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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일기
게시물ID : panic_86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늰자
추천 : 7
조회수 : 118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6 23: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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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16년 2월 21일
선생님께 권유 받아서 쓰기 시작한다.
사실 권유받은건 몇일 지났지만, 사소한일을 써도 된다길래 하나하나 적어보려고 한다.

오후 3시 13분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급해보이는 남자에게 순서를 양보했다. 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내겐 아무런 득도 없는데 왜 그런 일을 했는지 후회했다.

2016년 2월 27일

내 옆자리말곤 만석인 버스에서, 커플들이 서성거리길래 자리를 비켜줬다. 6정거장이나 남았지만 내 옆에 아무도 앉지 않는거보단 좋지 않을까 싶어 양보했다. 감사인사 한마디도 없는 그들이 얄미웠다.

2016년 3월 1일
오전 8시20분

옆자리 사람이 추운듯 떨고 있길래 문을 닫았다. 그렇게 추우면 직접 닫으면 됄텐데, 미련한 사람.

오후 6시

잠깐 비켜달라는 말에 비켜줬다. 알아서 비켜줄 생각이였는데, 말로 꺼내다니 내가 만만해 보였던걸까? 

2016년 3월 3일

문뜩.
생각을 해봤다.

사회부적응자인 내가 사회에 맞춰줘서 살고 있는데, 이거야 말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배려가 아닌가?

일을 안해도 된다. 돈이 없으면 나가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해서 빼앗으면 된다.
결국엔 잡히더라도 교도소에선 밥을 준다.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다.

외로움을 타는것도 아니다. 뭔가 원하는것도 아니다. 단순히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있다.

나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려하고 있기 때문에. 속박당하고 있는거다.

2016년 3월 5일

생각을 고쳐보기로 했다.
사회가 없었더라면 나라는 이레귤러가 이렇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난 분명, 나보다 강한 인간에게 짓눌려졌을거다.

그렇다, 사회는 날 지켜주고 있던거다. 살인같은거.. 누구라곤 못해서 안하는게 아니야.
안하는거야. 사회를 위해. 공동체를 위해.

2016년 3월 9일

점점 일기를 쓰지 않게 됀다.

자리를 양보한다던가
뭔가를 주워준다던가
용태를 신경쓴다던가

이런건 배려가 아니였다.
사회공동체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였던거다.

그런데도, 그 당연한 일을 못해내는 인간들이 있다.

너무나도, 역겹다.

2016년 3월 11일
오전 1시

처음으로 쓰레기를 사냥했다.
처음으로 사회에 공헌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난 사회부적응자가 아니야.

아무도 못하는 일을, 내가 하고 있는거야.

그렇지?

2016년 3월 12일

오늘은 두마리. 낮밤으로 나눠서 공헌했다.

2016년 3월 13일

쓰레기가 너무나도 넘쳐난다. 
머리가 아프다.

2016년 3월 25일

경찰의 눈을 피해 7명째지만..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린다던가.
새치기를 한다던가.
큰 소리를 지른다던가.

내 '쓰레기' 기준이 너무 낮았던걸까?
내 '쓰레기' 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걸까?

그래도 멈추진 않을거야.

아마추어인 내가 아직까지 안잡혔다는건
사회도 내 배려를 인정해주고 있다는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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