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의 추월차로 정속주행 논란을 보다가, 제가 제작년쯤에 직접 가 본 아우토반 얘기가 도움이 될까 싶어서 몇 자 적습니다.

프랑크푸르트로 도착해서 뷔르츠부르크에 들렀다가 로맨틱 가도를 엇비슷하게 따라가며 독일 남부로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독일의 아우토반 하면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로 유명하지만, 실제로는 저속주행이 필요한 일부 구간에는 속도제한 표지판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180~220km로 달리는 제가 탄 승합차를 슝슝 추월해가는 승용차들 꽁무니를 계속 보면서, "이게 바로 아우토반이구나" 감탄했었죠.

 

그런데 아우토반을 달리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선입견이 무너지는 걸 느꼈습니다.

 

'속도 무제한 도로' 정도가 되려면 당연히 차선도 많고 곡선구간도 거의 없이 쭉쭉 뻗은, 아래 사진과 같은 모습들이어야겠죠?

 

 

근데 놀랍게도 아니었습니다.

 

위처럼 쭉쭉 뻗은 곳도 꽤 많았지만, 의외로 아래같이 편도 2차선에 구불구불한 도로도 엄연히 "아우토반"이었습니다.

 

 

 

차들도 당연하게 고속으로 쭉쭉 달리고 있었구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 중부고속도로 정도 되는 교통상황에서 200km 정도로 달리고 있는겁니다.

처음엔 참 신기했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할까 싶었죠.

 

제 좌석이 승합차 조수석이었기에 관심을 갖고 살펴봤더니, 해답은 금방 나오더군요.

지금 게시판의 논란거리인 운전자들의 주행차로와 추월차로의 엄격한 구별이었습니다.

내 차 시속이 200km건 300km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거짓말 하나 보탬 없이 눈에 띄는 차들 모두가 예외 없이, 추월차로가 텅텅 비었건 말았건간에 신나게 주행차로로만 달립니다. 

앞차를 추월해야 할 때만 추월차로에 진입하고, 추월 후엔 바로 빠져나옵니다.

 

운전 참 편하겠다 싶었어요. 감탄했구요.

우리나라 고속도로 운전하듯 앞뒤좌우 수시로 살펴가며 방어운전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추월하고 싶을 땐 좌후방 살피면서 추월하고, 추월 끝나면 우측 공간 확보하고 우후방 살피면서 주행차로로 들어가면 끝입니다.

모든 운전자들이 나처럼 운전할 거라는 믿음이 보였고, 실제로도 그렇게 믿음직하게 운전하고 있었습니다.

 

지정차로준수가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하는 걸 뼛속 깊이 느끼고 왔던 독일여행이었습니다.

 

(아우토반 사진은 찍은 게 없어서 구글에서 검색해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