은 시간

"톡톡.."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남.

뭐지? 룸메 벌써왔나? 문 열고 들어올텐데 왜 두드리지?

아무 의심없이 나는 현관문을 열었음.

여러분은 예상했겠지만 문 앞엔 아무도 없었고 센서등이 내방 앞까지만 켜져 있었음.

멘붕이 된 나는 그대로 방에서 나와서 별로 친하지는 않지만 같은과인 동기의 방으로 갔고, 상황 얘기를 하며 하루만 재워달라고 해쑴.

ㅜㅜㅜㅜㅜㅜㅜㅜ착한 동기는 선뜻 받아주었고 무서우면 자주 와서 자고 가라고 말해주었음 흐미ㅜㅜㅜ고마워랑!!!!!!!!!!!!!!
 
 

그러던 어느 날이었음.

스산하게 안개가 자욱해서 기숙사로 오는 길이 무섭게 느껴졌던 날이었던 걸로 기억함.

그 날도 우린 닭과 콜라로 배를 두둑히 채우고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잠자리에 들었음.

이번에도 난 가위에 눌림 -_-

치찌지지ㅣ치찌치지지지지치지찌지 희안하고 괴상망측한 형언할 수 없는 소리가 나를 괴롭힘.

그러면서 발끝이 찌릿찌릿하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음.

한참 그 가위와 씨름을 하고 있는데 룸메가 비명을 지름.

덩달아 나도 가위가 풀리며 깨어났음.

내가 일어나 보니 룸메는 앉은채로 옷장 쪽을 보며 날보고 저기 보라고 저기 보라고!! 막 정신을 놓은 듯이 속삭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불을 키러 갈 수도 없었음.

룸메를 최대한 조용히 눕히고 나도 누웠음.

어둠속에서 룸메는 나에게 덜덜 떨며 귓속말로 속삼임.
 

"니 발 밑에 여자 서 있어... 우리 쪽 보진 않고 고개 푹 숙이고 발끝 내려다보고 있다... 

진짜 안 보여? 저기 봐바 저기..."
 

나는 너무 무섭고 룸메가 대체 무얼 보고 있는지 알길이 없었음.

아무리 봐도 내눈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음.
ㅜㅜㅜㅜ

둘이 미동도 못하고 한참을 누워있다가 내가 물음.

"아직.. 있어?"

그 자리를 흘깃 쳐다보며 "응.." 이라고 말하는 룸메는 덜덜 떨며 곧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음.

겁이 필요이상으로 많은 나는 눈을 감고 기도를 하며 어서 제발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람.

너무 무서우니 우리가 깨어있다는 사실을 절대 들키면 안 될 것만 같았고, 밖으로 뛰쳐나갈 수도 없었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아무 것도 듣지 못한 듯 숨죽이고 있는 일 뿐이었음.

숨막히는 공포였음. 

그러길 한참... 룸메가 "없어졌어.."라고 말한 순간 둘이 눈빛 교환을 한 뒤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감.

우리는 1층에 있는 사감실로 달려갔음.

 
자다깬 사감님께 우리는 마구잡이로 횡설수설하며 어버버거리며 울었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사감님은 우리를 들여놓고 마실 것을 주며 일단 자고 내일 침착히 얘기하자고 하셨고,

우리는 몹시 뒤척이다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서야 잠이 들 수 있었음.
 
 
 


2.

그렇게 우리는 사감님께 민폐를 끼쳐가며 그 방에서 대낮까지 잠이 든 덕분에 둘다 수업을 째고 사감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휴게실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룸메는 그때까지도 어젯밤 일을 입밖에 꺼내지 않고 있었음.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기색이 역력했음!!!ㅜㅜㅜ 

사실 나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 여태까지 '조금 의문스럽네' 하고 넘어갔던 센서등 사건과 여러가지 일들이 더욱 무섭게 느껴질 것만 같았음.

그래서 나는 외면하고 싶었음ㅜㅜㅜㅜㅜㅜㅜ

그냥 모른 채하고 싶었음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렇게 하루가 가고 저녁 때쯤 사감님이 돌아오셨고, 함께 기숙사 내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사감님 방으로 향했음.. 

사감님께선 우리에게 어젯밤 일을 얘기해보라 하셨고 내가 먼저 얘기를 꺼냈음. 


글쓴이 - "어제 저희가 열두 시가 넘어서 잠이 들었는데요..

           제가 가위에 눌려서 깨어나려고 용쓰는데 발이 저릿저릿 찌르르하면서 안 움직여지는 거예요..

           그런데 쑥이(룸메)가 갑자기 비명을 질러서 가위에서 풀렸거든요?

           그래서 룸메를 보니 제 옷장앞을 가르치면서 계속 저기좀 보라고 저기좀 보라고.. 그러면서....

           쑥이가 어떤 여자가 보인다는 거예요." 


라고 말한 뒤 사감님과 내눈은 룸메에게로 향했고, 

룸메는 머뭇머뭇 거리더니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떼고 말을 하기 시작했음.

 
룸메 - "어제 잠을 자고 있는데.. '찌지지직찌치지지지직끼이이지지직'하면서 이상한소리가 들렸는데, 

         너무 잠이 왔고 비몽사몽이라 그냥 자고 있었었는데...

         또 둔탁하게 쿵쿵? 툭툭?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저는 후리가 안 자고 뭘하나? 싶어서 살며서 눈을 뜨고 옆을 바라봤는데,

         후리가 눈을 뜬 채로 멍하게 위를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얘가 왜그러나..? 하고 깨울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후리 발밑에 어떤 단발머리 여자가 머리를 앞으로 다 늘어뜨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후리 발을 밟고 서서는 발끝만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순간 저도 모르게 헉하는 소리를 냈고, 그 때 후리가 깨어나서 왜그러냐고 ... 묻길래 저기 여자 보라고 했는데, 후리는 아무도 
         없다 그러고.. 순간 그 말을 한 저를 쳐다볼 것만 같아서 후리와 숨죽이고 누워 있었는데 그 여자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제오랫동안 눈을 감았다가 뜨고 보니 없더라구요..

         그래서 후리랑 뛰어나와서 이리왔구요.." 


사감님은 놀란 듯이 보였음.
 
그리고 나는 사감님 보다 더 놀랬음..

내 발이 찌리릿 저릿저릿 했던 게 그 단발머리가 내 발을 밟고 있어서였던 건가??????????

 
그리고! 그리고.

내가 눈을 뜨고 허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니????????

뭐임?? 또잉??????? 이 무슨 천인공로할 일이던가???????????

내가 언제?

나 쌍수 안 했음ㅜㅜㅜㅜ 눈 아주 잘 감김. 그어느누구보다 잘 감김!!!!!!!!

눈뜨고 자본 일 없음!!!! 내가 왜 눈을 뜨고 있음???????????

나는 분명 이상한 소리와 함께 가위에 눌리고 있었고 앞을 보고 있지 않았음.

진짜 억울함. 내눈 누가 띄운 거임????????????????

몸에 있는 털들이 곤두곤두 스면서 소름이 쫙!!!!!!!!!!ㅜㅜㅜㅜㅜㅜㅜㅜㅜ흐미ㅜㅜㅜㅜ
 
 
룸메의 말대로라면.....
 
그 단발이가 내 발 위에...

이..런 식으로????? 서 있었단 게 됨.
 
 
 
(사 진 주 의)
 
 
 
 
 
 
3
 
 
 
 
 
2
 
 
 
 
 
 
1
 
 
 
 
 
tmpe.jpg
 
 

 
 
 
 
 
 
 
음... 빨간옷이니 원피스니 이런건 상상해서 그린 거임.

너무 겁먹지 마시길 바람!!!!!!!!!ㅋㅋㅋㅋㅋㅋㅋㅋ

룸메말론 단발머리이고, (그림은 약간 숙인 것처럼 나왔는데 목이 구십도보다 더 꺾어서 얼굴도 거의 안 보일 정도였다고 함. 사람 목이 저렇게 까지 떨궈지나 싶을 정도로.)

원피스인지 바지인지는 안 보이고 민소매를 입고 있었다고 함.

어두웠기 때문데 옷색깔은 당연히 안 보임.

아그리고 발끝이 세워져 있었다고 함.

어디 매달린 듯....
 
 
어쨋든 사감님은 진짜냐고 몇 번을 재차 확인하시고는 룸메 보고 예전에도 그런거 본 적 있냐고 물었고,

룸메는 가위도 이 기숙사 와서 처음 눌려봤고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뭔가를 본 것고 처음이라며.. 절대 꿈을 꾼 것도 아니고 거짓말도 아니라며 방이 이상한 것 같다고 말을 했음.

그리고 나도 여태 의아했던 일을 말해드렸음.
 
센서등이 저절로 자꾸 켜진다고.. 

사감님 또한 그 해 사감생활이 처음이라 잘 모르시는 듯 했고, 학교측이랑 기숙사를 담당하는 행정과와 다른 사감님들께 말을 해 볼테니 너무 무서워 말고 있어 보라고 하셨음.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뚜렷한 윤곽이 잡히질 않았고 그 기숙사가 낡고 침침하긴 했으나 낮에는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곳이었으며, 기숙사엔 다른 빈방이 없었음.. 다른 동 모두 꽉꽉 차있었고 부모님께서 자취를 시켜주실리 만무했음 ㅜㅜ

우리는 별 도리 없이 잠그지도 않고 뛰쳐나갔던 우리의 방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음.

우리는 최대한 방을 밝게 꾸미고 항상 재밌는 프로그램을 틀어놓거나 노래를 틀어놓고 스탠드를 키고 자기로 했음.

그때까지만도 우리는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일들일 줄로만 알고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며 지내기로 마음을 먹었었음.

 
그 때 이후로 우리는 가급적 둘 중 혼자만 있는 시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서로의 시간표를 외웠으며, 항상 언제 기숙사로 돌아오는지 연락을 취했음.

그렇게 3월이 지나갔음..

4월로 들어서면서 엠티시즌이 되었고 나와 룸메는 다른 날 엠티를 가게 되었음.

룸메는 월화수. 나는 수목금 이었음.

참고로 우리 기숙사가 평일에는 외박이 안 됨.

학교행사가 있을 땐 사유서를 제출하고 외박이 허락되었고 주말에만 외박이 자유로웠음.

이 말은... 룸메가 없는 월화 는 나 홀로 / 내가 없는 수목은 룸메 혼자

방에 머물러야 한다는 뜻이었음.
 

우리는 걱정을 했으나 아무런 일도 없이 그렇게 열흘 정도가 지나갔기에, 그 전에 일어났던 일들이 그 당시엔 확신에 찬 듯 말할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퇴색되어 그게 꿈이었나... 흠 뭐였을까.. 
(이래서 사람들이 미련스럽게 무서운 곳에서 계속 거주하는 건가?)

짧다면 짧은 한 달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들이 실제 있었던 일이 맞긴 한 건가..

우리를 들었다 놨다 밀고 당기는 매력터지고 애간장 녹이는 그 존재란 무엇이었던가!

뭐 이따구 생각들을 했었음.

 
그 이후 별다른 일이 없었기에 딱 한 번 사감님께 빈방이 생기면 꼭 말해달라고 부탁드렸고 우리는 사감님께 우리방이 이상한 방이냐고 묻거나 하지는 않았음.

사감님께서 알아보신다 하신 뒤로 별말씀이 없으셨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줄로 찰떡콩떡 같이 믿었음.
 
 

그렇게 룸메의 엠티날이 다가왔고 나는 최대한 늦게까지 시간을 끌다가 기숙사 방으로 향했음.

그 날 아침에 룸메에게 당당하게 걱정말라고 말했는데 우리의 방은 낮과 밤이 굉장히 다른 곳이기에 막상 들어가려니 긴장이 되었음. 차라리 낮부터 들어가 있을 껄 그랬나 봄ㅜㅜㅜㅜ

나는 티비를 보다 잠이 와 죽을 것 같을 때 나도 모르게 쓰러져 핵잠을 잘 계획으로 빵과 과자를 무지무지 많이 사들고 숙사로 갔음!!

 
홀로 방에 들어섰고 나는 고의적으로 무섭단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바로 컴퓨터를 켰고, 적어도 32번은 봤을 듯한 내사랑 유느님과 명수옹의 깨알개그를 보며 목놓아 웃고 있었음.

무도를 틀어놓은 채 나는 씻으러 화장실로 들어갔음.

한창 샤워를 하고 있었는데, 아...진심 자꾸 누가 있는 것 같았음.

나 혼자 휙휙 돌아보고 오르골마냥 뱅글뱅글 360도 회전하며 샤워를 했음.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샤워기를 끄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있는데 내방이 너무 조용한 것임.

???????????? 왜 조용할까...

그 순간 또 누군가 나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나는 화장실 문을 열기가 너무 두려웠음.

혹시.... 잠겼을까 봐..

손잡이를 돌렸는데 열리지 않으면 내 심장 소멸될 것...임....

다행히도 화장실문은 잘만 열렸고 나는 방으로 나갔음.

 
그.런.데.

무도가 꺼져 있음.

나는 일시정지가 됨.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방은 참 신기하리만큼 오류발생이 잦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전류가 이상한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그래요 아프리카TV 가끔 꺼질 수 있음.

그렇지 않음???????

VJ가 방송을 종료했다면 메세지가 뜰터인데..

그런 메세지도 안 떠있네 이상해.. 라고 생각하다 뭐 그냥 꺼질 수도 있음! 또 키면 됨. 그러면 됨. 안 될 이유 없음.

나는 다시금 무도 베스트 밤샘방송을 틀어놓고  빵과 까까들을 코밑으로 집어넣으며 하하호호는 커녕 우헤헤헤헤헤헤 크허허허허허허허 늠름하게 웃고 있었음.

한창 '하와수' 꽁트로 빵빵 터지고 있는데

또 꺼짐.
 

나는 나를 내리누르는 적막을 견딜 수가 없었음.

아~~~아프리카 니가 참으로 나를 애태우는 구나...아하하하하하하하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나는 끈기있는 뇨자임.

또 키면 됨. 내가 보기 싫어질 때까지 계속 키면 됨!!!!!!!!!!!!!

왜!!!!!!! 내가 볼꺼라는데 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어쨋든 다시 키고 누워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짐.

 
거울이 쫙 갈라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나는 그대로 가위에 눌림.

불이 환한 상태로 가위에 눌린 것은 처음임.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내 방이 보임.

고개는 움직일 수 없어서 천장만 보였는데, 누가 또 내 방을 돌아다님. 발이 장판에 쓸리는 소리가 들림.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책상에 펜을 또르르~굴리다가 내 옆으로 뭔가 스윽 다가옴.

가시야로 보이지 않슴?

앞을 봐도 옆이 어느정도 보이잖슴?????

내가 노트북을 내 머리맡에 두고 빵과 과자 그리고 빵에 발라먹던 크림치즈..

그리고 크림치즈를 빵에 발라먹을 때 사용한 빵칼. 까지 내 머리 위에 있었음.

빵칼이 내 얼굴 옆으로 옴.

톱니처럼 생긴, 바게트를 자를 때 유용한, 쇠로 된, 마음먹으면 생고기를 자를 수 있을지도 모를 그런 칼이었음!!

나는 미칠 것만 같았음.

막아야만 했음.

정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처음 느껴 보았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고 발버둥을 치려 했지만, 내 목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가지 않았고 움직일 수도 없었음.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름.

