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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게시물ID : panic_870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침묵사이렌
추천 : 4
조회수 : 124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3/31 12: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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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난 이곳이 어디인지 모른다.

내가 누군지도, 나와 함께하는 이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른다.


그저 내가 눈 뜰 시점부터 나는 이곳에 있었고, 싸워야 한다는 사실만이 나에게 자각으로 남아있었다.


내가 싸워야 하는것은 저 끊임없이 몰려드는 좀비와, 버그들.


어느 숲 한복판에 있는 베이스 캠프와 무기, 그리고 몇몇 동료들이 나의 전부였다.

날이 저물면 좀비들이 끊임없이 몰려왔고, 낮에는 베이스를 보수하고 무기를 찾아 보충했다.


그리고 망할 버그들.

좀비처럼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버그는 작은 피해부터 천재지변과 같은 피해까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생존 163일째.


살아남은 동료는 데이빗, 조던 리, 그리고 루시, 나.


데이빗은 전직 군인 출신으로 굉장히 마초적인 남자다.

평소같으면 별로 가까이 하지 않는 부류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전투력이 되는것은 역시 데이빗이다.

그는 총을 갈기거나 도끼로 좀비들의 머리통을 으깨는데 이골이 나 있다.

한번은 몰려오는 좀비를 막지 못해 베이스 캠프에 몇마리가 들어왔었는데, 데이빗이 양손에 도끼를 들고 그것들을 죄다 쳐 죽여버렸다.


그리고 조던 리.조던 리는 동양계 미국인이라고 한다.

그는 실질적인 전투력은 별로 없지만, 머리가 상당히 비상해서 트랩이나 무기를 개량하곤 한다.

최근의 가장 큰 성과는, 우리가 모아온 재료와 도구들로 좀비 백신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좀비에게 물려도 하루 내에 백신을 맞으면 감염되지 않는다.

물론 백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료와 수고가 들어가지만...


마지막으로는 루시.

그녀는 간호사 출신으로, 우리의 상처를 돌보는데 힘쓴다.

저 지긋지긋한 것들과 싸우려면 상처가 나는 일은 예사기에, 그녀는 항상 의약품을 구비해놓고 우리를 치유하는데 정신이 없다.

한가지 이상한점은, 그녀가 간호사였다고 치더라도 독극물에 이상하게 밝다는 것이다.

독극물로 좀비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거나, 데미지를 주곤 한다.

그녀의 과거가 몹시 궁금하긴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하지만 이상하게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는 기억나는것이 별로 없다.여기 올 때 머리를 다친 탓일까.

하지만 이들은 이상하게도 나를 신뢰해주며 모든것의 총괄을 맡겼다.



생존 164일째.


데이빗이 좀비에게 물렸다. 조던 리가 만들어놓았던 백신을 주었다. 만들어놓은 백신은 4개, 이제 3개로 줄었다.

백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데,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당분간은 백신 재료를 구하는데만 주력해야겠다.

베이스 캠프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했다.



생존 165일째.


운이 좋게도 강력한 화기를 발견했다!

사용 한도가 있는 무기이지만 위급할 때 굉장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무기를 담당하는 조던 리에게 무기를 맡겨놓고, 오랜만에 장착한 무기를 바꿔 들었다.



생존 166일째.


식량이 생각보다 부족하다.

최근 무기와 백신에만 신경을 쓰다보니 식량에 신경쓰지 못했다.식량을 구해와야 한다.



생존 167일째.


계획해놓은 것들이 많이 어긋낫다.식량은 구하기 어려웠고, 먹지못해 에너지가 바닥나자 좀비들을 상대하는것도 힘들어졌다.

남은 백신은 한개.

백신을 재료를 구하는것도, 식량이 있어야 할 텐데..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모르겠다.



생존 168일쨰.


무기고가 좀비로 인해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다.

전력이 축소되었다.당분간은 방어에 주력해야 한다.



생존 169일쨰.


백신이 떨어졌다.이제 좀비에 물렸을 때 대처법이 별로 없다.

무기고를 조금 복구했다.



생존 170일째.


식량이 떨어졌다.데이빗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생존 171일째.


좀비를 막기가 힘들다.베이스 캠프를 봉쇄하고는 있지만,

재료가 없어 캠프를 보수하지 못해 이곳저곳이 불안하다.



생존 172일째.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삶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생존 173일째.


신이시여.



생존 174일째.


베이스 캠프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좀비인줄 알고 놀랐지만, 그것은 새끼 사슴이었다.

난 좀비가 들어온것보다 더 놀랐다.

밤이나 낮에 동물들이 숲에 기웃거리긴 하지만, 이렇게 직접 대면한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혹시 또다른 모습의 버그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래, 분명 버그일 것이다.

나는 앞장서서 그것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보았다.

그것은 예상외로 어떠한 위협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고 그저...그저

나에게 머리를 한번 부비고는 사라져 버렸다.

나는 예상치 못한 일에 당황해서 멍하니 서있었다.

그것은 버그였을까?



생존 175일째


데이빗이 죽었다.



생존 176일째.


조던 리가 죽었다.



생존 177일째.


루시가 죽었다.



생존 178일째.


나는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나의 동료들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나는 과연 누구인지, 이곳은 누구인지 떠올려보려 애썼으나 별다른 기억이 나질 않았다.

새끼 사슴...그것은 무엇이었을까.버그였을까?



생존 179일째.


그것이 버그가 아니길 바란다.



생존 180일째.


생존 181일째.


생존 182일째.



생존 183일째


끝이 왔다.

베이스 캠프는 불타고 있고, 나는 죽어가고 있다.숲이 불길에 휩쌓인다.

좀비도, 숲도, 나도, 모두 재가 되어 없어질 것이다.

정신이 희미해지는 가운데, 눈앞에 무엇인가 어른거렸다.



G...a........m...e...O..v...



모든것이 기억났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지, 이곳이 어딘지,

그리고 그 새끼 사슴이 버그였는지도,

하하, 젠장. 그래, 버그였어, 버그였다고!

그 망할 새끼 사슴은 버그였던거야!!

하하하...


나는 내심 그것이 버그가 아니길 바랬던 건지도 모른다.

그 새끼 사슴의 행동이, 버그가 아니라 그냥..그냥 현실이기를.


그러나 새끼 사슴은 버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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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1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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