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stay -5-
게시물ID : panic_86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4
조회수 : 7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6 21:00:57
옵션
  • 창작글
창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침에 보았던 생기있는 미소를 자신에게 지어준 그녀가 이 점집의 주인이라는 것을.
 
그녀와 창수는 얼마 되지 않는 간격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창수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나이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미소였다. 외관으로부터 보여지는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미소였다.
 
치열이 매우 고른 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무당이신가요?
 
그녀는 자신이 무당이라고 밝히며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두 가지 일을 해, 조그마한 가게를 하나 하고 있어. 옷을 판매하는 곳이지.
 
아침 8시 쯤에 출근해서 지금 이 시간 쯤에 집으로 돌아와. 그리곤 사람들 점을 봐주는 일을 하지.
 
창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내심 놀랐다. 무당인 사람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오늘은 내 모든 힘을 다 했어. 점을 보러 왔니? 그렇다면 난 해줄 수 없을 거야. 미안해. 네 이름이 뭐니?
 
창수는 만화에서 보던 챠크라라던지 게임에서 보던 마나 같은 기운 같은 것들을 생각했다. 창수예요. 이창수.
 
그래, 그런 이름이구나. 잠깐 들어올래? 미안해서 그런데, 코코아라도 한 잔 대접하고 싶다.
 
네. 좋아요. 창수는 무당 친구를 한 명 쯤 사귀어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벌벌 떨고 있어. 제가 떨고 있나요?
 
창수는 자신이 추위에 떨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오늘 소나기가 잠깐이지만 많이 왔지? 잔뜩 맞은 모양이구나. 집에 네 나이에 맞는 남자옷이 있어.
 
무당누나, 아들이 있으신가요? 창수가 놀라워하며 질문하자 무녀가 피식하고 웃었다.
 
아니, 내가 아까 옷장사한다고 말하지 않았었니? 무녀는 창수에게 파란 후드와 꽃무늬 반바지를 건넸다.
 
꽃무늬 바지가 유행이야. 한번 입어봐.
 
창수는 꽃무늬 따위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금세 코코아도 타왔다. 뜨거울 까봐 찬 우유를 조금 부었어. 맛있게 마셔.
 
감사합니다. 창수는 무녀의 호의에 조금 감동했다.
 
무녀의 집은 의외로 을씨년스럽거나 그런 분위기가 아니였다.
 
커다란 불상이 있고 향이 잔뜩 피워져 있는, 그런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 생각했으나ㅡ물론 비스무리한 것들은 있었지만ㅡ
 
이 집에선 향냄새보다는 라벤더향과 담배냄새가 섞인 묘한 향이 나고 있었다.
 
곧 라벤더향이 사그러들고, 담배냄새가 매캐하게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무녀는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미안해, 하지만 내 집이니깐 이해해줘. 창수는 코를 막으며 수긍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고등학교 때 나쁜 친구들을 만나서 담배를 배웠는데, 18살 되던 해에 끊었었거든. 근데 요즘 다시 피워.
 
창수는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밖에서 순찰차인 지 응급차인 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무녀가 침묵을 깨고 말을 이었다. 희한해. 내 나이가 이제 스물여덟인데 사춘기가 또 왔나봐. 아니면 갱년기가 일찍 찾아온 걸까?
 
무녀는 헛웃음을 쳤다. 점을 보러 온 사람은 꼬마 넌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네.
 
미안해. 창수 네가 착해보여서 믿음이 가나봐.
 
창수는 누군가의 진지한 얘기를 들어주는 일이 처음이였다. 무녀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도움이 될 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다른 이유도 좀 있어. 너를 문방구에서 봤을 때 좀 반가웠어. 나에겐 굉장히 낯익은 얼굴이였거든.
 
창수는 순간 무녀가 뭔가 알고 있으리란 생각을 했다. 저를 혹시 아시나요?
 
아니, 그렇진 않아. 단지...
 
밖에서 순찰차인 지 응급차인 지가 사이렌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네가 꿈에 나와. 그리고 네 꿈을 언제나 집이 아닌 바깥에서 꿔.
 
그리곤 역시 밖에서 잠이 깨지. 난 너에게 아직 여기까지 밖엔 말해줄 수가 없어.
 
왜냐하면 모든 진이 다 빠졌거든.
 
창수와 무녀가 눈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광경이였다.
 
두 사람은 눈을 오랫동안 감지 않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출처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