나에게는 천년만년 같은 시간이었으니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어렵게 그 칼을 잡았고 잡는 순간 가위에서 깼음.

내 옆으로 보이던 실루엣과 날 위협하던 칼은 그와 동시에 사라졌음.

 
너무 무서워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난 깨달았음.

나는 아직 가위에서 풀려나지 않았다는 걸.
 

나는 다시 공포에 휩싸였고,

그순간 내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화장실 문이

끼이익........

하며 열렸고 또 어떤 실루엣이 내 옆으로 다가왔고, 그 실루엣은 헤어 드라이기 선으로 내 목을 감고 내 목을 조여오기 시작했음.

기도가 막혀 기침이 나오려 했으나 그마저도 하지 못할만큼 내 목을 강하게 조여왔고,

나는 엄마 아빠를 떠올렸음.. 눈물이 날 것만 같았음.

살고 싶었고 나는 온 힘을 짜내어 내 몸을 움직여야 했음.

순간 왼쪽 팔을 들어올렸고 그 순간 나는 가위에서 완전히 깨어났음.

나는 황급히 이 방에서 나가기 위해 현관으로 갔고
 
 
눈을 떠보니 창을 통해 햇빛이 쏟아지고 있었음.

나는 현관에 누워 있었음.
 
 
 
 
 
뭘까.

나는 꿈을 꾼 건가 진짜 가위에 눌렸던 건가.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 믿기지 않는 일이었음,

내가 정신병자가 된 것 같고 몽유병이라도 걸린 것만 같았음.

노트북은 뜨겁게 달궈져 있고 내 머리맡. 크림치즈 위에 얹어두었던 빵칼은 없었음.
 
 
나는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수업에 들어갔고,

1편에서 하루 신세졌던 같은 기숙사 그 동기에게 내방에선 꿈자리가 어지럽다고 혼자 자기 싫으니 하루만 더 신세를 져도 되냐 물었고 나는 룸메없는 하루(화요일밤)를 또 그 동기의 방에서 지냈음.

그렇게 그 밤을 동기와 동기의 룸메와 나는 셋이서 무사히 보냈고 수요일이 다가왔음.

 
수요일은 내가 엠티를 떠나는 날이고, 동시에 룸메가 엠티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했음.

룸메에게 혼자 자지 말고 친구를 데리고 와서 자라고 당부를 하고 나는 엠티를 떠났음.





3.

나는 그 날 있었던 일이 내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음.
 
'꿈인가... 진짠가.. 환상인가... 내심신이 허약.. 아니 이건 아니고 내 심만 허약해져서 헛걸 보나... 그나저나 내 빵칼은 어디 갔을까 잼발라 먹어야 되는데ㅡㅡ 아정말 헷갈려!' 

엠티를 가는 버스 안에서 친한 칭구들과 재밌게 웃고 떠들다가도 멍을 때리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했고, 

문득 걱정이 되어 룸메에게 문자를 보냈음.

 
"쑥앙 엠티 잘다뇨왔어??
어제는 나 동기방 가서 잘잤엉ㅋㅋㅋ
그저께 무서운꿈꿨꼬든 ㅜㅜ으헝헝ㅜㅜ
오늘 몇시에 기숙사들어가??
가능하면 친구데려가서 같이자잉♡
무서우면 연락하고!!!!달려갈께!!!"
 

라는 문자를 했음.

가위 눌린 얘기는 일부러 하지 않았음 ㅜ 

룸메가 괜히 더 무서워 할까 봐 금욜에 숙사로 돌아가면 그 때 얼굴 보고 말해 줄 생각이었음.

그리고 한참 뒤에 답장이 왔음.

 
"응!!지금 막 학교도착했어 ㅋㅋㅋ아 나도 혼자자기 시른데ㅜ
또 가위눌리면 어떡해 ..친구들 꼬득여봐야겠다
무서우면 전화할께 받아줘야해 ㅋㅋㅋㅋㅋ" 


나는 일단 안심을 하고 엠티에서 신명나게 놀고 자빠졌음 ㅋㅋㅋㅋㅋ 많이 자빠졌음ㅋㅋㅋㅋㅋ

저녁이 되어 고기판이 벌어지고 캠프퐈이아도 하고 숙소로 돌아와선 여러방에서 술판이 벌어짐.

그때까지 나는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내 방에서의 얘기는 친구 몇 명에게 처음 가위눌렸던 것만 가볍게 얘기했던 것을 제외하곤 말을 꺼낸 적도 없었음.

말하면 왠지 나를 가위나 눌리고 헛게 보이는 나약한 자로 볼 것만 같았기에..ㅜㅜ 

나에게 핫식스를 사다주며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 번 토닥토닥 할 것만 같았기에..ㅜㅜ 
(가위 자주 눌리시는 분들 죄송.. 여러분을 그리보진 않음.)


그런데 그 날 술기운이었는지.

혹은 백열등은 끄고 노란빛을 띄는 조명등만 킨 방안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한 선배가 예전에 경산에 있는 안경공장? 이란 곳에 갔다가 벌어진 무서운 얘기를 했기 때문인지.

나는 내가 최근들어 자주 눌리는 가위얘길 들려주고 싶어서 얘길 시작했고 내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음.
 
나는 룸메가 본 단발이 얘긴 제외하고 가위눌린 얘길 해 줬고 (방울소리 가위, 책상물건 탐내는 가위, 치찌지직 소리와 발저림 가위, 빵칼위협 가위, 드라이기 가위) 나 말고도 무서운 얘기가 여기저기서 봇물터지듯 흘러나왔음.

나는 내 얘기를 꺼내면서 다시금 그 때 일들이 떠오르며 소름이 끼쳤음.

그리고 나는 아주 깊은 밤이 되어서야 친구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그 날 꿈을 꿨음.

 
어떤 한 여자가 창문틈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이상하게 꺾인 자세로 방안으로 들어와서는 볼펜으로 내 오른손 중지 손가락을 계속해서 내리찍었고

나는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내 손은 피투성이가 됐었고, 가운데 손가락이 짓뭉개졌음.
 
정말 벗어나고 싶었으나.... 당할 수밖에 없었음..
 
 
사진주의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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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꿈속에서 그 여자와 씨름을 하던 나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식은땀은 전혀 흘리지 않은 채로!!!!!!!뽀송뽀송한 채로!!!!! 잠에서 깨어났음. 

내가 깨어났을 땐 오전 일곱시가 채 안 된 시간이었고 나와 내친구들은 학생회였기에 다른 학생들보다 일찍일어나 밥을 해야 했음.. 

눈을 비비고 눈에서 꼽이들을 떼어내며 휴대폰을 확인하자 부재중전화 6통.. 


쑥이. 룸메였음. 


부재중 전화가 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경악했음.

너무너무 걱정이 되었고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곧장 전화를 걸었음.

다행히도 룸메는 전화를 받았고 나는 안도하며 물었음.

"야!! 새벽에 전화했었길래 놀랬다~무슨일 있었나?" 

부산한 소리와 함께 쿵하는 소리가 들렸고,

급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룸메가 헉헉거리며 말을 했음.

"나 방에서 나왔어 밖이야 (헉..헉)" 


룸메는 덜덜덜 부들부들 떨면서도 최대한 빨리 말하고 싶은 듯이 속사포처럼 나에게 전날 밤의 얘기를 해주었고,

얘기는 이러했음.


"어제 친구들한테 내방에서 자자고 했는데 다들 엠티 다녀와서 피곤한지 다들 집에 가서 푹 자고 싶어하는 것 같은 눈치라서 그냥 괜찮다고하고 담에 놀러와서 자고가라고 했거든.

무섭다고 징징거리기도 쫌 그렇고..

뭐 어쨋든 그냥 내 방에 와서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 식당 저녁시간이 지난 거야.

그래서 나가서 토스트랑 떡볶이랑 좀 사왔어~

먹으면서 미드 보고 토익 영어듣기 하고..

근데 자꾸 누가 내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한기 느껴지듯이 소름끼치고.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가 싶어서 현관문 조금 열어놓고, 음악 틀고 혜정이(룸메의 과친구) 랑 통화하고 있었거든.

근데 우리방 앞에 센서등이 저절로 켜졌다 꺼졌다 켜졌다 꺼졌다 하는 거야.

그냥 내가 현관문 열어놔서 그런가 보가 하고 한참 있다가 문을 닫았어.

친구랑 한창 웃긴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더니 기분 좋아서 그런지 안 무서운 거야.

그래서 스탠드 하나 키고 영화 각설탕 틀어서 보는데,

또 우리방 현관 센서등이 켜져 있더라고. 

또 그러나 하고 넘기면 되는데, 아.. 그 때 쫌 무서워서 그냥 잠들어버릴려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영화소리 들으면서 눈감고 있었거든.
 
근데 옷장이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아 정말 너무 무서운데 이불 밖으로 못 나겠는 거야..

왜니도 안다이가 진짜 무서우면 못 움직이겠는 거.

그렇게 한참 있는데 영화소리만 들리고 조용하대??? 

이불을 내리고 보니까 별다른거 없길래 가끔 가구나 티비에서 삐그덕 소리나는 그런 건가 보다 괜히 쫄았네 하면서 시계를 보니까 두시 반쯤 됐대??

자야겠다 싶어서 누웠는데 귀 바로 옆에서 끼이이익 하면서 옷장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가위에 눌린 거야.
 
몸은 안 움직여지고..

내가 그 때 이불 덮어쓴 채로 가위눌려서 보이지는 않는데 뭔가가 내 온몸을 마구잡이로 누르는 거야.

이불 때문인지 숨이 너무 막히고 벗어나야겠다 싶어서 갖은 힘을 다 썼어. 그러다 가위가 풀렸는지 움직여지는 거야.

그래서 이불을 걷었는데 현관에 센서등이 켜져 있고
 
그 밑에 단발머리여자가 서 있는 거야.
 
나는 그대로 얼었거든. 내가 진짜 지금 말하면서도 이게 사실인가 긴가민가하고 꿈인가 싶기도 한데..

어쨋든 걔가 저번처럼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서 있었는데,

이번엔 미세하게 조금씩 움직이는 거야.

내 느낌에 곧 날 쳐다 볼 것만 같았어 움직이면 안 될 것 같고 미칠 것 같고 정말 심장마비가 올 것 같은데 내 손옆에 폰이 보였어.

가까스로 손을 움직여서 폰을 잡고 너한테 전화를 한 거지.

신호음이 울리니까 서 있던 단발냔이 갑자기 내쪽으로 얼굴을 휙....

그까지만 기억난다..

방금 니 전화 벨소리에 깼고 그 순간 그냥 뛰쳐나왔어.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난 이제 죽는구나 했다 진짜........

나 정신이 어떻게 돼가나 봐...."
 

하면서 내룸메는 펑펑 울었음.


난 룸메의 이야기를 내 귀로 듣긴 했지만 실감이 나질 않았고 오롯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았음.
 
나도 직접 겪어봤지만 마치 먼 얘기인 듯.. 막 이상한 기분임.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음!!!!!!!!

나는 가위를 눌려보지 않았을 때나 그리고 그 기숙사에 들어간 이후 몇 번 가위를 경험했지만 이게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낸 환상이 아닐까.. 내가 상상한대로 보이는 게 아닐까.. 의구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일을 겪고도 내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있었음.

 
가위를 눌려본 사람이라면 분명 알 것임! 

가위 눌렸다가 풀려나고 나면 깬 당시에는 막 소름끼치고 무섭고 방금 일어난 일이 확실하게 기억나고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 머리와 몸의 쭈뼛거리는 털들이 기억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확신이 사라짐.

단지 나는 그 때 내가 깨어나서 "이건 진짜였어!!!" 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 때의 기억을 확신할 뿐.

그러니까 난 그 때 그게 진짜라고 분명히 생각했으니까 진짜야 진짜가 맞아!!!! 이러고 있는 것임..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 살아갈 수 있다는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음.
 
그래서 우리도 며칠만 지나도 또 잊고...잊고 하며 근근히 살고 있었던 것임. 
 
 
 

룸메의 말을 듣고 한동안 침묵하던 나는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휙 스침.

그 날 새벽 내꿈에 나왔던 여자

단발머리였구나 


나는 얼른 룸메를 진정시키기 위해 위로와 다독임과 온갖 쓸데 없는 말을 해댔음.
 
룸메에게 날이 밝았으니 대충 옷 입고 나와서 친구들 만나고.. 오늘은 밖에서 자라고 말했고 우리는 한참을 한숨 섞인 얘길 더 하다 통화를 끊었음.


혹시.. 눈치채신 분?
 
 
그 날 밤 룸메는 그 단발이를 앞에 두고 나에게 전화를 걸다가 기절한 상황임.

혹은 잠들었..거나

근데 왜 내폰엔 쑥이의 전화가 여섯 통이나 울렸을까. 

그리고 그 때 왜 나는 단발머리 여자의 꿈을 꾸었을까. 

전화는 누가 건 것일까.
 
아직도 의문이 가시질 않음.



그 날 룸메는 학교 근처에서 과친구들과 술을 먹고 친구집에서 잘것이라 연락이 왔고,

나는 안심하고 남은 엠티를 무사히 끝내는가 했음.
 
그러나. 

나는 또 꿈을 꾸었음.

꿈속에서 나는 내 방 기숙사에 엎드려서 책을보고 있었는데 꿈속에서도 나는 가위에 눌림.

그런데 머리가 마구 엉킨 여자가 내앞으로 오더니 

자기 이빨에 대고 손톱으로 타라라락 타라라락 치는 거임.
 
그러니까 오른손으로 새끼손가락부터 검지까지 차례대로.

피아노로 보면 '도시라솔' 순서대로 

정말 빠르게 끝없이 계속 ㅌ탁타랗탁탁탁라탁탁타라랄탁 

내 말 뭔 줄 알음????

아무튼 그 여자 머리카락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서 나는 입과 이빨만 볼 수 있었음.
 
그 땐 진짜 혐오스럽고 무서웠음. 

 

그 날(엠티 마지막 날)은 저절로 눈이 번쩍 떠졌고 우리학과 학생들을 위해 난 그 단발냔보다 훨씬 더 서프라이즈 하고 무서운 내 요리실력을 있는대로 뽐내며 우리과 학생들이 식욕감퇴와 소화불량과 신경성 대장증후군에 걸릴 수 있도록 온힘 바쳐 도왔음.
 
흠 어찌됐든 난 그렇게 엠티가 끝나고 학교에 아무탈없이 돌아왔음.


오후쯤 학교 앞 카페에서 룸메와 만나 내가 방에서 홀로 경험한 일과 룸메가 경험했던 일을 몇 번씩이나 얘기를 한 뒤 사감님께 다시 한 번 얘기해보기로 했음. 

그리고 그 전날 룸메는 사유서를 제출하지도 않고 무단으로 외박을 했기 때문에 사감님께 용서를 구해야 했음.

*우리는 밤12시마다 사감님이 방을 돌며 학생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를 함. 
 그래서 12시쯤엔 문을 열어두어야 했음. 
 만약에 12시 전에 잘 때는 문을 열어둔 채로 자기도 함* 

룸메와 나는 사감님 방으로 갔고 말씀드릴 일이 있다며 방에 앉았고 먼저 룸메가 어제의 무단외박에 대해 말을 꺼냈음.
 

룸메 - "어제 저 못 들어온 거요..." 

사감 - "?? 어제 너 없었다고?" 

룸메 - "어제 저.. 술먹고 뻗어서 숙사 못 들어왔거든..요..." 

