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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편-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을 때.
게시물ID : panic_8694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닿고싶은데
추천 : 6
조회수 : 12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6 23:50:07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을 때,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을 때. 나는 과연 어떤 자세로 죽음을 맞이할까?
웃지 마세요, 웃긴 이야기라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웃지 말고 잘 생각해보세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본 거 아닌가요?
, 그런 말도 있잖아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라든가.
살 만큼 살았으니 여한이 없다.’ 같은 거.
 

 오늘의 삶에 충실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라는 격언 같은데 솔직히 저는 저런 말 남긴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오해하지 마세요, 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이라면 반드시 후회하고 사는 법이라고요
 
 
예를 들어볼까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으면 내일은 그 사과나무에게 물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거예요, 다음 날이 되면 거름을 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할 테고요. 본인에게는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불과하겠지만 나 같은 사람 입장에서,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도 분명한 후회라고요. 격언은 무슨, 내가 보기엔 말도 안 되는 거죠. 저런 말 한 사람들은 분명 본인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한 게 분명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 후회해요. 저도 그랬고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언제 죽을지 아니까 숨 쉬는 것도 후회가 되더군요. 후회는 절망으로 이어지는 법이고,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후회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하루 종일 우울증에 빠져 사는. 그런 정도 언제나 후회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이제 다 옛날일이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이건데요.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법이잖아요. 덕분에 자살하겠다고 난리 부르스 추고 있는 선생님 같은 사람이랑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거니까요. 아뇨, 물론 본인에게 어쩔 수 없는 문제라는 게 있다는 걸 이해해요. 다시 말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요.
 

  아, 제 말이 너무 길었나요? 여하튼 요지는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후회 하며 살아간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살고자 하는 욕구의 발현이니 사람은 언제나 후회 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므로 후회하지 않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거나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이다. 어때요, 괜찮지 않나요? 뒷말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지금은 이걸로 충분해요.
 

? 싫다니 어쩔 수 없군요. 방금 전까지는 잘 어울려주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아, 슬슬 정신을 차리는건가요?
, 이거 꿈 아니냐고요? 선생님, 제가 지금까지 한 말을 전부 어디로 흘려버리신 건가요?
뒤돌아보세요. 목매달고 대롱대롱 흔들리는 선생님 시체 보이시죠? 선생님은 방금 죽었어요.
삶에 염증을 느껴 자살하셨다고요. 그러다 마지막 순간, 달리 말해 눈을 까뒤집기 전 하신 후회때문에 제가 찾아온 거죠. 선생님 나름대로는 멋진 죽음이라고 생각하셨겠지만 결국 이 모양이라고요.
 

, 선생님.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습니다. 당신은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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