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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글주의) 남자친구가 여자들이랑 여행갔다 온 게 계속 생각나요.
게시물ID : love_86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미맴이지
추천 : 1
조회수 : 238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8/16 04:15:05
 안녕하세요. 20대 중반 여자사람입니다.
 
매번 연게 글만 보다가 새벽에 잠도 잘 안오고, 예전에 있었던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그냥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 써봐요.
 
남자친구랑은 사귄지 450일 정도 됐구요, 지금 사귄 남자친구가 처음 사귄 남자친구에요. 남자친구한테도 제가 첫 여자친구구요.
 
사귄지 60일 남짓 됐을 때 남자친구가 여자 두명이 포함된 스터디 사람들끼리 1박 2일 여행을 갔어요. 남자 2명, 여자 2명 이렇게 넷이서요.
 
저기 남자 2명에는 제 남자친구가 포함되어 있는데 편의상 제 남자친구 말고 다른 남자를 A, 여자를 B, C라고 할게요.
 
근데 이렇게만 보면 여자친구 있는 남자가 여자들이랑 같이 여행을 갔다는 것 자체가 진짜 이해가 안 가실텐데 중요한 건 남자친구랑 A, B, C 전부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고 친한 사람들이라는 거에요. 전부다 학과 동기들이거든요. 저희 과에는 과 특성상 스터디가 활발한 편인데 학기 초반에
 
저희 과 동기들 사이에서 스터디 모임이 두 그룹 생겼어요.
 
학기 초에 저랑 남자친구는 서로 잘 모르기도 했고  (이때만 해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1정도일 줄 알았음...)
 
저는 다른 스터디 모임에 속해 있었어요. 그런데 어쩌다보니 마주치는 일도 많고, 같이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사귀게 되었어요.
 
과 동기도 몇 명 안되다 보니 다들 정말 서로서로 엄청 친한데, 아무래도 학기 초반에는 같이 스터디하는 사람들끼리 좀더 친했던 게 있었겠죠.
 
근데 저랑 사귀고 나서 60일 정도 되었을 무렵에 스터디 사람들끼리 1박 2일 여행을 간다는 거에요.
 
근데 그냥 여행도 아니고 여자 C의 집이 있는 지역으로 놀러가는 거고, 심지어 여자 C의 집(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하루 자고 온다는 거였죠. 
 
물론 여자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여자가 포함되어 있는 구성으로
 
그것도 그 여자의 부모님이 계신 집에서 자고 온다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됐어요. 그것도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이 말이죠.
 
처음에는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지금도 이해가 안 되지만) 제가 연애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가,
 
아니면 너무 보수적이어서 그런가 라는 생각도 해봤는데 정말 좀 아니다 싶더라구요.
 
또 이해가 안 되는 건 그 여행을 굳이 가려는 남자친구도 이해가 안 됐지만,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와 여행을 가는 그 스터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심지어 저랑 사귀는 걸 뻔히 아는 동기들인데... 하다 못해 저한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지도 않더라구요.
 
'여자랑 같이 가는 여행'이라는 것부터가 이미 말이 안 되는데 더욱 이해가 안 갔던 건 남자친구의 태도였습니다.
 
남자친구가 저를 어떻게든 설득시키보려는 모습이라도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저랑 사귀기 전부터 했었던 '선약'이고, 이제 와서 이걸 취소하는 건
 
자기들을 초대해준 C의 부모님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입장을 바꿔서 내가 만약에 남자들이랑 여행을 간다면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괜찮다고 하더라구요...ㅎ
 
사귀면서 한번도 의견이 안 맞다던가 싸운다던가 그런일 없었는데 이것때문에 처음으로 다퉜었어요.
 
결국 남자친구는 여행갔어요. 얼마나 그 사람들이랑 추억을 만들고 싶으면 저럴까라는 생각도 있었고, 가장 큰  건 우리 두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 인해서 우리 관계가 깨지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리고 사실 여자들이라고 해도 정말 아무 사이 아닌, 진짜 가족 같은 사이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저랑은 막 서로 시누이, 올케 부르면서 장난도 많이 쳤었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알고 난 사실은,
 
아까 말했던 남자 A과 여자 B는 저희보다도 먼저 사귀고 있었더라구요. 그리고 여자 C도 그때 당시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고 지금은 그 사람과
 
사귀고 있어요.)
 
근데 이게 아무 사이가 아니고, 아무사이가 아닌걸 안다고 해서 문제가 아닌게 아니잖아요.
 
여자들이랑 여행가는 것도 그렇지만 그걸 두고 나를 설득시키려는 모습이 없었던 게 가장 충격이었던 것 같네요.
 
나중에 동기들이 말하길 자기라면 절대 안 보냈을 것 같다고, 자기라면 헤어졌을 거라고, 진짜 착하다고 얘기하는데...
 
착한게 아니라 그냥 제가 바보같이 굴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가 여자들이랑 같이 여행가는 거 보내주는 여자, 얼마나 우스워보였을까 싶고...
 
근데 이게 계속 생각나요. 정말 하루종일 너무너무 좋고,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그러다가도 문득 문득 떠올라요.
 
저렇게 여행갔다와서 싸우고, 얼마 지나서 또 생각나서 그때 무슨 생각이었냐,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 거냐 물어보고,
 
모처럼 데이트하면서 이 이야기랑 비슷한 글을 보고나서 같이 남자를 욕하다가, "근데 오빠도 그때 갔잖아?" 라고 해서 또 분위기 가라앉고...
 
이런식으로 오늘 이 순간에도 또 생각나요. 근데 남자친구랑은 저 때 그 일만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싶을만큼 너무 좋아요.
 
남자친구랑은 반장난식으로 결혼 얘기도 나누고 얼마전에는 커플링도 했어요.
 
어제는 커플티도 사고 같이 신나했는데 이렇게 새벽에 또 그 여행갔던 일이 머릿속을 비집고 훅 들어오네요.
 
이렇게 생각날 때마다 저때 마음고생한거랑 나를 이해 못하고, 내 마음을 몰라준 남자친구가 생각나서 마음이 저리고 눈물이 나요.
 
저 때 일있고 좀 지나고 나서 제가 하도 그 때 일을 얘기해서인지,
 
남자친구도 생각이 좀 변해서인지 미안하다, 그때로 돌아가면 안 갈거다 얘기하는데 그때마다 제가 "근데 갔잖아." 하게 돼요.
 
그리고 혹시나 남자친구랑 결혼까지 하게 되더라도 그때 여행간 일은 계속 생각나고, 계속 또 얘기하게 될 것 같아요.
 
심지어 또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 거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쩌면 이미 답이 정해져 있는 건데 제가 여태껏 붙들고 있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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