사감 - "너 302호 맞잖아(일지를 뒤지며) 
        문열어보니 화장실에서 물소리 나던데?
        씻고 있던 거 아니가?
 

일동침묵 


사감님은 아무 생각없이 말하다가 뭔가 아차싶은 표정을 지었고,

나와 룸메는 입을 떡 하고 벌렸음.
 
 
사감님이 다른방과 헷갈렸겠지?????아ㅏㅏㅏㅏ하ㅏㅏ하하하하하하하
옆방 물소리를 잘못들었을꺼다 하하..하.아하하하ㅏㅏㅏㅏㅏㅏ하하하하
배수구 물흐르는 소리였을꺼야 이히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ㅏ
하ㅏ하ㅜ하하하하ㅜㅜㅜㅜㅜ하ㅜㅜㅜㅜ하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곧바로 나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자주 가위에 눌리는 것에 대해서도 말을 했고,

우리방 앞 센서등과 현관의 센서등이 유난히 저절로 잘 켜진다고 말씀드렸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감님은 학교측이나 기숙사 행정실에 말해봤지만 여태 그런 항의를 하는 학생은 없었고, 단지 우리가 겁이 많고 자꾸 무의식 중에 무서운 생각을 많이해서 그런 것일 꺼라며.. 집 떠나와서 타지에서 생활하면 원래 심신이 약해진다며 밥 잘 챙겨먹고 건강식품이나 보약을 지어먹어보라시며 우리를 다독여주셨음.

센서등은 숙사내 시설을 담당하는 분께 말해 수리해주시기로 했고, 너무 무서워서 혼자 자기 힘들 때 문자만 보내놓고 외박을 해도 벌점주지 않겠다며 특별대우 해 주셨음.


그 당시. 순진무구했던 우리는 사감님의 호의에 감동했고 우리의 기가 약해져 그런 것일 꺼란 말에 믿음이 갔음. 
(글쓴이 귀는 미농지. 귀가 휘날릴 지경임 ㅡㅡ 미농귀 휘날리며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왜 우리에게만 특별히 무단외박을 허락해 주셨는지.. 몹시도!!!! 수상함.

하지만 겁을 잔뜩 집어먹다먹다 배가 터질 지경인 우리는 그런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음.

그러지 않았다면 우리는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그리하여 우리는 기가 세지는 법과 가위 안 눌리는 법 등등을 검색해 여러방도를 써보았음. 

최대한 몸을 피곤하지 않게 하고 손은 깍지 끼고 배 위에 올리고 정면을 보고 자기. 머리 위에 잡동사니 많이 없게 하기. 등등 베개에 칼을 넣고 자라는 둥.. 뭐 많음.
 

하지만 그따위 방법들이 먹혀들리 없었고, 이 주에 한 번 열흘에 한 번씩 눌리던 가위는 그 간격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했음.
 
 



4.

엠티에서 돌아온 나와 내 룸메 쑥이는 그 날. 

둘다 기숙사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기에 밤새놀다 아침에 들어가기로 했고,

우리는 금요일밤을 뜨겁게 불태우기 위해 열기가 뜨거운 그 곳으로 갔음. 


그곳은 불가마 
찜질방 불가마
 

우리는 따뜻한 물에 들어가 몸의 긴장을 풀고 찜질방으로 내려갔고,

나는 또 살짝 신이가 나서 쑥이 손을 끌고 이방저방 방이란 방은 다 돌아다니며

소금방가서 소금먹고

녹차방가서 녹차먹고

감초방가서 감초맛보고.

마지막코스 매점을 휩쓸고 올록뽈록 한창 귀여울 때인 나의 배를 다독이며 수면실로 들어갔음. 

룸메와 나란히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음.

오랜만에 온탕에서 몸을 풀어서인지 엠티를 다녀와 피곤해서인지 잠이 쏟아졌고.. 그대로 잠이 들었음.


나는 한창 꿈을 꾸고 있었음.

난 꿈에서 학교로 생각되는 곳 실험실이었고, 거기서 아이들과 수다를 떨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음.

그런데 또 끼이익.... 

소리가 나며 가위에 눌린 거임 ㅜㅜㅜ

내 얼굴을 숱 많고 엉킨 머리카락들이 덮쳤고 가위에서 풀려나기 위해 마구 몸부림치는데, 누가 내 머리카락을 슥슥 빗더니 내 등을 어루만지고 몸을 더듬는 것임!!!!!!!!!!! 

깜!짝! 놀랐지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고, 쿵하고 문닫는 소리에 가위에서 풀리며 몸을 일으켜 세워 내 몸을 더듬는 nom에게 뭐하는 거냐고 소리를 질렀음.
 
..하... 꿈이면 좋겠는데 실제상황이었음.

 
젊은 남자였고 진짜로 나를 추행한 것임.
 
일이 커져 수면실에 있던 다른 남자분께서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결국 나는 경찰서를 가서 조서까지 써야 했음.

성범죄는 피해자의 합의여부에 상관없이 처벌된다고 함. 그러니 신고접수가 된 이상 나는 가야만 해씀. 

 
내가 가위만 안 눌렸다면. 

그래서 머리 만질 때 놀래서 휙 뒤돌아봤더라면. 

아니 기숙사에서 편히 있었더라면. 

아니아니 단발이 따위가 없어서 내가 아무런 문제없이 기숙사에서 룰루랄라 마이쭈나 쩝쩝거리며 뒹굴거렸다면. 

나에겐 이런일이 없을 것만 같았음.
 
자꾸 나에게 이상한 일이 생기는 것만 같단 생각이 듬. 


나는 한동안 치욕스러움에 몸서리쳤고 또 며칠간 별일없이 지냈음. 


어느 날 사감님에게서 전화가 왔음.
 
센서등 수리해 주시는 분께서 그 날 오후2~3시쯤 오시니 그 때 숙사에 있으라는 것임. 

나는 수업이 있었고 쑥이는 공강이라 룸메가 방에서 기다리기로 했고, 센서등을 보러 오신 아저씨께서는 이상한 기계와 사다리를 가져오셔서 복도와 우리방 센서를 왔다갔다 하시며 살펴보셨고

"아무 이상 없는데 여긴 자꾸 왜 이러는고" 라고 하셨다고 함.
 
그전부터 말썽이었다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셨음.

쑥이는 "아 여기 원래 쫌 그랬어요?" 라고 물었고,

아저씨는 그렇다고.. 세 번째라고 하셨다고 함.
 
오신김에 센서등을 새것으로 교체까지 해주셨고 쑥이는 고마운 마음에 아저씨의 짐가방을 들어드렸음.
 
아저씨는 작은 사다리와 다른 가방을 들고 계셨기 때문에 힘들어 보였다고 함.
 
아저씨를 앞세우고 1층까지 내려가는데 쑥이는 계단이 꺾이는 지점에서 아저씨께서 들고 계신 사다리를 피하다 넘어져버렸고

입을 바닥에 바로 찧었음..

결국 앞니 두개에 금이 갔음...

신경치료를 해야하는 상황이라 이 주 넘게 장기치료가 필요했음.


그 때는 연관짓지 않았지만 나중에서야 든 생각인데, 

위 두 가지 사건은  단발이와 전혀 상관없는 일 같지만 그땐 나쁜 기운이 우릴 휘감고 있었던 것 같음.

꼭 다발이 짓이라기 보단 그 때 우리 곁의 어두운 기운이 나쁜 일들을 자꾸만, 자꾸만.. 끌어당긴달까??? 


그렇게 또 내 마음의 상처와 쑥이 앞니의 금이 나아갈 때쯤. 

나는 학생회 회식으로 열한 시가 넘은 시각 기숙사로 들어왔음. 


여느 때처럼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섰고 3층 복도에 도착했음.

내가 복도로 들어서자 내 머리 위의 센서등이 탁! 하고 켜졌고,

그와 동시에 반대편 복도 끝의 센서등에 불이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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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쪽 끝에서부터 차례로 하나씩 내쪽으로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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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하고 복도의 센서등 모두가 켜졌음. 

내가 가는 방향대로 켜져야 되는 거 아님??????????? 

왜!! 
왜!!!!! 
와이 !!!!!!!?
안쪽에서부터 켜지는 것임??????? 

나는 또 한기가 들고 내 곁에 누군가 있는 것만 같아서 후다닥 내방으로 들어갔음. 


쑥이는 혼자 미드를 보고 있었고, 나는 방곰 복도에 센서가 어쩌고저쩌고 블라블라 조잘조잘 거렸음.

쑥이와 나는 아저씨가 등을 고치고 가신 후 더 이상해졌나?????? 라고 억지 결론을 내렸음.

우리 맘 편할라꾸ㅜㅜ

 
나는 또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기에 물을 틀고 폼클렌징으로 세수를 열심히 뽀독뽀독 하는데,

자꾸 바람이 부는 것 같았음.

물기 묻은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더 느낌이 잘나잖슴??????

오른쪽 등어깨? 쪽이 계속 시원...서늘....소름.......!!!!!!!!!!

하아..

나는 또 그 날 뱅글뱅글 돌며 오르골 샤워씬을 찍었음.

어쨋든 나는 소름을 이겨내고 샤워를 끝냈고 여느때와 다름없이 이부자리에 누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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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치 궁금해 하시는데 2학년 때 저 기숙사엔 침대가 없어서ㅜㅜ 
커다란 라텍스 매트 사서 깔고 잤음!!!! 머리를 책상 쪽으로 두고 잠.)
 
 
나는 또 쑥이 쪽으로 돌아누워 잠이 들었고 나를 제외한 모든 이가 예상하듯.

난 찌르르한 느낌이 들면서 가위에 눌렸음!!!!!!!!! ㅜㅜ

빨리 움직여야만 한단 생각에 온힘을 쓰고 있었음.

순간 또 드르륵. 하며 내 머리 위 책상과 붙어 있는 불투명한 큰 창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음.

순간적으로 나는 큰일났구나란 생각에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했고 온 신경이 귀로 쏠렸음.
 

또 스윽 스윽.

발바닥이 바닥에 스치운다 (윤동주 낫네-_-)

책상에 책을 뒤적뒤적 하더니

팔락. 팔락. 책장 넘기는 소리

책장을 구기는 소리

서랍을 드르륵 열었다 툭 닫고

드르륵.. 툭. 드르륵... 툭.

달그락달그락

똑딱이 볼펜을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하다가

내 옆으로 오는 게 느껴지는 거임..

 
나는 순간적으로,

난 아무것도모른다 아무것도모른다 아무것도안들린다
안들린다 아무것도안들린다 진짜안들린다 나는모른다
나는진짜모른다 절대모른다 기필코모른다 나는잔다
잠들었다 깊이 잠들었다 죽은듯이 잠들었다

미친 듯이 생각하며 죽은 듯이 잠든 척을 했음.

정말 숨막혔음.

 
그런데 갑자기 조용한 것임.

정말 무거운 침묵이었음.

뭐가 어찌된 건가 너무너무 궁금했음.

그치만 눈을 뜰 순 없었음.

그냥 아무 것도 보고싶지 않았고 어서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기만을 바랐음.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리채가 위로 확. 잡아당겨지는 거임.
 
 
 
 
그 당시 내가 머리가 길어서 베개위로 싹 올리고 잤었음..
 
 
 
 
 
 
그림이를 주의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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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숱도 많은 나으 머리채를 진짜 세게 확 잡아당기는 거임.

눈꼬리 올라가게...!!!!

내 머리채 잡으면서 손톱으로 두피가 긁히는 느낌도 났고 정말 뭔가 처절한 힘이 느껴졌음.

아 정말.. 나를 끌고 얘가 어딜가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음.


움직이기 위해 바둥바둥 거리고 있는데 근데 그 때 룸메가 나를 깨웠음.
 
나는 눈을 팍 뜨며 "아...하아...하.." 거친숨을 몰아쉬었음.
 
우리는 짜기라도 한 듯 벌떡 일어서서 나는 컴퓨터를 키고 쑥이는 방의 불이란 불은 다 켰음.

냉장고에서 포도주스를 꺼내와 단숨에 들이켰음.
 
그리곤 쑥이 팔에 매달려 나의 '가위 시즌6'에 대해 설명했음.

그리고 쑥이를 빤히 쳐다보며 어떻게 알고 나를 깨웠냐며 '너도 가위눌렸어?' 라고 물으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얘기를 함.
 

"나 오늘 진짜 피곤했잖아. 그래서 눕자마자 잠들었거든.

한참 잔 거 같은데 갑자기 약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자꾸 추운 거야. 그래서 왜 추운가 보니까 커튼이 살짝 울렁울렁 거리길래 일어나서 
가보니까 창문이 진짜 조금 열려 있더라구.

꽉닫고 다시 누워 자려는데

니가 미간을 찌푸리고 눈알을 진짜 미친 듯이 굴리고 있는 거야.

악몽꾸는 줄 알고 깨웠지 난.."
 

나는 눈알을 굴린 적이 없다며 쑥이에게 울먹거렸고.

우린 또 침울해져서 마른 침만 삼키고 있었음.
 
 
난, 또 꿈인지 귀신의 장난인지 헷갈렸음.

창문은.. 낮에 환기시키다 덜 닫았을 수도 있음.

그래.

내가 덜 닫은 걸 꺼야..

1교시 수업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자고 가자.

내일은 수업도 많은데 조금만 더 자자.

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었음.

 
다시 베개에 머리를 대고 검지손가락 하나만 쑥이의 팔에 갖다대고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음.
 

그리고 내 머리채를 잡았던 그 손은 다시 나를 찾아왔음.

룸메의 쌔근쌔근하는 숨소리가 들리고 나는 그 옆에서 한참동안이나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음.

내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가려다 무릎으로 내 머리카락들을 눌러 못 움직이게 하고는 갑자기 자기 얼굴을 내 눈앞에 훅 들이밀더니,

양쪽 손 검지로 내 입을 양쪽으로 벌렸음.

찢어놓을 듯이
 
 
이렇게.
 
 
 
사진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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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난 이렇게 입이 찢어지겠구나. 꾀매도 흉은 지려나. 뭐 이따위 걱정하면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고
 
애써 깨어나면 또 머래채를 잡히고,

깨어나면 다시 입이 찢기고 하다가,
 
있는 힘껏 몸을 일으켜 세웠고 그제서야 가위에서 제대로 풀려났음.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것도 없었음.

그렇지만 너무 무서웠고 다시 잠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책상에 앉았음.
 
 
그냥 내 느낌일지도 모르지만,

내 전공책 위에 올려져 있는 펜을 보며 똑딱이 펜이 연필꽂이에 꼽혀 있었지 않나...? 라고 생각하며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었음
 




5.

나는 아주 튼튼한 아이였음.

잔병치레도 거의 없었고 학교생활 12년을 개근했음!!
 
기숙사에 들어오기 전 내 고향 부산에서 매일 같이 맛난 거 해주는 우리 오모니 덕에 방학 때까지만 해도 나는 곰국 많이 먹고 엎드려서 푹 잔 얼굴이었음...

이참에 그냥 한 체급 올려야 되나. 고심까지 하던 내가 기숙사 생활이 시작되고 내가 가위에 눌리기 시작하면서 4월 중순부터는 살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함.

밥은 늘 잘 챙겨먹고 탄수화물 중독증세는 여전했지만 나는 점점 말라만 갔음.
 

항상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고 재밌던 나는 왠지 모르게 어두워져만 갔음.

