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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사'와 아줌마에 관한 허접한 소견.
게시물ID : freeboard_8697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뎐된鷄聲
추천 : 5
조회수 : 22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25 17:18:20
자게의 갑작스런 성대결 논란이 특정 쓰레기사이트의 예정된 멸망과 그에 따른 쓰레기의 유입때문이 아니길 바라며 '김여사'에 대한 생각을 남깁니다.
 
1. 언어의 사회성과 역사성.
 언어는 유기체와 같이 생장하고 사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말은 언어 자체에 언중들의 의식, 그 시절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음을 뜻합니다. 이 과정은 단기간에 뚝딱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 또한 복잡하고 다른 문화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게 되어서 단순하게 도식화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여튼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단어가 언중들의 암묵적 공인을 받게 되면 국어 사전에 등재됨으로써 단어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2. 국어와 남성우월주의.
 몇백 년간 지속된 교조주의적 성리학적 질서의 영향 탓인이 확신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쓰는 국어에는 남성우월주의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는 말을 배열할 때 남성을 앞에 두는 것입니다. '직녀와 견우', '평강공주와 온달'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견우와 직녀', '온달과 평강공주'가 자연스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이와 같겠지요. 그런데 비속어나 낮추어 부르는 말의 어순은 여성과 관련된 말이 앞으로 나오게 됩니다. '놈년들'이라는 말보다 '연놈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가시버시'라고 하는 것이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혐오'적인 단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3. 실체 없는 '여혐'과 근본주의자.
 '김여사' 라는 단어가 지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네요. '김여사'의 성차별적 의미 여부는 우선 제쳐 두고 이 단어에 '여성혐오'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어를 가려 쓰시길 바랍니다. 남성우월적 시각에 의한 성차별 의식과 여성 혐오에 의한 성차별 의식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자꾸 보이는 '여혐'이라는 단어에 근본주의자들의 시각이 베어 있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듭니다. '남성은 화해할 수 없는 여성의 영원한 적'이라는 근본주의적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는 모든 성차별의 원인이 '남성들'의 '여성혐오'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오늘날 이 주장이 통용되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종교든 학문이든 근본주의는 분열과 차별을 내포하기 마련입니다. '여성혐오'를 주장하는 인간들은 그 의도가 다분히 의심스러운 사람들입니다. 오유에는 여성을 혐오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ASKY일지언정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남성'을 상종 못할 영원한 '적'으로 상정하고 투쟁하고픈 페미나치(?)들은 당장 짐을 싸서 '자유의 횃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가시길 바랍니다.
 
4. 의도확대의 오류 혹은 내재적 성차별 의식.
 '김여사'라는 단어를 성차별적이라고 느끼시는 분들의 생각은 대체로 이럴 것입니다. 
"김여사라는 단어에는 아줌마들은 일반 남성보다 운전능력이 떨어진다는 남성우월적인 의식이 반영된 성차별적 단어이다."
 
반면, '김여사'에 성차별적 의미가 없다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체로 이렇겠지요.
"김여사는 여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쓰려고 만든 단어가 아니라 운전에 미숙한 아줌마들을 비꼬기 위한 것이므로 성차별적이지 않다."
 
이 논쟁을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애매합니다. 당연합니다. 이 둘의 주장은 같은 주제를 말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한 쪽은 단어의 생성과 관련된 주장을 하고 있고 한 쪽은 단어의 쓰임에 관한 주장을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쪼개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여사'라는 단어에 남성우월적 의식이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을 보죠.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언어는 언중들의 의식이 반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는 다른 국가들보다 성차별이 심했던, 현재에도 심한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김여사 역시 여성은 운전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의 산물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여자는 운전을 하지 말고 집에서 살림이나 해야 한다는 왜곡된 성의식을 반영하는 단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추정은 타당한 것 같지만 심각한 모순을 가지게 되는데 성을 지칭하는 모든 단어는 성차별적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커리어 우먼'이라는 단어를 보죠. 위의 논리대로 보면 이 역시 성차별적입니다. "여자는 원래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존재인데 일도 잘하고 돈도 잘 버는 능력자도 있네. 이런 예외적인 사람을 지칭하는 말을 만들어야겠다." 라고 만들어진 단어라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XX녀' 라고 쓰이는 모든 단어는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의도 확대의 오류를 범하기 쉽지요.
 
 반면 '김여사'는 여성을 비하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말이 아니므로 성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은 매우 간단하게 논파됩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5. 성차별이 아닌 '아줌마 차별'
'김여사'의 단어구성을 보면 '김+여사'로 나눌 수 있겠네요. 여기서 '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입니다. 굳이 '김'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은 개별적인 것들을 하나의 형태로 일반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사'는 표면적으로 결혼한 여성 높여 이르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대방을 비하하고 비꼬는 의도로 일부러 높이는 반어법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결혼한 여성', 즉 '아줌마'입니다. '김여사'는 '여성차별'보다 문제가 더 심각한 '아줌마'차별을 내포한 좋지 않은 단어입니다. 사실 매스미디어에서 등장하는 '아줌마'에 대한 이미지들을 보면 참 어이가 없죠. 어딘가 약간 어리숙하고 질투나 시기심 많은 사람. 예의가 없고 막무가내인 존재로 그려지기 일쑤입니다. 제가 느끼는 '김여사'에 대한 거부감은 여기에서 기인합니다. 성차별이 아닌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 비하의식. '김여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특정 상황들......언어의 힘은 인간의 사고를 통제하기 때문에 무서운 법입니다. 지금 여러분들 머릿속에 '김여사'를 떠올려 보시죠. 그러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된장녀, 쩍벌남 등이 그런 행동을 하는 특정 여성, 혹은 남성을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라면 '김여사'는 '아줌마'전체를 조롱하는 듯한 의미가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6. '김여사'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주절주절 길게 썼습니다만 요약하자면 '김여사'는 성차별적이라기보다는 '아줌마'라는 특정집단을 일반화하고 비하하는 의미를 가진 단어라는 것입니다. 뭐, 아줌마들도 여성 중의 하나이니 성차별적이라고 주장하신다면 반박할 수 없겠습니다만, 여성들도 심심찮게 '김여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여타 젠더 문제와는 양상이 다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여사'란 말의 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합니다. 김여사로 조롱당하는 대상이 당신의 어머니, 할머니, 혹은 여동생이나 누나일 수도 있습니다. 조롱이 일반화되면 언어로써 하나의 생명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단어 굳이 써서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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