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언젠가 썼던 글
게시물ID : lovestory_684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ktosfrei
추천 : 1
조회수 : 3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8/27 23:14:27


  삐걱. 낡은 철문을 열고 나온 골목길의 새벽 공기가 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입김을 후우 하고 불자 날숨 한 모금이 연기처럼 흩어진다. 어김없이, 겨울이 온 게 분명하다. 어쩐지 초조한 마음이 들어 발걸음을 재촉한다. 타박, 타박, 타박. 어스름한 새벽의 그림자가 채 걷히지 않은 좁고 푸른 골목길. 유난히 길었던 가을이 지고, 새 계절이 보란 듯이 돌아왔다. 겨울, 겨울. 한 해 사이 어색해진 겨울, 단어를 소리 내어 뱉어 본다. 차가운 공기가 혀끝을 건드리고는 입 안을 훑듯 휘감아 어금니를 쟁 하고 울린다. 그래도, 끝이 나버린 가을보단 따뜻한 겨울이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잰 걸음으로 골목 어귀를 벗어나자 찬 공기가 방향을 바꾸어 얼굴을 스친다. 문득 왼쪽 눈이 시큰하며 시야가 번진다. 차고 건조한 바람 탓이다. 매 해 겨울이면 이렇게 눈동자가 마르곤 한다. 아, 혹은 속눈썹 한 가닥이 잠깐 말려 들어갔을 수도 있겠다. 대수롭지 않게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잠시 눈앞이 컴컴해졌다가 다시 세상이 보인다. 푸른 전봇대, 푸른 담장, 크고 작은 푸른 간판들. 정말로 겨울이 왔다. 겨울이, 와 버렸다. 지난 가을 함께였던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겨울이, 왔다.


2013.10.27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