다크가 목젖까지 내려왔고 맨날천날만날 웃고 다녀서 실없이 보였던 내가 실있게 실많게 보였움. 이거 맞나?????? 

친구들과 선배들이 날 볼 때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처음엔 요즘 가위가 많이 눌려서 그런다고 말했으나.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하고 나면 유독 그 단발이가 나를 찾아온단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위 얘긴 잘 꺼내지 않았음. 

가위 눌림은 일주일에 한 번? 두 번 꼴로 우리를 괴롭혔고 그렇게 우리는 그냥 가위 잘 눌리는 아이들이 되어 있었음. 

끼이익...끼이익..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책상을 쿵쿵치거나
 
책을 뒤적거리는 소리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는 익숙해질 지경이었음.

 
그렇게 웃음을 잃어가며 대학생활의 악성종양.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왔음.
 
잦아지는 가위와 중간고사의 스트레스와 쏟아지는 레포트의 압박감으로 튼튼하던 내몸은 점점 망가져만 갔음.
 

쑥이와 나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 많았고 그 날도 밀린 레포트를 하느라 노트북으로 열심히 한글작업을 하며 꾸벅꾸벅 졸다가 책상에 엎어져 눈을 붙였음.

어느순간부터 뒷목이 뻐근해서 이제 그만 일어나려고 했으나. 

그러나. 
 
 
나는 또 움직일 수가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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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2에 앉아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린 자세로 엎드려 있었는데,

내 눈 바로 앞에 쉬폰 소재의 블라우스가 보였고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 두 손으로 내 목을 내리누르고 있었음.

엄청난 힘으로 누르고 있어서 나는 또 꼼짝없이 가위에 눌리고 있었음..

빨리 깨어나기 위해 소리도 질러 보았지만 역시나 나는 무음모드였고

그러기를 한참. 

그 단발이가 또 내 머리채를 잡고 확 뒤로 젖히더니 얼굴을 들이밀며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했음. 
 
 
 
"문열어..."
 
 
 
마치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 잘 나오지 않는데 억지로 내는. 쇳소리가 섞인. 그런 목소리였음.

단발이와 나는 한동안 눈을 맞추고 있었음.
 
단발이는 유난히 흰 피부였고 그와는 상반되게도 눈의 흰자위는 누런빛을 띄었고 속눈썹이 굉장히 많았음.
 
죽일듯 쳐다보는 단발이의 눈을 피할 수가 없었음..
 
그리곤 내목과 머리채를 잡고 엄청난 힘으로 어디론가 날 끌고가려고 했음.
 
그 단발이의 손길을 뿌리치기 위해 나는 또 고함을 질러댔는데 그러기를 한참.

드디어 내목에서 목소리가 나왔고 난 그대로 가위에서 풀려났음.
 
난 잠들었던 자세 그대로 엎드려 있었고 진짜 무서웠던지 눈물을 흘리고 있었음.

쑥이는 깜짝 놀라 날 쳐다보았고 내가 또 가위라며.. 한숨을 푹푹 내쉬자 쑥이는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잠깐 바람쐬고 오자고 하였고 가슴이 너무 답답했던 나는 흔쾌히 쑥이를 따라 나섰음.


시험기간에는 외박도 자유였고 드나드는 것에도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기숙사 앞에 나가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 잔씩 뽑아 마시며 콧구멍을 환기시켰음.

그 때 나는 약간의 우울증세가 있었는데 가족이 미친 듯이 그리웠음.
 
엄마 아빠 그리고 언니가 미친 듯이 보고 싶어 가끔 혼자 울곤 했었음.....

정말 심신이 약해져가고 있었음.
 
 
그 날 밤도 가족이 그립고 목소리가 너무 듣고 싶어 쑥이보고 먼저 올라가 있으라 하고선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음. 
(새벽에 엄마아빨 깨울 순 없어서ㅜㅜ )

언니 목소릴 듣고 나는 울컥했지만 그냥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시험기간이라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서인지 가위까지 눌린다는 얘길했고 언니는 걱정을 했음.

시험 끝나면 바로 집에 내려가겠다고 한 뒤 전화를 끊고 내 방으로 올라갔음. 
 
 
 
 
 
그런데. 
 
 
우리방 앞에 쑥이가 그대로 서 있는 것임.
 
들어가지 않고 굳어서 방문을 응시하며.. 

손잡이를 잡은 채로 서 있는 것임.
 
나는 쑥이에게 가서 왜그러냐고 물었음. 


"....." 


"왜그래 쑥아..왜그러는 건데????" 
 

"왔는데.. 앞에 와서 문열려고 하는데 문 안쪽에서 탁.탁 하고 문을 두드렸어.. 
진짜로..분명히 들었어.. " 


"....." 


우린 멍을 마구 몹시 때리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고, 그 순간 복도 센서등이 꺼졌음. (움직임이 없었으니 당연한 것이라 생각함.)
 
우리는 비명을 지르며 단숨에 1층까지 뛰어내려갔고 사감님 방문을 쾅쾅쾅!! 두드렸음. 

사감님이 나오셨고 우리는 또 방 이상하다고 누가 안쪽에서 문을 두드렸다고 누가 있는 것 같다고 횡설수설했고, 사감님은 같이 올라가 보자고 하셨음.

둘다 사감님 뒤에 바짝 붙어 올라갔고 우리방 문을 열었음.

 
하지만 방은 우리가 무안할 정도로 고요하고 지극히 평범해 보였음.
 
사감님은 우리방을 스윽 한 번 훑어보더니 그냥 다른 방 소리를 잘못 들은 것 같으니 너무 겁먹지 말고 공부 열심히 하라시곤 내려가셨음. 
 

우리는 그 날 그 방에서 잠을 청할 수 없었기에 책과 노트북, 가방을 챙겨 나와 학교 열람실에 가서 공부를 했음.
 
그렇게 한동안 밤낮이 바뀌어 수업 마치면 숙사 가서 잠을 자고, 밤엔 도서관이나 열람실에 가서 공부하곤 했음. 
 

본격적인 시험기간에 들어섰고, 우린 여전히 낮동안만 기숙사에 있고 밤은 항상 열람실에서 쪽잠자며 공부를 했음. 

그 날은 무려 세 시간에 걸친 시험이 끝이 나고 나는 숙사로 돌아와 가방과 책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이미 엎어져 한숨 자고 있는 쑥이 옆에 널부러진 채로 잠이 들었음. 
 
또 화장실 문이 


끼이익....
 

하며 열렸고, 아니나  다를까 나는 또 가위에 눌렸음.
 
이번에도 역시나 나는 분명 눈을 감고 있는데 방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음. 
 
단발이는 옷장 앞에서 이상하게 목이 꺾인 채로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었음.

그러더니 고개를 휙 돌려 내 발을 뚫어져라 노려보고는 한발짝. 다가왔음.
 
그리고 처음 쑥이가 단발이를 봤을 때처럼 고개를 접힐 듯이 꺾고는 내발을 밟고 아래만 쳐다보고 있었음.
 
나는 내가 깨어있단 걸 모르길.. 제발 몰라주길 바라고바라고바라고또바라고계속바랐음.
 
한동안 내 바람대로 단발이는 나의 발에만 관심이 있는 듯이 보였음.
 
발이 너무 저려왔지만 나는 움직일 수도 없었고 움직일 마음도 없었음.
 
가위에 하도 눌리다 보니 어차피 안 될 꺼라면 그냥 가만히 있는 방법을 택한 것임.
 
내나름의 공포를 견디는 방법이었음.
 
내 쪽을 안 볼 것 같아 안심하는 찰라.
 
 
 
단발이는 갑자기 방안을 미.친.듯.이. 콩콩 뛰어다녔음.
 
 
정말로 미친 듯이.

 
이세상 사람이 아닌 게 확실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난 난생처음 보는 기괴한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져가면서도 안 되는데.. 빨리 움직여야 되는데..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쟤가 나에게 뭔짓을 할지 몰라.. 생갔했으나, 나는 정신줄을 놓아버렸음.
 
 
 
쿵쿵쿵!!

쿵쿵쿵!!!!!
 
 
 
 
소리에 난 번쩍하고 정신이 들었고 일어나보니 열한 시가 넘은.. 한밤 중이었음.
 
누군가 문을 두드린 것임.
 
난 방금까지 방을 뛰어다니던 단발이가 생생하게 기억나서 문두드리는 소리에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음.
 
내 옆에 뻗어 있던 쑥이 또한 벌떡 일어나 앉았고 우리는 함께 문을 쳐다보았음!!!!!!!!
 
 
저기요! 저기요!!!하는 목소리가 들렸고 아 누군가 왔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잠시만요~" 하면서 문을 빼꼼히 열었음.
 
약간 화가 난 듯한 얼굴을 한 그 언니는
 

"제가 웬만하면 참겠는데.. 다른 때도 아니고 시험기간에 이렇게 쿵쿵거리시면 어떡해요.

하루이틀도 아니고 밤마다 쿵쿵거리시는 거 많이 참았거든요?

분명 제가 사감님께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도저히 나아지질 않아서 직접 찾아온 거예요.

다른 사람들 다 공부하는데 이렇게 피해주시면 안 되죠.

좀 조용히 해주세요"

 
라고 말하며 굉장한 분노의 에너지를 뿜어내곤 내려가셨음.
 
 
나는 얼어서 한 마디도 못하고 문을 닫았고 쑥이와 나는 서로 쳐다보았음.
 
우리 요즘 밤에 계속 도서관에 있었는데!!!!!!!!

포스쩌는 언니 앞에선 한 마디도 못하다가 그제서야 나혼자 "우리 안 뛰어다녔잖아"
 
 
참 의아한 일임.
 
의아하다 못해 사람 미치고 팔짝 뛸 일임.
 
 
아그래 맞다.
 
단발이가 뛰어다녔지...
 
우리 없는 밤마다 그렇게 날뛰었단 건가.

뭐가 그리 좋아서 팔짝팔짝 소름끼치는 형상으로 뛰어다닌 거지?????????


뭐지????????????????????????????
 
 
나는 공포를 지나쳐 화가 날 지경이었음.
 
도대체 이게 뭔지..
 
괜찮네? 라고 생각할 때쯤 한 번씩 나타나 우릴 경악하게 만드는 그 묘령의 여인은 뭐란 말인지.
 
진짜 내가 심신이 허약해져서 가위를 눌린 건지 가위를 눌려서 심신이 허약해졌는지 알 수가 없었음.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아서 약간 격양된 목소리로 "쑥아 아까 내가" 라고 말을 꺼내는데,
 
쑥이는 내말을 막고 일단 나가자라고 했고.
 
 
잔뜩 무게가 실린 쑥이의 말에 나는 미농귀 휘날리며 나갈 채비를 했음.
 
 



6.

나는 쑥이를 따라나섰고 우리는 학교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셨음.

나는 쑥이 쪽으로 돌아 앉아 낮에 가위눌렸던 얘길해줬고, 아까 그 언니가 밤마다 쿵쿵거리지 말라 한 게 혹시 단발이가 쿵쿵 뛰어다닌 것 때문이 아닐까 라고 말하면서도 쑥이가 제발 아닐 꺼라고 말해주길 바랐음.

줄곧 굳은 표정이던 쑥이는 후리..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방에 뭔가 있는 것 같다.. 라고 말을 시작하며 내 작은 희망마저 말끔히 없애주었음.

그녀의 말은 이러했음.


"니랑 첨에 가위 눌리고 단발이를 처음 본 뒤 자꾸 그런 쪽으로 받아들여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이상한 게 보인다.

가위 자꾸 눌린다고 오빠한테 말했었는데 오빠가 가위 잘 눌리는 친구한테 물어봤나 봐.

그 오빠가 가위는 대부분 꿈이고... 진짜 귀신이 그러는 건 극히 드물다고..

근데 우린 좀 다른 것 같애.

가위 눌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너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그 전엔 가위 눌려 본 적도 없잖아.

그리고 사실 그 때 이후로 두 번 더봤어 단발이.

가위 눌릴 때 본 거 말고.. 깨어 있을 때.

저번에 니가 비오니까 김치전 해먹자면서 부엌 쪽에 있을 때 부엌 창문에서 한 번.

며칠 전에 니 진명선배한테 족보 받는다고 잠시 나갔을 때 니옷장 앞에서 한 번.

이런 소리하면 진짜 미친/년 같을 꺼 같기도 하고.. 진짜 눈깜짝 할 사이 보이고 없어지고.. 헛거 같기도 했고, 말 꺼내는 것조차 무섭더라고..

글고 며칠 전에 나 엄마한테 전화해서 너무 가위 심하다고 말했었잖아.

엄마가 어제 아침 일찍 점집 갔었나 보대.

매년 신년운세 보러 가는 덴데, 뭐 쫌 잘 맞긴 하거든.

엄마가 내 방 사진 좀 찍어 보내래서 보냈었는데, 그 아줌마가 딸래미 방 사진 보여달라 했었는 건가 보대.

사진 보더니 혀를 쯧쯧 차면서,

"안 돼 여긴 안 돼 하면서 나와야 해 몸 상해 안 돼" 이랬다더라!

근데 지금 당장 나오면 안 된다고 너나 나한테 따라붙을 수도 있다고.

이런 원귀들은 떼어내기 힘들기도 하지만 지 스스로 놓아야 우리가 앞으로 편하다면서 뭐 그런 말 계속하고..

뭐 또 물가나 음침한 곳은 가지말래.

우리가 지금 음기가 잔뜩 묻어 있고 기운이 약해져 있어서 물에 가면 물귀신 붙고 음기 강한 데 가면 다른 귀신들도 우리 잡아먹을라 할 꺼래.

그러면서 방안에서는 가위 눌리거나 아무리 무서운 일이 있어도 반응 말고 단발이 얘긴 절대 꺼내지도 말래.

나중에 숙사 나올 때 진짜 중요한 거 아니면 다 버리거나 태우고 나오고 뭐.. 이휴

어쨋든 엄마가 부적 써왔다고 하니까 시험 끝나고 내려가면 가지고 와야겠다..

아 진짜 소름끼친다..

우리 계속 긴가민가 했는데 우리방에 진짜 뭐 있나 보다.

누가 죽었었나..?

옷장쪽에 유독 머무는 것도 이상하고, 니옷장에 습기 차서 콤콤한 냄새나는 것도 이상하다 샹.. (내가 사용하는 옷장 2번에 계속 곰팡이 피고 냄새나서 룸메 옷장을 같이 쓰고 부피 큰 옷들만 큰가방에 넣어 내옷장 곰팡이 안 피는 쪽에 나뒀었음.)

오늘 엄마한테 얘기듣고 니 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릴랬는데 너무 잠와서 잠깐 잤는데 완전 또 악몽 꾸고..

요즘 계속 머리 아프다............"


우리는 시험이 끝나면 집에 다녀오기로 했고 최대한 빨리 숙사에서 벗어나기로 마음을 먹었음.

이미 여러분 아시다시피 난 미농귀!!!!!

하아.. 그전까진 그래도 가위 눌릴 때와 눌리고 나서만 세상에 있는 겁을 나혼자 다 쳐묵쳐묵했을 뿐. 아닐 때는 '기숙사 뭔가 음침해. 수맥흐르나. 느낌 별로야. 가위 눌리는 방이야. 혼자 있기 무서워' 정도였었음.

나는 그 때까지도 가위는 램수면 상태에서 내가 단발이를 상상해서 보이는 걸 꺼라 생각했음.

