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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업] 나를 섬뜩하게 만들었던 내동생
게시물ID : panic_86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errard
추천 : 33
조회수 : 491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3/27 17: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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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을 즐겨보고있는 이십대의 여자사람입니다.

제목 그대로 동생에 대한 얘기를 할까 해요.

무섭지는 않지만 당시 너무 소름이 끼쳐서 이렇게 주저리주저리 씁니다. 



엄마와 아빠의 꺼지지 않는 불타오르는 사랑의 결실로 내나이 방년 15세 때 막내동생을 얻게 되었음.

민감하다면 민감한 중딩 사춘기 시절,

"ㅇㅇ아 엄마 아빠가 사실 피임을 잘못했다" 라는 말 한 마디 띨롱 하시고 10개월 뒤에 꼬물거리는 조그만 생명체가 엄마 뱃속에서 슝 튀어나옴.


나는 그 나잇대 남들이 겪지 않는 육아문제를 고민하고 살았음.

여튼 애기는 늦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무럭무럭 튼튼하게 자라났고 남다른 언어구사 능력을 보여주었음.


그러던 어느 날!!!!

하늘이 꾸물꾸물 거리고 낮인데도 저녁 같은 그런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이었음.

애기는 자라서 3살이 되었고 집에 아무도 없이 내동생과 나만 있는 날이었음.

동생이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서 간식을 주려고 거실 식탁에 마주앉아 입에 빵을 넣어주고 있는 찰나였음.


근데 갑자기 현관에 있는 센서가 불이 파팍 하고 켜지는 게 아님?

다들 아시겠지만 현관 센서는 누가 들어오거나 나갈 때 그곳에 사람이 있어야만 불이 들어오게 되어 있음.

순간 기분이 싸해지면서 묘하게 나빴음. 근데 그런 걸 동생한테 티낼 순 없고 그냥 비도오고 날씨가 우중충해서 드는 생각이려니 하며 동생한테 다시 빵을 입에 넣어주려는데,

동생이 대뜸 하는 말이,


"언니언니 호랑이가 와떠"


이러는 거임.

..... 응? .........................

얘야 너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니.......................


나는 갑자기 심장이 바닥으로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과 몸 전체에 소름이 쏴악 하고 돋는 느낌이 들음.

그치만 언니가 놀래고 무서워 하면 동생은 얼마나 무서울까 하는 이런 막중한 언니의 책임의식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못 들은 척하며 억지웃음을 지음. 


하지만 눈치없는 내 동생은,
 

"언니 호랑이가 들어와따니깡?"




왓더.....

사실 나란 여자 겁이 미친 듯이 많은 여자임. 

가위도 완전 잘 눌리고 가끔씩 이상한 기운도 잘 느낌. 

밤에는 화장실도 혼자 제대로 못갔던 여자임. 

동생이고 뭐고 집을 얼른 뛰쳐나가고 싶었음.

그치만 난 언니이므로 또 태연하게,

"호랑이가 어딨어그런 거 없어얼릉 이거 먹어"    

하고 포크로 빵을 찍어 줬음.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내가 아닌 내 옆 아무도 없는 허공을 보면서 씨이익 웃는 거임.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대뜸,


"언니 호랑이도 배고푸대이거주까?"


하며 빵을 가리키는데...


꺅 이노무 지지배.........장난해? 

주지마 주지마!!!!!!!!!!!! 주긴 뭘 줘!!!!!!!!!!!!!!!!!!!!!!!!!!!!!!!!

아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 같았고 온몸에 털이란 털이 일제히 차렷자세를 하며 파다다다닥 스는 걸 느꼈음. 

손끝으로 피가 돌고 있는 느낌까지 생생히 났음.


파르르르르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고,

"아하하하하하하하 얘는 무슨호랑이가 어딨는데어딨는데!?"

일부러 큰소리로 웃으며 큰소리치며 스스로 안 무섭게 소리를 냅다 쳐댔음.



그랬더니 동생이 갑자기 씨이이익 웃으면서




"내옆에"

내옆에

"내옆에"

"내옆에"

"내옆에"








갓댐 지쟈스크라이스트!!!!!!!!!!!!!!!!!!!!!!!!!!!!!

이성을 잃을 뻔함. 빵이고 뭐고 우유고 뭐고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겁 많은 나란 여자 동생을 냅따 들쳐안고 미친 듯이 방으로 튀어들어가 
문을 잠구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썼음.

난 소름이 끼쳐서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그런 나를 보고 동생은 이해를 못하겠는지 멀뚱멀뚱히 나를 쳐다봤음.


"언니 왜그래?"   


난 아무말도 못했음. 그냥 패닉상태였음.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지 오래였음.


그 뒤로 엄마가 올 때까지 방에서 한 발자국도 안 나갔음.

동생은 심심하다면서 또 칭얼대서 티비를 틀어줬음.
 
마침 자기가 좋아하는 도라에몽이 나왔음. 킥킥되며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닌 것마냥 신나가지고 티비를 봄.

이쉐끼!!!!!!!!!!!!!!!!!!!!!!!!!!!!!! 날 이렇게 무섭게 만들어 놓고선!!!!!!!!!!!!!!

어떻게 혼자 저렇게 멀쩡이 방글방글 웃으며 티비를 볼 수가 있는 거냐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티비에 빠져 있는 동생이 너무너무 야속하기만 했음.


저녁 때 엄마가 왔는데 엄마가 들어오자마자 무슨 일이야!!!!!! 이러면서 냅따 방을 두드림.

난 혹시나 싶어서 조심스럽게,
 
"우... 우리엄마 맞아요?" 이랬다가 문열고 엄마한테 열라 혼남.


엄마는 들어오자마자 식탁에 우유가 엎질러져서 바닥으로 쏟아져 있고 빵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깜짝 놀랬다고 함.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나올 뻔했음.

그리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엄마는 막 웃더니 얘기를 하시는데,

사실 엄마도 지난번에 동생이 그런 적이 있어서 너무너무 소름이 돋았다고 털어놨음.


그 뒤로 절대 동생이랑 집에 단둘이 안 있으려 노력했음.

또 한동안 밤에 화장실도 혼자 못 갔음. 

그 뒤로 그런 일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고 웃음이지만 그 당시는 정말 심각했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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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론 그런 일 없었구요. 동생도 별탈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서 지금은 초딩 3학년이랍니다 :-)

근데 지금까지 궁금해요. 호랑이는 뭐였을까..
 
애기들은 진짜로 뭔가 다른 걸 볼 수 있는 걸까 하구요 하하하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출처 판 뿅뿅 님

http://pann.nate.com/talk/311900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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