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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y -7-
게시물ID : panic_870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주쿠요
추천 : 1
조회수 : 6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02 00: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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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
 
희연아, 잘 생각해보렴. 순오는 너도 알다시피 어렸을 때부터 많이 아팠잖니. 그래서 여자들을 많이 만나지 못해서 그런 탓일 게야.
 
전화기를 들고 있는 여자의 오른손이 후들후들 떨리고 있었다.
 
조금만 가엾게 여겨주면 안될까? 네가 순오를 용서한다면 너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게야.
 
여자는 떨림을 넘어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었고 목이 잠겨왔다. 이제 갓 스무살 된 처녀를 겁탈해놓고! 너넨 정말 미쳤어!
 
전화기로 냉소적인 목소리가 전해졌다.
 
우린 변호사 다 선임했다. 그런 줄 알아. 더 들을 말도 없고 할 말도 없다.
 
전화가 끊어지고 여자는 분노에 찬 고함을 마구 질러댔다.
 
2.
 
창수는 잠에서 깨 상황파악을 하고 있었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아직까지도 자신이 분노에 찬 여자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오늘도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는 것을 창문을 통해 알 수 있었고
 
그 창문은 교내 미술실의 창문이라는 것과 미술실에 가득찬 아이들이 모두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야, 오늘은 파란 우비 안그리냐? 창수 옆에 앉아있는 한 남자아이가 개구지게 질문했다.
 
선생님! 파란 우비는 창수의 엄마래요! 죽었지만!
 
창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당장이라도 저렇게 소리친 아이의 뺨을 치고 싶었지만 창수는 그럴 용기가 부족한
 
다소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 미술실은 금세 시끌시끌해졌다. 아이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어째서였을까. 창수는 엄마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는 데 아이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엄마가 일본에서 죽은 이야기, 심지어 창수의 아빠 이야기까지도 알고 있었다.
 
담임선생이 그런 아이들에게 무게를 잡고 조용히 하라 당부할 때 쯤 창수는 미술실에서 나와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런 창수를 선생님은 이해해주기로 하였다. 오늘 역시 미술시간은 4교시였다.
 
3.
 
네가 올 줄 알았어. 무녀가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오늘은 회사에 나가지 않으셨나요? 오늘 너무 피곤해서, 하루만 쉬기로 했어.
 
그리고 네가 이 시간에 우리집에 올 거라는 것도 조금 감안해서 말야.
 
창수는 무녀의 예지력에 감탄했으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오늘 드라이브 할래?
 
네, 드라이브 좋아요.
 
창수는 드라이브를 좋아했다. 창수의 가족 모두가 차는 없었지만 그 대신 창수는 다른 대안을 찾았는 데, 버스였다.
 
창수는 하일동에 살던 시절부터 줄곧 버스를 타고 삥 도는 것을 좋아했다.
 
얼마 전에는 제가 옛날에 살던 동네로 버스타고 드라이브 갔는데, 거기서 이걸 찾았어요.
 
창수는 가방의 작은 주머니에서 종이 하나를 꺼냈다. 이게 뭐니?
 
제가 살던 집에서 발견한 건데, 우리 아빠가 쓰신 시인가봐요. 엄마한테 줄려고 했던 거 같은데...
 
어머니는 못 보신거니?
 
네, 맞아요.
 
하지만 엄마 대신에 제가 정말 질리도록 읽었어요. 이거 누나 줄께요. 선물이예요.
 
정말? 고마워 창수야. 잘 간직할께.
 
무녀는 창수의 호의를 받아 펼쳐보았다.
 
"당신과 나 이 일생을?
함께 하지 못한다면?
일확천금을 준대도?
무슨 소용 있으리오?"
 
보기 좋은 손글씨로 적혀있는 시였다.
출처

시, 음악 - 조월 "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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