쑥이한테 단발이 모습을 들었었으니까 그걸 내 무의식이 형상화시켜 내가 가위 눌릴 때마다 보이는 것이라 생각했음, 난 쑥이처럼 직접 본 적도 없고 가위만 눌려왔었으니깐.

어찌됐든 나는 그 때 이후로 미친 공포감에 빠졌음.

물가는 커녕 학교본부에 있는 인공 수조는 말할 것도 없고 비 와서 길 중간중간 물고인 곳도 멀리 떨어져 다녔음.

하.. 상어도 무서운데 물귀신도 피해야 함. 나는 평생 물놀이는 못할듯.


그 뒤로 난 숙사에 들어갈 때마다 오금이 저렸음.

숙사에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한없는 공포감에 나는 자꾸 무섭고 자꾸 있는 소름 없는 소름 다 끼치고 내 뒤에 내 옆에 내 위에 뭔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

문도 조금만 열어놓으면 문 뒤에 뭐가 서 있을 것 같아서 활짝 열고 그 이후로 화장실 문을 열어두고 씻곤 했는데 그 문이 갑자기 쾅하고 닫힐 것 같고, (열어 놓으면 닫힐까봐 걱정, 닫아놓으면 잠길까봐 걱정, 그냥 난 뭘해도 걱정투성이었음..)

뭔가 소름끼쳐서 밖으로 후다닥 나갈려 하다가 저문이 안 열려 내가 갇히면 어쩌나 겁먹고, 옷 꺼내 입을려고 옷장문 열면서 안에 뭐가 있으면 어쩌나 싱크대 옆 작은 창문으로 단발이가 날 지켜보고 있는 것 같고,

책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홱 뒤돌아 보기 일쑤였고, 가위 눌릴 때 책장 넘기는 소리 싫어서 모든 책은 다 책꽂이에 꽂고 책상은 항상 말끔히 치워놓았고.. 잠자는 방향도 이리저리 바꾸며 정면으로 자고 옆으로 자고 엎드려 자고 안대도 써보고..

별 짓을 다했던 것 같음,

또 그와 동시에 내가 무서워 하고 있다는 걸 티내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음.


우리는 남은 시험기간 동안 같은 기숙사 과동기(앞으로 "아지"라 칭함.) 방에서 엄청난 민폐를 끼쳤음.

그전까진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이틀 정도 놀러가서 가서 자곤 했었는데 그 일 이후론 일주일에 5번은 거기 갔음ㅜ

그래도 착한 아지와 그 룸메(앞으로 “겨미”이라 칭함.) 는 우릴 배려해 주었고 우리도 최대한 피해 안 주기 위해 노력했음.

그러면서 나중에 결국 우리 넷은 신사의 품격 돋는 의리쩌는 우정을 쌓아갔음.

과에서 친한 친구들 중엔 자취하는 애가 없었고 자취하는 애들은 대부분 남자이거나, 여자친구가 있더라도 한 두 번 정도 신세지는 게 맥시멈이었음..

또 쑥이와 나는 방안에서 쓰는 암호를 만들어 가위를 눌렸거나 이유없이 한기 들 때엔 암호로 의사소통 했음!!!!!!
 
대표적으로,

(너무)덥다 → (너무)소름끼친다
가지뭐하지? → 가위눌렸어
스벅가자 → 무서워
제모해야게따 → 단발이가 머리채 잡았어
허리아프다 → 단발이가 얼굴들이댔다
쇼핑가자 → 할말있어
커피먹자 → 일단 방에서 나가자

기타등등
 
 
예제))
"더워서 제모해야겠다 가지 뭐하지?
스벅가서 커피머시고 쇼핑가자 "
"소름끼친다 단발이가 머리채잡는 가위눌려따
무서우니까 일단방에서 나가자 할말있어"

라고 되는 거임.
 

간혹 암호만으로 표현이 부족할 때나 불가피하게 방에 혼자 있을 땐 문자로 상황을 알렸음.

하지만 대체로 "스벅가자(무서워)" 한 마디면 충분했고 남은 시험기간을 무사히 보냈음.

그리고 그 주 주말에 우리는 각자 여섯시 내고향으로 떠났음.

한 달 반쯤만에 집에 가는 것이라 오랫만에 가족을 보니 너무 행복했고 힘이 불끈불끈남.

울 오몬이는 5kg이나 빠진 나를 보고 학교에서 잘 안 챙겨먹냐며 섣부른 오해를 하시고 밥을 잔뜩 먹이심 ㅋㅋㅋㅋㅋㅋㅋㅋ

바로 다음 날, 나는 엄마 손잡고 명의가 계시다는 한의원에 가서 약을 지었음.

나는 그제서야 엄마에게 가위가 자주 눌리는데~ 어쩌고저쩌고 룸메 어머니께서 점집에 갔는데~ 쌸라쌸라 말하니 엄마는 왜 그걸 이제 말하냐고 성화였음..

기가 허해져서 그럴 수도 있으니 일단 보약 먹고 기운 차려보고, 계속 그러면 다음 번에 내려올 때 엄마와 같이 점집? 당집? 이라도 가보자고 하심.

난 알겠다고 걱정말라고 듬직하게 말한 뒤 다시 학교로 올라왔음.

쑥이와 나와 아지와 겸이는 그 날 처음으로 함께 술을 먹음. 시험 끝난 기념으로ㅋㅋㅋㅋㅋ
(보약먹을 때 술먹으면 안 됨. 저만 됩니다 여러분. 저에겐 술이 보약이니까요.)

*아지 :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란 뜻에서 유래.
        모가지→목아지→아지로 변형
        팔다리가 내장형이라 전체기장이 짧은 나(158)완 달리 아지는 쭉쭉 뻗은(173) 몸임.
        나랑 걸어가면 애들이 키가 참 잘 어울린다고 함-_-*

*겸이 : 얼굴이 동골동골 기여워서 우리가 붙여준 게 아니고 지스스로 붙임.
     

우리는 술을 먹으며 여태 있었던 가위 얘기를 제대로 해주었음.

가위시리즈 폭탄을 맞은 아지와 겨미는 적잖이 놀랬고, (가위 눌리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 줄은 모르고 있었음.)

고맙게도 더욱 더 자주 자기들 방에 와서 자고 가라고 해주었으며 그렇게 우리 넷의 우정은 무르익어갔음 wow~


현관문 위에 룸메가 어머니께 받아 온 부적을 붙여 두었지만 그 방은 여전히 우리에게 두렵고 무섭고 공포스러운 공간이었음.

그러나 우린 점쟁이의 말씀대로 우린 무서워도 무섭지 않은 척 가위에 눌려도 눌렸단 사실조차 모르는 듯 그냥 무심한 척 행동했고, 아지와 겨미가 있었기에 그럭저럭 그 방에서 지낼 수 있었음.

대부분의 잠은 아지와 겨미 방에서 잤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 번 쯤은 쑥이와 난 우리방에서 잠을 청했고 그런 날이면 언제나 단발녀는 찾아왔음.

그 날도 어김없이 내 책상 뒤지는 소리가 났고 식은땀이 나려했지만 '그래...맘껏 가져다 써라' 하며 난 가위를 풀 의지도 없이 그냥 계속 잠이나 자야겠단 생각으로 가만히 있었음.

한참을 내 서랍 속을 뒤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내 발이 또 저릿저릿 한 걸 보고 내 발을 또 즈려 밟으셨구나 했고,

내 왼쪽 팔에 바람을 불 때도 더웠는데 잘됐다 생각하려고 애써 애써 노력하고 있었음.

사실은 언제나 눌려도 언제나 무서움. 참 일관성 하나는 끝내줌 하아...
(가위 눌린 얘기 다 하려면 20편까지 써야 되고, 그러면 여러분의 애와 간장이 가출할 것 같아 자체 편집함.)


5월 축제 기간이었음.

학생회 부원이었던 나는 축제준비로 바빴고, 쑥이와 아지와 겨미는 그 축제를 즐기기에 바빴음.

축제 둘쨋날, 학생회 부원들은 모두 이틀간 주막에서 밤을 샜고 그들 중 나와 절친한 2명은 통학을 했음.

그땐 날이 채 밝기도 전이라 버스와 지하철이 다니지 않았고 모두 너무 피곤했기에 쉴 곳이 필요했음.

친구들은 내가 그 방에서 가위가 눌리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틀이나 밤을 샌 내 친구들에겐 크게 문제되지 않았는지 잠깐 눈만 붙이고 갈 것이라며 괜찮다고 했음.

나는 친구 2명과 함께 기숙사로 들어왔고 우리는 씻지도 않고 잠이 들었음.
(내가 없었기에 쑥이는 당연히 아지방에 가 있었음.)

그리고 나는 한동안 눌리지 않던 가위를 몰아 눌렸음-_- 

평소와 비슷한 패턴으로 연속 두 번의 가위에 눌린 직후 세 번째 가위가 나를 찾아왔음.

이번에도 나는 눈을 감고 있었는데 방이 보였고 단발이는 현관 옆 벽에서 고개만 옆으로 빼꼼히 내민 채로 나를 보고 있었음.

약간의 살기가 느껴지는 듯 했고 순식간에 단발이는 내 머리 위로 와있었음.

충분히 무서웠지만.. 나는 어금니 꽉 깨물고 견뎌내고 있었음.

한참을 그렇게 나를 들여다 보던 단발이는 천천히 현관 쪽으로 가더니.. 현관에서 미친 듯이 왔다갔다 거렸고 그에 맞추듯이 현관 센서등 또한 미친 듯이 깜빡거렸음. 지가 무슨 싸이키 조명인냥.

지금 생각하니 그 모습이 너무 기괴해서 소름이 돋음..

그러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가위에서 풀려났고 잠에서 깨어난 친구 중 한 명이 말했음.

"나 가위 눌린 것 같은데.. 아닌 것 같기도 하구..그니까 눌리다 만 것 같아;;;
한참 자는데 갑자기 몸이 안 움직여지는 느낌에 잠에서 깻거든?
무슨 부시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뭐라뭐라 말소리도 들렸던 것 같구
이제 뭐지?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풀렸어
그래서 그냥 잤어. 너도 이렇게 눌려?"

나는 나가서 얘기 하자고 했고 친구들을 이따위 방에서 재웠다는 죄책감을 안고 밖으로 나갔음.

방을 나가 학교로 가면서 그 날 새벽 내가 눌린 가위 얘길 해줬더니 아이들은 또 한 번 기겁했고 어떻게 사냐며 나를 걱정해 주었음!!!!! 

그 때 나와 쑥이는 학교 근처 원룸을 알아보고 있었기에 조금만 더 있으면 나가서 산다며 친구들을 안심시켰고 축제는 끝이 났음.

쑥이와 나는 여전히 암호나 문자로 단발이를 희롱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여전히 단발이는 우리를 눌러댔음.


그러던 어느 날,

날씨가 점점 더워져 창문을 열고 쑥이와 내가 둘이 자던 날 밤.

그날 단발이의 타겟은 쑥이였음.

단발이는 우리가 자신의 뒷담화를 열나게 해댄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우리가 간만에 방에서 자던 날 나는 내버려두고 쑥이를 눌러댔음.





7.

쑥이 혼자 타겟이 됐던 그 날 아침 난 수업有. 

쑥이는 공강이었고, 내 수업 중 쑥이에게서 문자가 왔음.

 
쑥 "오늘 겨미가 자기 과선배들이랑 술먹제"
 
나 "아 진짜? 갑자기 왜??"
 
쑥 "몰라 같이 가고 싶은가 보지ㅋㅋㅋㅋ"
 
나 "갈꺼가? 나 술먹으면 내일 1교시 힘들 것같은데"
 
쑥 "ㅋㅋㅋㅋ그럼 니대신 단발이 데리고 가까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럴래?????????"
 
 
대충 이런 내용의 문자를 주고 받았고 저녁즈음 우린 겨미 학과 선배들과 술을 한 잔.. 두 잔.. 그리고.. 한 병이던가????? 난 필름이 끊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때부턴 쑥이의 기억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1인칭 시점으로 쓰겠음.)
 
우리는 얼큰하게 술을 먹었고 술에 취해 환소(환타+소주)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는 후리를 데리고 기숙사로 왔음.
 
아지와 겨미는 좀 더 있다 가겠다고 나에게 열쇠를 주며 자신들의 방에 가있으라고 했지만 주인 없는 방에 열쇠를 따고 들어가는 것은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실례인 것 같아 그냥 우리방으로 들어왔고 후리를 눕혀놓고 나 또한 오랜만에 술을 마셔 피곤했기 때문에 세수만 대충하고 나와 후리 옆에 누워 잠을 청했음.
 
우리방에서 자도 가위에 안 눌리는 날도 있고 눌리는 날도 있는 말그대로 복불복이라 불안한 상태로 잠이 들었음.
 
 
님들도 알잖슴?
 
스마트폰 키보드? 자판? 치면 소리나게 설정해 놓는 거.
 
난 그걸 좋아해서 자판칠 때마다 소리가 나게 해놓았었는데
 
 
그소리가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들리는 것임.
 
뭐지?하고 눈을 떴는데 그대로 난 가위에 눌렸고, 나와 조금 떨어진 거리에 나에게 등을 보인채 쭈그려 앉아있는 단발이가 있었음.
 
그리고 그 단발이는 내 폰 비밀번호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하고 있었고 놀란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음.
 
그 순간 단발이는 스타카토처럼 삐그덕거리는 듯이 조금씩 끊어서 고개를 돌렸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스멀스멀 나에게 가까이 오기 시작했음.
 
그 날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가 없었음.
 
단발이는 손을 쭉 뻗어 점점 다가왔고, 손이 내 코앞까지 다가올 때 나는 단발이의 손톱이 유난히 짧다고 생각했음.
 
많이 물어뜯어 짧아진 손톱 같달까.


 
 
사진이를 주의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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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생한 한밤 중의 기억을 간직한 채 눈을 떴고 날이 밝아오고 있었음.
 
후리는 여전히 자고 있었고 너무 무서웠던 나는 후리를 흔들어 깨우며 스타벅스를 가자고 떠들었음.
 
(뭔줄 알죠? *스벅가자 →무섭다)
 
 
후리는 내말에 부시시 일어나서는 내손을 끌고 아지와 겨미방으로 갔음.
 
아침이 채 되기도 전에 우린 아지방의 방문을 두드렸고 확실히 날이 밝아 올 때까지 모두 깨어 서로 애드립을 날림.
 
그 기숙사 내에선 단발이 얘길 하지 않는 걸로 묵언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우린 보란 듯이 신나게 놀았음.
 
 
 
 
#. 이제 원래의 글쓴이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레드썬!
 
 
과연 단발이는 그 날 쑥이가 기숙사 방에서 나에게 본인 얘긴했던 걸 알고 그런 걸까?
 
아니면 단순히 단발이 얘길 했단 사실이 쑥이에게 죄책감으로 작용해 가위 눌리는 순간 스스로 환상을 만들어낸 걸까.
 
나는 왠지 단발이가 자기 얘길 한 걸 알고 문자를 보려고 했던 것만 같음.
 
 

나는 아지와 겨미를 우리방에 잘 데려오지 않았었음.
 
음기가 차고 넘치는 곳이니깐.
 
쑥이와 내가 가위 눌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음.
 
 
그러나 딱 한 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지가 내방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음
 
 
그 날 겨미의 조별과제 땜에 겨미 학과 친구들 4명 정도가 아겨(아지와 겨미) 방에 와있었기 때문임.
 
