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조수는 초소에 설치된 전화기로 중대에 알렸고 마침 순찰을 오던 군견병들이 도와줘서 같이 경파차를 타고 복귀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쓰러지는 과정에서 A상병은 허리를 다쳤고 마침 주말이라 중대에 대기중이던 간부가 없어 당직사관이 CP로 그 A상병을 직접 차에 태우고 갔었다고 합니다. (원칙은 당연히 당직사관이 자리를 비우면 안되지만 주말에다가 그날의 당직사관은 원사계급의 보급관이었고, 아마 다음날 당직사관도 부사관이 어서 보급관은 A상병 데리고 퇴근해버렸던것 같습니다. 뭐 그 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얘기죠)
후에 A상병의 말에 의하면 순찰일지를 쓰고 초소를 나가려는데 초소에 난 창문으로 사람형상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조수가 장난 치나 싶어 어이가 없었는데 문쪽을 바라보니 조수는 아까 그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A상병은 그대로 굳었고 누가 침입한 건가 해서 바로 창문쪽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그 순간 A는 직감했습니다. '저 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것은 주변의 풍경에 전혀 녹아들 수 없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그날은 나름 달도 밝아서 군복의 얼룩무늬까지 보일 정도였는데 그것은 온몸이 온통 새까만색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그것은 입체감이 전혀 없어서 마치 그림자가 일어서있는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다만, 그 새까마던 실루엣에서 두 눈 만이 선명하게 보였다고 합니다.
그것은 A상병을 노려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참을 노려보던 그것은 스르르 다가오더랍니다.
전혀 걷는다는 느낌없이 그냥 그상태 그대로 가까워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가오는 그것을 본 A상병은 기겁을 했고 그대로 기절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몇개월 후에 유격훈련이 있었는데 경비중대 특성상 로테이션으로 훈련을 가기 때문에 A상병과 근무를 같이 나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근무중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그 일을 A상병에게 넌지시 물어봤엇는데 A상병은'그 일은 기억조차 하기 싫으니깐 물어보지 마라' 라는 식의 핀잔을 들을 뿐이었습니다.
그 초소에서 A상병이 보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참고로 군견병이었던 동기에 의하면 평소에 개미새끼 한마리 기어다니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데도 그 초소쪽으로만 순찰을 가면 군견들이 통제가 힘들정도로 짖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