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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게시물ID : panic_86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루나틱프릭
추천 : 12
조회수 : 1370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3/29 23: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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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 꿈이구나.
왜 꿈에서까지 날 괴롭히는 걸까.

아버지란 사람은 참...

내 어릴 적 기억의 아버지는 참 인자하신 분이었는데.
술만 마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집안의 물건들이 성하질 못했지.
엄마도, 여동생도 그저 당하기만 했었어.
아무 힘도 없는 나는 그저 숨어서 숨죽여 울 뿐이었지.

내가 고 2때인가? 처음으로 아버지께 대들었어.
그 날도 어김없이 술에 잔뜩 취해서 오신 아버지는
언성을 높이고 또 높이다가 자기 화에 못이겨
마시던 술병을 깨고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내 여동생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말았지.
나도 그 때 어떻게 한 지는 몰랐어. 눈에 뵈는 게 없었거든.

그 날 이후로 아버지는 술을 끊으셨지만
아버지와 나(를 비롯한 가족들)과는 거리감이 생기고 말았지.
아버지는 그저 돈 벌어다주는 기계와 같은 존재가 되었어.
우리는 아버지를 무시했고, 아버지도 별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

스무살 때,
아버지는 나와 드라이브를 하고 싶으셨댔어.
마침 할 일도 없었던지라 흔쾌히 수락했고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는 침묵했어.
무슨 말을 할 지 생각조차 못했거든.
해안가에서 차를 세우고는 아버지는 나에게 물으셨어.
내가 싫으냐고.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고개만 끄덕거리고 말았어.
돌아가는 길의 아버지는 말없이 운전만 하셨어.
나의 앞서서 가시는 그 뒷모습은 너무나도 힘없어 보였고.
그리고 그게 아버지가 나에게 한 마지막 말이 되었고
그 끄덕임은... 내가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한 표현이 되고 말았어.

그 일이 있은 후로 수 년이 지났지만
아버지는 내 꿈에 계속해서 나타났어.
빌딩에서 떨어지고 난 후의 뒤틀리고 일그러진 모습 그대로
내 앞에 나타나서 그냥 나를 응시할 뿐이었어.

아버지의 모습을 한 그 것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 듯 했지만
말소리는 나오지 않고 검붉은 피거품만 밀려나올 뿐이었지.

그렇게 꿈에서 깨고 나면 너무나도 힘들었어.
그 모습은 너무나도 생경했기에.
아버지를 증오했다는 사실을 안 후에 하는 복수일까.
증오심은 깊어만 갈 뿐이었지.

하루는 가위에 눌렸어.
그 날따라 너무 잠이 잘 와서 아버지가 나오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가위에 눌리고 말았어.
내 위에 올라탄, 눈부분에 안구 대신 큰 구멍이 난 그 자식은
내 귀에 이제 죽어버리라고 계속해서 소리쳤어.
나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소리를 지르고 또 질렀지만
그 소리는 내 입 혀 끝에서만 맴돌 뿐이었어.
그 모습이 재밌었는지 놈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어.
송곳같은 이로 가득한 그 입으로 말야.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녀석이 고통에 울부짖었어.
놈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뒤를 살피더니 그대로 사라졌어.

그런데 거기 뭐가 있었는지 알아?

바로 아버지였어.
건물에서 떨어질 때의 그 모습 그대로.
사지가 뒤틀리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서 있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눈에선 눈물이 흘렀어.
왜 그랬을까.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

아버지는 말씀하셨어.
늦어서 미안하다고.
당신의 입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어.

내일은 아버지가 모셔진 납골당에 가 볼 생각이야.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곶감이랑 소주 사다가
아버지 앞에 놓아드려야겠어.

이 정도로 잘 살게 된 것도 ,
여동생이랑 내 등록금 걱정도 없이 살게 된 건
다 아버지 보험금 덕분이니까.
그렇지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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