같은 과인 나와 아지는 먼저 간식거리를 사들고와 우리방에서 쑥이를 기다리며 교수님들을 씹으... 아니아니 언급하며 폭풍수다를 떨었고,
 
쑥이까지 합류해서 무도를 시청하고 있었음.
 
(그 방에 살며 친구들 다음으로 고마운 분들이 무도 멤버들과 김태호 PD 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 깨알같죠잉???????)
 
 
서로 손톱과 밥톱에 메니큐어를 칠해주며 그렇게 우리는 즐거운 한때를 보냈음.
 
 
무슨 일이 일어날 줄도 모른 채.
 
 
아겨방에선 조별과제가 늦어져 친구들까지 다섯명이 밤새 과제를 한다고 하여 그냥 우리방에서 셋이 자기로 했음.
 
물론 불은 키고!!


내 몸부림을 생각해 큰 걸 샀지만 어쨋든 2인용으로 나온 내 소중한 라텍스 매트에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 두 명과 합이 셋이 옹기종이 끼여 살을 부비며 도란도란 얘기를 하다가 밤이 깊은 시각..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스르르 잠이 들었음.
 
 
누워서 한참을 꿀잠에 빠져있었던 것 같음.

벽에 걸어두었던 벽시계의 초바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면서 나는 가위에 눌렸음.
 
내가 바닥으로 한없이 빨려들어갔고 끝도 없는 나락으로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음.
 
혹시 이런 가위 느껴보신분 있음? 진짜 무서운 것 같음.
 
땅속 깊이 내가 빨려들어가는 이러다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질 것 같은? 그런 공포.
 
점점 더 깊이 내 몸이 빨려들어갔음.
 
 
방에서 끼이익 소리나 들으며 '지 방인줄 아나' 생각하고,
 
달그락 거리면 내 책상에서 '뭘 저렇게 탐을 내나' 생각하고,
 
현관등 센서불 깜빡거리게 하면 '죽순이 났네' 하면 되는 거임.
 

그냥 단발이가 폴짝폴짝 뛰어다닐 때가 행복했음.
 
무서워도 그냥 가만히...있으면 됐잖슴..

모른척 자는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남몰래 식은땀이나 흘리면 되잖슴..
 

그런데 달랐음.
 
이 가위는 정말 달랐음.
 
 
이건 막 빨려들어가고 떨어지는 느낌이라 본능적으로 버둥거릴 수밖에 없었고 깨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용을 썼음.


반응하지 말라던 그 점쟁이 말을 들었어야 했음.
 
 
단발이가 바로 내 얼굴을 덮쳤음.
 
나를 바닥에 박아버릴 기세로 손톱에 날을 세워 내 얼굴을 짖눌렀고 나는 견디다 못해 또 소리를 질렀지만 당연하게도 그 어떤 미세한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았음.
 
잘 버티고 잘 견디고 있던 나는 그 날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임.
 

내 옆 왼쪽에서 자던 쑥이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는 소리가 들렸고,
 
내 오른쪽에선 아지가 잠꼬대 하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지만 나는 단발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음
 
 
그렇게 사투를 벌이다가 나는 갑자기 팍 하고 깨어났음.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고, 여전히 화장실 안에서 나는 물소리를 듣고 나는 내가 단지 꿈을 꾼 것만은 아니란 걸 깨달았고,
 
쑥이가 나오면 스벅가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 스벅가자 → 무서워) 아지를 돌아봤더니
 
아지는 날보며 가지뭐하지? 라고 말했음.

(*가지뭐하지? → 가위눌렸어)
 
 
아지 말을 듣고 놀라서 내가 입벌리고 멍때리는 사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쑥이가 날보더니 눈위가 왜 그러냐고 물었음.
 
왜?하며 거울을 보니
 
눈 위, 눈썹 바로 아래 긁힌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음.
 
그냥 빨갛게 된 게 아닌 생채기라 그러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하아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태어나서 제일 무서웠던 순간임.
 
 
가위를 눌려왔어도 여태까지 직접적인 상해나 가위의 흔적은 없었음.
 
단지 정신적인 고통이었을 뿐.
 
근데 이게 웬말임.
 

진짜 진짜 진짜 소름이 온몸을 뚫고 나왔고 아, 이러다 정말 큰일나겠구나 라는 걸 온몸으로 느꼈음.
 
 
놀란 우리는 신발만 신은 채 방을 나와 방에서 최대한 빨리 가능한 멀리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음.
 
 
 
 
발걸음을 재촉해 30분 가량을 셋이서 나란히 손잡고 도착한 곳은 우리학교 공대 건물 앞.

등나무 밑에 나무 테이블과 나무 벤치가 있는 곳이 있음.
 
우리는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앉았고 우리 셋중 아지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음.
 
 
"야... 내 가위눌렸다..
 
오늘은 나인가 봐! 나 처음 거기서 자서 그런 건가..ㅜ
 
한참 자다가 몸이 굳은 느낌을 받아가지고 깜짝 놀래서 깼거든.
 
그니까.. 잠에서 깬 거 같은데 몸이 안 움직여지는 거야.
 
접때 말했잖아. 고3때 가위 눌려 본적 있었다고.
 
그 때는 삐~소리들리고 그냥 몸만 안 움직였었거든.
 
근데 얼굴을 막 머리카락이 간질간질 거리는 느낌이 나는 거야.
 
막 움직이고 싶어서 몸부림치면서 막 욕했거든.
 
한참 그러다가 팍 움직여서 깼다..
 
아 진짜 이렇게 무섭게 가위눌린 거 처음이다........
 
아직도 소름끼친다 진짜..."
 
 
아지 말 들으면서 입을 떡떡 벌리던 쑥이가 말을 이어받았음.
 
 
"야 진짜 대박이다
 
나도 오늘 가위 눌렸는데!!
 
나도나도 단발이가 내 얼굴 머리카락으로 간질였거든.
 
막막 내 얼굴 위로 지얼굴을 이렇게 들이밀면서 입을 씰룩거리다가 내 이마랑 머리에 침을 질질 흘리는 거야.
 
 

*그림이를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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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용써서 깨서 보니까 진짜 침이 묻어 있진 않았어.
 
근데 그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화장실 들어가서 세수하고 머리감았다...
 
아 진짜 대박 너무 무섭다..
 
후리 니도 말해봐라 눈 위에 상처 뭔데..
 
아프겠다!! 안따갑나ㅜ"
 

나도 쑥이와 아지에게 내 '수렁가위'에 대해 설명했고 우리 셋은 패닉에 빠졌고, 

그 날은 도저히 입맛이 없어서 3끼만 먹었음 훗
 
 
내가 이전 판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그 방에서 살기 시작한 후로 우울 증세가 있었음.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내가 여기서 뭘하나.. 난 지금 행복한가..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당시 극단적으로 살기 싫다 까지도 생각했었음.
 
별 다른 이유없이 그냥 그랬음.
 
신품 의리돋고 미모쩌는 내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놀 땐 잠깐잠깐 웃긴 했지만, 눈에 띄게 말수가 줄어가고 표정은 침울했으며 열심히 보약을 챙겨먹었음에도 살은 쏙쏙 빠져만 갔고 결국 40키로를 찍었음.
 
친구들은 내가 안으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여 걱정했고 나는 더욱더 움츠러 들어만 갔음.

난 평생 그래본 적이 없음! 절대 없고! 아주 없음! 언제나 신이 남.
 
인생이 늘 즐겁던 나였어서 그런지 그런 내 기분이 몹시 이질적이었고 그래서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싫어 더욱 우울해져만 갔음..
 

점점 피폐해져만 가던 나 때문에 쑥이 아지 겨미는 늘 나를 옆에 꼭 끼고 다녔으며 함께 발품팔며 괜찮은 방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녔음.
  
기숙사 방에서 그런 일를 겪고 나니 그냥 "방" 이라는 곳에 대한 막연한 적대감, 경계심이 생겨서인지 나는 어느 방을 가도 탐탁치 않았고 가본 곳 중 몇몇은 심하게 한기가 들며 느낌이 너무 좋지 않았음.
 
숙사방에서 내가 얻은 건 본능과 육감이었음.
 
 
우리에겐 들어가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어두운 기운이 절대 침범 할 수 없을 것 같은 화사한 집이 필요했음.
 
그리고 며칠동안 플랫슈즈 밑창이 다 떨어질 때까지 돌아다닌 끝에 나는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했음.
 
신축이었고 창이 아주 커서 하루종일 해가 잘들어 밝은 집이었고, 그곳엔 행복해 질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이 있었음 유후~!
 
엄만 원래 어릴적부터 나를 가두리 양식했고 외박은 절대 네버엔딩 금지였음.
 
합법적으로 내가 외박할 수 있는 때는 수학여행..기간 그 뿐이었음.
 
엄만 내가 안전이 보장되는 기숙사에 있길 바라셨고 1학년 때부터 쭈~욱 기생(기숙사 생활) 하며 엄마대신 날 조여와 줄 사감님을 고마워하셨음 -_-
 
그치만 내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으셨는지 결국 울 엄마가 내 자취생활에 적극적이셨음ㅋㅋㅋ
 
입주는 6월 말쯤으로 계약을 하고 도와준 친구들과 함께 갈매기살을 냠냠쩝쩝 먹고 몹시 들뜬 상태로 기숙사로 갔음.
 
나는 곧 나간다는 생각에 살짝 상기되어 있었고 한껏 우울하던 기분도 나아가는 듯 했음.
 
 
그 날 저녁.
 
 
유별나게 내 책상을 다 쓸어버리 듯이 뭔가를 찾는, 미친 듯이 뒤지는!!
 
단발이의 횡포와 가위눌림에도 난 곧 나간다..나간다...하며 그냥 잠이 들 수 있었음.
 
 
내 해석을 하나 붙이자면, 그래서 억지를 한 번 부려보자면 계약서를 찾아 책상을 뒤집어 엎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음.
 
계약서는 쑥이 가방에 있었는데 말이지. 바보야.
(단발이 너말고. 쑥이말야. 왜 계약서를 구겨지게 가방에 넣어놨을까. 아하ㅏㅏ하하하하하핳ㅎ하하하하ㅏ하하)
 
 
그리고 그 주 주말 우리 넷은 학교 주위를 벗어나 유흥의 거리로 나가 바에서 칵테일을 한 잔씩 하기로 했고 한 껏 치장을 하고 간만에 하이힐도 신고.(신어도 165 -_-) 온돈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계단을 내려갔음.
 
앞서가던 나는 멀쩡한 계단에서 발을 헛딛은듯 발을 쑥 잡아당기는 기분과 함께 계단에서 무방비 상태로 넘어졌고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은 부상을 입고 말아씀.
 
너무 아프다며 나는 우앙 울었고 바로 콜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갔음.
 

손가락 마디가 시간이 지날수록 퉁퉁부어 오르며 자주색이 되어갔음..
 
응급실 훈훈한 의사선생님께선 골절은 아닌 것 같지만 인대를 다쳤을 수도 있다며 다음 날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라셨고 손가락 모형의 받침대?로 중지 손가락을 고정시켜 주셨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학교 근처의 조그만 바에 가서 칵테일을 사겠다고 했지만 내 칭구들은 아니라며!! 역시 술은 버터구이 오징어와 함께 긱사방에서 츄리닝 바지입고 먹는 게 제일 맛있다며!!!!! 실망한 기색 하나없이 편의점 매상을 팍팍 올려주고는 다시 기숙사로 향했음..
 
우리는 예쁘게 꽃단장한 채로 안경을 끼고,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머리는 돌돌알아 집게로 집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캔맥주를 먹었음.
 
 
그 날은 가위에 눌리지 않은 채로 술배를 톡톡 두드리며 미소를 머금고 아겨방에서 쿨쿨 잤지만

대신,
 
아침에 눈을 뜨고는 아 그 때 그 꿈이 이거였나..? 하며 깨달은 것이 있음.
 

그 꿈은 바로_ 4월
 
내가 엠티를 떠나고 쑥이가 혼자 단발이 모습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져가는 와중에 나에게 전화를 걸었을 그 시간대 쯤.
 
나는 꿈을 꾸었었음. 기억나심??
 
내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볼펜으로 마구마구 내리 찍었던 꿈.(3편)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이빨을 손톱으로 '타라라락타라라락' 치며 나를 소름끼치게 했던 꿈.
 

그리고 한 달여가 지난 뒤.
 
오른쪽 중지 손가락을 다쳤고, 그보다 일찍 쑥이는 앞니 두개를 다쳐 신경치료을 했었음.
 

쑥이가 다쳤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으나 내가 손가락이 꺾여 다치고 보니 뭔가 그꿈와 연관되어 있다는 직감이 든 것임.
 
 
나는 내 의문을 풀기 위해 쇼핑가자고 했고,
(* 쇼핑가자 → 할말있어)
 
밖으로 나가 학교 내 농구코트 옆 벤치에 앉아 나의 의견을 표출했음.

우연일 수도 있다.
 
단순한 예지몽일 수도 있다.
 
그런 꿈을 꿔서 데자뷰가 발생한 것이다.
 
등등 여러가지 심리학 학도 못지 않게 우린 떠들어 댔고 역시나 결론은 없었음.
 
늘 추측할 뿐 우리에게 남는 건 항상 의문점 뿐이었음.
 
 
그렇게 우리 넷의 우정이 돈독해져 갈수록 단발이의 집착과 가위의 세기는 심해져만 갔고 점점 그 방을 등한시하고 있을 즈음에 우리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기 전 주말에 다들 고향으로 출똥했음!!!!!!!
 
 



8.

주말에 내려가면 2박 3일은 너무 짧았음.
 
나의 비쩍 마른 모습에 엄마, 아빠는 몹시 가슴아파 하셨고 나는 또 그 명의가 계신 한의원에 가게 됨.
 
키와 몸무게도 재고 혈압도 재고 내 맥을 짚고 청진기도 등에 대보시고 혀도 내밀어보라시고 눈알.. 나의 안구도 살펴보시더니 저혈압에 맥이 흩어지며 맥박수는 또 지나치게 많고 기와 혈이 다 빠져나갔다시며  위장에 차 있는 열을 방치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누가 기 빨아먹냐고 하심.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엄마, 아빠와 함께 차로 4시간쯤 걸리는 할머니댁에 갔음.
 
오랫만에 뵙는 할머니께선 맛있는 걸 잔뜩 해놓고 우릴 맞아주셨고 (눙물나ㅜ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각, 나는 엄마와 할머니를 따라 어디론가 갔음.
 

할머니 옆동네엔 일명 장수할머니라고 불리는 분이 계셨음.
 
아흔이 넘으셨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정정하신 뽀얀 백발의 어르신이셨음.
(무당은 아니셨고 점을 보시는? 그런 분.)
 
그 동네에선 꽤나 유명인사이셨고 거길 데리고 간 것임.
 
엄마가 할머니께 내가 가위 눌리는 것과 쑥이 어머니께서 다녀오신 점집 얘길 할머니께 해드렸고, 할머니께서 나를 데리고 오라셨던 거였음.

그런 곳 처음이라 나는 긴장을 했었음.
 
 
장수 할머니께선 인자하신 외모에 남다른 포스가 있는 듯도 했으나 무서운 느낌의 포스는 아니었고 여느 할머니분들과 다름없이 평범해 보이셨음!
 
날 보시곤 참 잘생겼다고.. 좋다고 하심 하.
 
그리곤 한참을 거기서 이런저런 얘길하는데, 갑자기 어깨에 뭘 그리 머리카락을 묻히고 다니냐고.
 

"어서 털어내"


하시면서 엄한 눈빛을 쏘셨음.

난 놀래서 어깨를 얼른 털어냈는데 내가 볼 땐 내 어깨에 머리카락이 없었음...
 
약간 무서웠음..

그리곤,
 

"나오란 말 들었제?

들었으믄 나와야지 뭘 밍기적거리노. 거긴 일반 사람이 살곳 안 돼.

그 영가 없어져도 그 후에도 살면 안 되는 곳이야. 더 물고 늘어지기 전에 후딱 나오야되니라"
 

라고 하셨고,

우리가 돌아갈 때쯤 나에게 잠시 기다려 보라고 하시며 부적을 주시며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다가 그 방에서 완전히 나올 때 현관에서 태워버리고 밖으로 나오라고 하셨음.
 
뭔가 무기가 생긴 것 같은 기분??? 이었음.
 
그러시더니 끝이 뭉툭한 나무? 로 내 어깨를 세게 탁탁 두 번 치셨음. (아픔ㅜ)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음.
 
인사를 드리고 내가 한참 멀리 걸어갈 때까지 나를 바라보고 계셔서 나 또한 계속 뒤돌아보며 인사를 드렸음.
 
그리고 그 날 나는 할머니 옆에서 잠들었고 아주 오랜만에 개운한 아침을 맞았음.
 

그 날. 그러니까 일요일 오후에 아빠가 기숙사 앞까지 데려다 주었고 엄마, 아빠가 방에 들어가 보겠다고 했지만
 
난 진짜진짜진짜 싫은 거임..
 
우리 엄마, 아빠가 들어가는 게ㅜㅜ
 
그래서 룸메랑 룸메 친구들 와 있어서 불편해 할 꺼라고 거짓을 고하고 얼마 안 있으면 이사하니까 그 때나 와달라고 한 뒤.

엄마, 아빠를 보내고 엉엉 울었음ㅜㅜ

갈 때 엄마, 아빠도 둘이서 울었다고 함..

항상 나 집에 왔다가 학교 돌아가고 나면 둘이서 움.

아 가슴이 먹먹함. 밥을 소처럼 먹고 와서 그런강?? 히히
 
 
쑥이와 아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었고 집에 다녀온 얘기를 마음 껏 발산하기 위해 학교 앞 카페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겨미에게 따발따발 얘기를 해 주었고 겨미는 내가 좋아하는 오버 리액션으로 나를 즐겁게 해 줬음.

세 번째로 아지가, 네 번째로 쑥이가 도착했고, 한 명이 도착할 때마다 내 얘기를 따발거리고 장열하게 쓰러진 뒤 지쳐서 초코케익을 코 밑으로 집어 넣으며 쑥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음.
 
 
#. 자 이제 여러분은 쑥이의 시각으로 이 글을 보게 되십니다. 레드썬!
 
후리 만큼은 아니지만 살이 조금 빠지고 어딘가 모르게 수척해지며 피부가 푸석해진 나는 이번에 집에 내려가 엄마와 함께 점집을 갔음.
 
대학 원서 쓸 때 갔었던 이후론 처음이었음.
 
용하다는 그 점쟁이는 엄마 얼굴을 기억했는지 아니면 진짜 용한 건지, 날 보고는 "이제야 다시 왔네" 라셨고,
 
흰종이에 뭔가를 마구마구 휘갈겨 쓰시다가 나와 내 주위를 한번 훑어보더니
 

"다 끌어모을 작정인가" 


하시며 벌떡 일어서 열려있던 창을 다 닫으시고 다시 자리에 앉으셔서 대뜸 나에게 말을 건넸음.
 

"아직 안 나왔지요?"


"네.."
 

"잘했네. 성급하게 나오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잘했어.
 
근데 얘는 오래 됐어.
 
거기 있은지 오래 됐어.
 
오래 됐어.
 
10년은 안 되도 꽤 됐어.
 
지금 얘는 니가 싫어 죽겠는데, 그만큼이나 니가 나가는 것도 싫은 거야.
 
당분간만 거기 있어, 행동거지 잘해야 돼.
 
방뺄 때는 나간 거 눈치도 못채게 나와야 해.

참 기가 막히네 막혀.."
 
 
그리고 어머니가 복채를 드리자,
 
염주알? 같은 게 든 작은 복주머니 2개를 주시며 친구와 하나씩 들고 있으라 하셨음.
 
 
나는 기가 잔뜩 눌려 그곳을 나왔고 준비해간 소금을 뿌리고 집으로 돌아왔음.
 
그리고 그 다음 날 복주머니 두 개를 손에 꼭 쥐고 기차에 올랐음.
 

#. 이제 여러분은 쑥이의 시각에서 깨어납니다. 탁탁!
 
우리는 쑥이의 얘기까지 듣고는 질풍노도가 찾아옴.
 
멘탈 가출
 
무서움...ㅜㅜㅜㅜㅜ
 
오래 됐대;;;
 
점쟁이나 무당들의 말을 100% 신뢰하지 않지만 그런 상황에 그런 말을 들으면 진짜 막 믿게 됨.
 
 
단지 헷갈렸던 건 장수할머니는 일찍 나오라시고,
 
쑥이가 찾아갔던 그 점집에선 신중하게 나와야 된다 하시고!
 
 
그런 것은 다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른가 봄.
 
어쨋든 뭔가 범상치 않는 무언가가 그 방에 있다는 건 확실해 보였음.
 
장수 할머니께서 주신 부적을 쑥이에게 받은 염주알이 든 복주머니에 넣고 주머니에 긴 줄을 매달아 목에 걸고 다녔음.
 
몸에 항상 지니고 다니라하셨으니깐!
 

그 날은 복주머니와 부적도 있겠다!! 그걸 가지고 한 번 자봐야 겠다는 이상한 실험정신에 입각해 이제 단발이는 우리를 건들지 못할 거란 밑도끝도 없는 자신감으로 우리 둘이서 또 무도를 보면서 요가도 하고 웃고 즐기다가 한순간에 잠에 훅. 갔음.
 
단발이는 날 비웃기라도 하듯 또 나타났음.
 
그 날은 책상 쪽이 아닌 전신거울이 있는 벽쪽으로 머리를 두고 잤었음. (다들 제 방 구조 기억하십니까요?)
 
asd (3).jpg
 
단발이는 또 옷장 앞에서 죽은 사람처럼 목이 꺾여 푹 숙이고 있다가, 또 드라이기 선으로 내 목을 끊어 놓을 것처럼 졸라왔고 숨이 막힌 나는 또 버둥거렸고
 
그러자,
 
갑자기 목조르던 걸 멈추고 쑥이와 나를 빤히 보며 웃으면서 고개는 계속 우리 쪽으로 둔 채 우리 주위를 미친 듯이 돌았음.
 
입을 막 뻐끔뻐끔 거리며 말을 하는 것 같긴 했으나 소리는 들리지 않았음.

그렇게 한참을 돌더니 또 내 목을 조르고 내 배를 바닥과 합체 시킬 것 처럼 무서운 힘으로 눌렀음.
 

그렇게 얼마나 오랜시간이 지났는 줄은 알 수 없음.
 
눈을 뜨니 아침이었고..

그렇게 6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음.


우리넷은 또 시험공부에 열중하기 시작했고 그러지 않아도 우울증 증세에 시달리던 나는 

자괴감에도 빠졌다가, 무기력해졌다가, 울다가, 가위에 눌렸다가, 멍해졌다가, 살기 싫다가, 

친구들 보면 억지로 웃다가, 공부하다가, 가위 눌렸다가, 울다가, 죽고 싶다가, 

인생이 무의미 했다가, 책을 봤다가, 억지로 웃다가 하면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는 결국 기말고사 첫 시험을 치러 가서 시험지를 배부받는 순간 옆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나갔고 엄마, 아빠와 함께 부산으로 내려와버리는 바람에 기말고사 시험은 단 한.개.도. 칠 수 없었음.






기말고사 첫시험.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나를 또 예뻐라해주셨던 교수님의 과목이었음.
 
시험 며칠 전부터 명치와 복부, 등, 식도까지 아팠지만 나는 마음도 병들어 있었기에 내 아픈몸을 외면했었음.
 
그렇게 나는 잿빛 도는 커다란 시험지와 문제가 적힌 A4용지를 받아 학번과 이름을 썼고, 눈을 떴을 땐 이미 병원이었음.
 
내가 눈뜨고 입벌리고 멍을 때리다가 긋~뭘닁! 이라고 하자 내가 깬지도 모르고 얘기 삼매경에 빠져 있던 아지와 겨미가 있는 욕 없는 욕을 바가지로 퍼붓는 것으로 뼈에 사무칠 정도의 사랑을 표현했고 둘은 눈물을 쏟았음. 걱정했다며..
 

그 날 내가 정신을 잃자 내 뒤에 앉아 있던 아지와 시험감독하던 조교분들 중 한 명이 나를 업고 나와 일단 교내 보건실로 달려갔고 그 후에 병원으로 왔다고 했음.
 
나는 가만히 듣다가 아지보고 넌 왜 여깄냐고 미쳤냐고 하니 내머리를 철쒁 때리며 시험 안 칠 핑계가 생겼는데 내어찌 가만있을 수 있었겠냐며 도끼눈으로 날 째려보았음ㅋㅋㅋㅋㅋ에라이 도끼야
 
결국 교수님의 따듯한 배려로 아지는 따로 교수님 사무실에서!
 
단독으로!
 
혼자!
 
참으로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교수님 눈 앞에서 시험을 칠 수 있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덕분에 ㅋㅋㅋ
 
 
시험치던 중이라 늦게서야 알게 된 쑥이도 병원으로 와줬고 쓸데없이 말많고 끝도없이 애드립을 날리는 내 머리를 또 때렸음.
 
 
아빠가 급히 올라왔고 그 날 저녁 나는 아빠차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와 극빈대접 받으며 요양을 했음.
 
다음 날 수면내시경과 복부씨티, 복부초음파, 혈액검사 등등 검진을 받았고 역류성 식도염, 출혈성 위염, 급성 췌장염.. 덤으로 혈소판 수치가 현저히 낮다는 검사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음.
 
병명이 좀 무섭긴 하지만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고 난 여러가지 주사를 맞고 약도 꾸준히 먹으며 빠르게 완쾌해갔음.
 
부산에 내려와 며칠이 지난 뒤 나는 내가 수강했던 과목의 교수님들 한 분, 한 분께 전화를 드렸음.
 
이미 지나가버린 시험은 보지 못한 데에 대한 나의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했고, 앞으로 있을 시험은 보러 갈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양해와 그 이유를 말씀드렸음.
 
그리고 한 분. 한 분께 메일로 입원기간이 명시되어 있는 진료확인서 파일 또한 보내드렸음.
 
몇몇 교수님은 기말고사 성적을 기본점수만 주겠다 하셨고, 몇몇 교수님께선 중간고사 성적을 반영해 점수를 주겠다 하셨음.
 
그 중 나를 예뻐해주셨다는 기말고사 첫과목 교수님께서는 시험걱정은 말고 건강챙기라시며 나를 많이 걱정해주셨고 며칠 뒤 나에게 직접 전화를 주셔 내 건강상태까지 살펴주셨음ㅜㅜ
 
주말에 친구들은 공부하기도 바쁠시간을 쪼개어 날 보러와주었음ㅜㅜ

밥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찜갈비도 뜯으며 잘 살고 있는 나를 병자취급 하며 굳이 죽을 사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기말고사 기간이 끝나갈 때쯤 나는 많이 건강해져서 살도 2키로 정도 쪘음!!
 
이사도 해야 했고, 너무 감사한 교수님들께 인사도 드리기 위해 나는 다시 학교로 올라갔음.

무엇보다 친구들이 보고팠고 맛난 걸 사주고 싶었음.
 
난 내 사랑을 먹는 걸로 표현하니깐.
 


학교에 도착해선
 
시험이 끝난 아지와 함께
 
그 교수님께 찾아가 맛있는 쿠키를 드리며
 
신경써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인사를 몇번씩이나 드렸음
 
 
아지와 나는 쑥이와 겨미를 기다리며 시험 때 감독을 맡아 시험장에 들어왔다가 날 들쳐업고 뛰신 조교님께도 인사를 드리려 과사무실에 찾아갔다가 다른 조교님들, 대학원생 몇몇 분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음.

내가 아파서 시험을 보지 못한 얘기와 기숙사에 들어가고부터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다는 그런 얘기들..
 
그리고 나는 거기서 기숙사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됨.

한 대학원생 언니가 해준 얘기에 따르면 이러했음.
 

 
 

그 기숙사는.
 
원래 우리학교 기숙사 용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고 학교근처의 일반 빌라형 원룸이었다고 함.
 
우리 학교에서 새 기숙사를 짓고, 원래의 기숙사는 냉난방 시스템을 교체하면서 약간의 내부공사와 리모델링 작업을 했고,
 
그 때 얼마간 학생들을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학교에서는 학교 근처에 있는 싼 건물들을 사들였고 그 건물들은 새기숙사가 지어진 후에도 계속 자취형 기숙사로 사용되고 있다는 거였음.
 
그런데 그 전에 집주인의 딸이 죽었었다는 괴담이 있다고 했고 나는 너무 무서웠음....
 
 
그리고 그 말은 아지 쑥이 겨미에게 해주며 함께 무서워했었음!ㅜㅜ
 
공포는 나눠야 제맛!!
 
 
그리고 나를 들쳐엎고 나갔던 조교님과 친해져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쑥아겨"와도 함께 자주 만났음.
 
 
아지와 겨미는 쑥이와 내가 이사하는 걸 도와 같이 짐을 쌌고 소량의 이삿짐 날라주는 1톤 트럭을 불러 우린 새집에 짐을 가져다 놓았음.
 
점쟁이의 말대로 우린 꼭 필요한 것만 담았고 매트 이불 잠잘 때 입었던 옷가지들, 단발이가 집착하던 필기구들.. 등 최대한 많이 놔두었음.
 
챙겨서 나온 짐들은 새집에 올려다 두고 새집 근처 삼겹살 집에서 삼겹살을 마시며 얘기를 했음.
 

겨미 - "드디어 그방에서 나오네 진짜 고생했어.
         아프기까지 하구 이거 정말 학교 측에 뭐라해봐야 되는거 아니야?"


아지 - "그래 너네방은 진짜 음침하긴 한 거 같다. 그런 말 듣고 봐서 그런진 몰라도..
         근데 구조는 너네방이 좋았는데 우리 방보다 넓어 보이고!
         근데 너네 거울도 버리고 나가? 안 챙기더라?"
 

쑥이 - "거울 원래 있던 건데??"


아지 - "진짜?? 왜 우리방엔 없었지?"


나 - "너희방에 있지 않아?"


아지 - "그 세워놓는 전신거울~? 그거 우리 돈주고 샀는데?"


나 - "진짜? 왜 우리방에만 있지?"


겨미 - "전에 쓰던 사람이 놔두고 간 건가?"
 
 
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 넷은 동시에 왠지 모르게 소름이 끼쳤음.
 
아뭐지 아하하하하하ㅏㅎㅎ하라하하러하하하하핳
 
 
그 날은 우리모두 아겨방에서 잤고,
 
다음 날 아침.
 
쓰레기 봉투에 버리고 올 모든 것들을 담아 내놓은 뒤에 우리방에만 있다는 그 거울도 내놓았고,
(그 거울 뒤엔 시커먼 곰팡이가 터를 마련해놓고 있었음.)
 
쑥이와 나 둘이서만 방에 남아 물을 올려두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부적을 태웠고 얼마 나오지도 않는 재를 물그릇에 받았음.
 
그렇게 우리는 그 방을 나왔음.
 
 

그렇게 나의 기숙사 생활은 끝이났음.
 
 
 


껕!!
 
 
 
 
 
 
 
 
 
 
 
은 아님 ㅡ

더 보셔야 함.
 
 
 
 

꼐속 읽어주셔야 함 ㅋㅋ
 
 
 
 
 
 

그 기숙사를 나온 뒤 쑥이와 나는 신기하게도 가위에 눌리지 않고 밤에 잠도 잘 잤으며, 우울했던 나는 다시 밝은 모습을 찾았음.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 2학기가 시작되었음.
 
그 때 날 업었던 조교님 (균오빠라 칭함.) 과
(*균오빠 : 이선균을 닮아 붙인 별명.)
 
그리고 함께 대학원 공부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던 날이 있음.
 
물론 쑥아겨와 함께!!ㅋㅋㅋㅋ 밥을 먹었음.
 

균오빠는 해줄 말이 있어서 같이 밥먹자고 한 거였다며 옆에 있던 친구분을 툭툭 치며,
 

"얘가 그러는데.. 너네 기숙사에서 죽은애 있대"
 
 

그리고 그 친구분께서는 이런 말을 해주셨음.
 
 
 

#.이제 나레이션 느낌으로다가~
 
그오빠가 신입생이던 시절. 그러니 약 10년 전쯤.
 
우리 학교 의대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자살한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이 죽고나서야 듣게 된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 신입생으로 들어왔을 때 꽤나 이뻐서 인기가 많은 한 여학생이었다고 한다.
 

사실인지 루머인지는 모르나, 교수님 사무실에 자주 드나들고 교수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몇몇 같은 과 학생들의 말이 삽시간에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그 이후로 그녀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따돌림이 아니었다.
 
같은과 학생들은 그녀가 지나가면,
 
'첩질하러 간다 더러운X 좋냐' 등등의 폭언을 일삼았고,
 
학과 선배들의 괴롭힘은 더욱 심해서 후배들 군기잡을 때 특히나 그녀에게 심한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그렇게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없는 모욕과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그녀는 의대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 여학생은 어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어 기숙사에서 지냈던 것인데,

그 기숙사가 바로 내가 살던 그 기숙사였다고 한다.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는 이유로 가정환경이 어려울 것이라 짐작한 학생들이 교수님과 있는 것을 보고 그런 상상의 나래를 펼쳤거나,
 
아니면 그 모두 진실일지도 모른다.
 
 
 
 
라는게 그 오빠의 말이었고,
 
그냥 그 빌라의 원래 주인이던 사람의 딸이 죽었었구나 하며 그 여자일 거라 믿고 있었던 나는 또 한번 더 놀랬음!!!!!!!!
 
 
그 방을 나와 가위에 눌리지 않게 된 것을 기쁘게만 여겼던 나는 단발이에게 조금 미안해지며 가슴이 아팠음...
 
사실 아직까지도 단발이가 내방에 살았었다는 그 어떤 증거도 확신도 없지만 나는 왠지 그런 것 같았고..
 

나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다 들었음.
 
항상 기죽은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항상 책상에서 볼펜들을 만지작거리던,
 
내 책에 집착하던 단발이는 정말 공부가 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내가 멋도 모르고 쑥이에게 방안에서 단발이 얘길한 날이면 내입을 찢어놓으려던 것과 암호를 만들어 자신을 농락하고 소외시키자 그 이후의 괴롭힘은 더 심해졌던 것..
 
자신을 농담거리 소재로 삼았던 쑥이의 문자를 보기 위해 열심히 탁탁탁탁탁탁 키보는 자판을 쳤던 것.....
 
등등 본인의 얘기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던 단발이.
 
친구들의 수근거림과 따돌림에 한이 맺혔던 걸까.
 
그 밖의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다 들어맞는 듯 했음.
 
 
그리고 내가 그 기숙사를 나온 이후 내 기숙사 옆건물에서 살던 한 여학생이 국토 대장정을 하다 탈수로 죽은 일이 생긴 후,
 
그 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기숙사와 그 주변 몇 개의 건물은 모두 폐쇄된 뒤 사라졌고 그곳엔 지금 다른 무언가를 짓고 있다고 함.
 
 
 
 
 
 
단발아.
 
그 부적. 니 기운 빨아들이는 거였대.
 
태워주고 나왔으니까 너도 좋은곳으로 갔겠지??
 
단 한 번도 꿈에라도 안 보이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년이 지났는데도 생생하다 니 이빨ㅜㅜㅜㅜ
되게 하얗던데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버린 거울 누가 주워다 쓰고 있는 건 아니겠죠?
 
 
 
네?
 




외전

안녕하십니까요???????????

이번에 쑥이와 제대로 그 기숙사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얘길하면서 한 가지 사건도 사람들 마다 각각 다르게 기억할 수 있고, 혹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더라도 그 기간 중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일이 서로 다를 수 있단 걸 알았음.

이제부터 여러분은 쑥이가 얘기하는 기숙사 얘기를 듣게 되십니다 뿅!!
 
 

#.

아직 후리와 내가 단발이의 존재를 채 알지 못하고 그냥 가위를 쫌 눌린다고 생각할 때였음.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후리와 난 무도의 열혈팬이었고 보고 또 보고 계속 봤음.

그 당시 나는 토익 공부중이었기 때문에 내 컴퓨터엔 토익 영어듣기 파일이 많이 저장되어 있음.

그 날도 우린 학교수업을 마치고 무도를 보며 비명을 지르며 웃고있었음 끼랴이하하하하하하하ㅏ 그러다가 갑자기 우린 손도 대지 않았는데 스피커에서 토익 영어듣기가 흘러나오는 것임!!

화면은 무도인데 소리만 토익영어 듣기 ..

이건 무슨 조화일까 싶어서 무도 창을 끄니 그 소리도 멈췄고, 다시 무도를 재생해서 볼 때는 정상적으로 나왔음.

컴퓨터 잘하시는 분들 중에 혹시 이 현상을 설명해 주실 수 있는 분은 안 계심??

ㅜㅜ그런 일이 아예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말씀해주실분 음슴????

무도보면서 한창 기분 좋은데 토익으로 내 기분을 잡쳐놓은 이 현상이 있을 법한 그런 일이지요???? 그렇지요??????



#.

내가 처음 단발이를 봤을 때였음.
(이어지는 판 1편에 있는 이야기를 보시면 알수 있음.)

내 눈엔 고개를 푹 숙이고 발끝만 내려다 보고 있는 단발이가 너무 또렷하게 보였는데, 후리는 아무것도 없는데 뭐가 보인단 거냐며 겁에 질렸었음.

사감님 방에서 자고 일어나 하루종일 그 전날의 일을 생각해보아도 나는 분명히 헛것을 본 게 아니었고 만약 우리 둘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섞여있는 공간이었거나 아니면 목이 그렇게 꺽인 듯 아래로 쳐져 있지만 않았다면 나는 그것이 사람이 아니란 걸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음.

내 눈에만 뭔가 보였다는 사실 자체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지만 그보다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한단 것은 더욱 힘든 일임.

직접 눈으로 보이는 것만, 또 그를 증명할 수 있는 사실만 믿는 시대이니까.

나는 한참을 고민했음. 이걸 말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나를 허풍쟁이나 귀신보는 사람으로 알지는 않을까..

이상한 사람으로 보진 않을까..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달리 후리는 의심없이 내말을 믿어주었고 우린 그렇게 서로를 믿어 의심치 않는 친구가 되었음.



#.

그 날 일 이후로 가위에 종종 시달리고 있을 때임.

여느 때처럼 책상 쪽으로 머리를 두고 둘다 왼쪽으로 자고 있었음.

그러니까 후리는 벽쪽으로 향한 채 나를 등지고 쿨쿨 자고 있었고, 나는 후리 등을 바라보며 잠을 잤음.

한참을 단잠에 빠져 있다가 가위에 눌렸고 동시에 손끝으로 책상을 천천히 긴 간격을 두고 톡.. 톡.. 톡.. 한참을 치더니 의자를 스윽 빼는 소리가 들린 후에 적막이 흘렀음.

뭐지? 싶어서 살짝 눈을 뜬 순간 나는 기절 할 뻔했음.

나와 후리 사이의 공간에 누워 후리의 뒷통수와 내 얼굴을 번갈아 왔다갔다하며 쳐다보는 것임.

정말 미친 듯이.

나는 가위에 눌린 채 그광경을 지켜봐야 했음.



#.

중간고사 기간이 다가올 때 쯤, 각자 스탠드만 켜놓은 상태로 후리는 책상에서 공부하고 난 방바닥에 엎드려서 노트북으로 파워포인트 작업을 하고 있었음.

나는 피곤해서 잠깐만 누워 있는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고 또 가위에 눌렸음.

눈은 감고 있는 것 같은데 방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음.

그 때 옷장 2번에 자꾸 습기가 차서 옷장 문을 반쯤 열어둔 상태였는데, 그 문 뒤에서 단발이가 몸의 반만 내놓은 채로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깨어있단 걸 들키면 안 될 것 같아 가위를 풀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음.

내 무관심에 화가 났던지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나를 노려보더니 기괴하게 몸을 꺽으며 얼굴을 들이 밀었음.



#.

후리의 글에도 있었지만, 후리와 함께 숙사 앞에서 커피를 뽑아마시고 먼저 올라왔을 때의 일임.

기다리다가 같이 올라갈까 했지만 혹시 편하게 통화하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 먼저 올라왔음.

나는 혼자 3층 복도로 올라왔고 내 방문 앞에 서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여는데 가느다랗게 

톡.. 

소리가 나는 듯 했음 .

읭??? 잘못 들었나??? 하고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정확하게 안쪽에서 나 안에 있어요~ 그러니 문을 열지도 말고 들어오지도 말아요~ 라는 걸 의미하는 듯한, 지금 안에 자신이 있다는 걸 나에게 알리는 듯한!!!!!!!! 노크소리였음.

온몸이 얼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렇게 한동안 얼어 있는데 후리가 올라왔음.



#.

중간고사 기간에 후리에게 선배가 족보를 주겠다며 학교로 나오라고 하여 후리가 잠깐 나갔다 온 적이 있음.

나는 얼굴에 팩을 하기 전 세안을 하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음.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약간의 냉기와 심리적 공포 때문인지는 몰라도 세수를 하는데 뭔가가 자꾸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이 들었음.

나는 번쩍 몸을 일으켜 휙휙 뒤돌아봤지만 내가 제아무리 빨리 몸을 돌려도 항상 내 뒤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음.

후다닥 세수를 하고 나와 팩을 붙이고 노트북을 켰음.

노트북 전원에 불이 들어오고 바탕화면이 나오기 전까지 까만 화면에 내 방의 모습이 비쳤고, 방안의 모습에 어떤 검은 물체가 보였음.

그것은 단발이였음, 옷장 앞에 서 있는.

바탕화면이 켜지고 나서는 노트북에 비친 단발이를 볼 수 없었고, 나는 그저 내가 점점 미쳐가는구나 생각을 하면서 절대 뒤는 돌아보지 않은 채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듯이 후리가 어서 빨리 돌아와주기만을 바랐음.



#.

비가 내리던 날이었음.

후리는 비가 오니 김치전을 해먹자며 부침가루를 준비하고 잘게 썬 묵은지를 넣고 있었음.

물이 부족하여 나는 2층에 있는 정수기에서 물을 떠서 방 앞으로 왔음.

문을 열려고 하는데 현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창에 뭔가 있길래 보니,

단발이가 그 창문에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고

나는 까무라쳤음.

너무 놀라니 소리도 나오지 않았지만 물통을 떨어뜨릴 뻔하여 다시 물병을 잡는 순간 단발이는 없어졌고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니 후리는 신나게 김치를 휘젓고 있었고 단발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음.

후리에게 말하면 너무도 당연히!!! 백프로 믿어주겠지만 그보다 우리의 기숙사 생활이 더욱 공포스러워 질 것 같고, 또 눈깜짝 할 사이 없어졌기 때문에 그냥 후리에겐 아무말도 하지 않았었음.



#.

후리가 학교축제 전 학생회 모임이 있는 날이었음.

늦게 온다기에 나는 혼자 저녁을 먹은 뒤 인터넷 샤핑에 빠져있었음.

그런데,

화장실 수도에서 물이 타일바닥에 톡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에 샤워를 하고 수도를 덜 잠궜나 싶어 화장실로 들어갔음.

수도는 꽉 잠겨 있었고 물이 새는 곳은 없었음.

잘못 들었나 보다 싶어 돌아 나오려는데 또 

톡..톡..

뒤돌아 확인해 봐도 물새는 곳이 없어서 천장과 수도 구석구석을 확인해 보고 있었음.

그런데 현관에 신발 벗는 소리가 들려, '후리가 왔나?' 생각하고 밖으로 나가니 아무도 없었고,

순간 소름이 돋으며 정말 홀린 건가? 환청인가? 하며 그 영문모를 이상한 소리들을 듣지 않기 위해 음악을 틀었음.



#.

후리가 부산으로 내려가고 난 후 나는 기말고사 기간을 그냥 아겨방에서 함께 지냈고, 혼자서 내방에서 자거나 오랫동안 그 공간에 있는 일은 없었음.

한 3일 만에 내 방에 들어갔을 때, 내방은 사람이 정말 오래도록 살지 않아 황폐해진 집에서나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이상하리만큼 쾌쾌하고 불쾌한 느낌과 냄새가 났고 전신거울 옆에 세워 놓았던, 내가 동아리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이 담긴 큰 액자가 앞으로 넘어져 있었음.

내 액자ㅜㅜㅜㅜㅜㅜ

나는 단발이가 내 앞에만 가끔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고 그럴 때마다 그것은 공포라는 단어로만 표현하기엔 부족했음.

대신 가위는 후리가 더 자주 눌렸고 가위에 눌릴 때 가장 많이 듣던 소리는 아시다시피 책상을 뒤지거나. 책장을 넘긴다거나. 책장을 찢는다거나. 서랍을 열어 달그락 거리고. 연필이나 볼펜으로 무언갈 사각사각 쓰리 소리였음.

이상한 건 항상 책상 2번.

그러니 후리의 책상에서만 소리가 들렸음.

지금에서야 추측컨대, 단발이는 의대에 다녔던 학생이었고 그러면 1, 2학년 때는 교양을 비롯해 생물, 화학, 유기화학 등의 공부를 할 것임.

그런데 후리의 책상에는 생물, 화학 책들이 많이 있었음..

그래서 늘 후리의 책에 집착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봄.

내 생각에도 아마 사감 선생님은 뭔가 알고 있었으나 우리에게 고의적으로 숨겼다고 생각이 됨.

사감 선생님도 우리학교 출신의 대학원생었고, 그 나잇대쯤엔 그 의대 여학생 자살사건은 학교내에서 유명했었다고 함.

학교측에선 쉬쉬하며 조용하고 신속하게 일을 마무리 지어버렸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일이었으니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음.

우리가 무섭거나 의아할 때 사감님께 말을 해보았으나 그럴 때마다 보이는 그 별일 아니라는 태도는 아마 외면해버리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것 같음.
출처 판 후리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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