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panic&no=87137&s_no=87137&page=1

난 당연히 일기장의 제일 첫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했어.  여기다 최대한 말이 되도록 옮겨보려 노력은 해볼께.  그녀가 “복수의 화신”(Vengeful Heart; 복수심?이라고 해석되지만, 단순히 마음이라기 보다 그 뒤에 숨은 악마적 존재에 대한 이름이라 복수의 화신이라 해석합니다, 역자주)이라고 부르는 ‘그 것’에 대한 이야기는 일기장 전체에 흩어져있어서 내가 그 조각들을 최대한 모아서 정리해봤어.  일기장도 뭐 앞뒤 순서 없이 뒤죽박죽이라 여의치가 않네.  문장이 두세개가 섞여있질 않나, 그녀가 자기의 자해에 대한 내용을 기록해놓은 페이지에는 그녀의 피로 물든 지문이 찍혀있기도 했어.  일기장의 대부분의 이야기는 그녀의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야.  예를 들어, 하루는 카페테리아에 초콜렛 우유가 떨어져서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자기가 얼마나 흰 우유를 싫어하는지 적혀있었지.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그녀가 나와 함께 보냈던 날들을 기록해놓은 부분들이었어.  그녀가 기록한 우리의 추억은 실제로 있었던 일과는 엄청나게 달랐지.  한 예로, 우리가 산책하는 동안 내 주위를 맴돌던 유니콘에 대한 설명이라던지 말이야.  내가 관찰력이 뛰어난 사람은 절대 아니라는건 인정하지만, 진짜 유니콘이 주변에 있었으면 못봤을리가 없지.  이 일기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딱 그랬어.  말도 안되는 내용 뿐이었지만, 분명 그만의 아름다움도 가지고 있었지.  그 내용의 미스테리함과 신비로움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진짜 세계는 흑백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였으니까.  페이지 중간 중간에는 무슨 기호와 도형들이 그려져 있었어.  그녀는 페이지에 자국이 깊게 남을 때 까지 그 기호와 도형을 몇번이고 덧그려 두었어.

아마 여러분들은 내가 퍼부은 작은 디테일들에는 별 관심이 없을거야.  나를 웃고 울게 만들었던 작은 일들.  아마 나와 내 친구가 공유했던 추억들 때문에 그런 작은 일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겐 소중하게 느껴졌겠지.  여러분들은 “복수의 화신”에 대한 내용을 듣고 싶을꺼야.  그게 ‘그 것’의 진짜 이름이거나 한건 아닌거 같아, 그냥 Tricia가 붙인 이름이지.  “복수의 화신”에 대한 내용은 제일 처음 언급했을 때 가장 자세히 적혀있었어.  정확히 몇 살인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Tricia가 어려서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던 적이 있대.  그녀는 아동 환자를 위한 특수 병동에 입원했었는데, 그녀의 룸메이트는10대 청소년이었어.   그 10대 소녀가 말하길, 자기 안에는 악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데, 그 괴물은(괴물의 정체, 예를 들어 귀신, 영혼, 혹은 악마,에 대한 언급은 없어)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가, 인간이 잔인한 행동을 할 때마다 그에 걸맞는 피의 복수를 내린다는거야.  Tricia의 룸메이트는 ‘그 것’이 자기 안에 깃들게 된 이유가 자기가 친구에게 저지른 일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대.  그 룸메이트는 얌전하고 착한 아이 스타일 이었던 자기 친구를 반협박으로 어느 파티에 끌고 갔는데, 그 파티에서 친구가 뭔지 모를 약을 먹고 그만 죽어버린거야.  그 친구가 심장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대.  그 후로 ‘그 것’이 룸메이트의 몸속으로 들어와버렸어.  ‘그 것’이 말하길, 네 죄는 너무나 커서 네 목숨으로 갚아야 하니 내가 네 목숨을 받아가겠다고 했대.  Tricia가 그녀와 얼마나 오래 룸메이트였는지는 정확히 나와있진 않지만, Tricia는 자기가 그녀를 구할 수있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들은 샤워장에서 일회용 면도칼을 훔쳐 그 안에서 면도날을 뽑아냈어.  그 둘은 서로의 손목에 상처를 내고 손을 맞잡아 상처에서 나온 피가 섞이게 만들었지.  Tricia가 ‘그 것’을 자신의 몸속으로 초대해버린거야.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룸메이트는 퇴원할 수 있었지.  그 뒤로 일기장에는 더이상 룸메이트에 대한 내용이 없었어.  Tricia가 다시 “복수의 화신”에 대해 언급한 부분을 보면, ‘그 것’이 자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대.  ‘그 것’은 이런 저런 말 들을 그녀에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속삭였어.  그녀가 사람들의 악행을 목격할 때마다 ‘그 것’의 힘이 강해지며 악인은 악행의 대가를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며 그녀의 몸 속에서 날뛰었지.  ‘그 것’은 Tricia보고 자기를 방해하지 말라며 그녀를 괴롭혔어.  그래도 그녀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지.  그녀는 자해를 해서 그 괴물이 원하던 피의 대가를 대신 지불했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심코 저지르는 작고 큰 악행 때문에, 몇 주, 몇 년에 걸쳐서 대신 피를 흘리고 있었던거야.  하지만 그녀는 일기장에서 결코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았어.  그녀는 오히려 눈 부실 정도의 이해심을 보이며 그녀가 대신 대가를 치른 악행을 행한 사람들을 용서해줬어.

그녀의 마지막 일기는 진실 게임에 대한 이야기였어.  ‘그 것’은 학급 친구들이 그녀를 그런식으로 창피를 준 것에 대해서 큰 대가를 요구했어.  ‘그 것’은 이번 일 뿐만 아니라 그 놈들이 저지른 다른 모든 악행에 대한 피의 대가를 받아내겠다고 말했지.  뭔지는 몰라도 그 4명이 진실 게임보다 훨씬 나쁜 짓을 저지른 모양이더라구.  Tricia는 자기의 피를 모두 쏟아내더라도 그 4명의 죄를 갚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했어.  그래도 그녀는 설사 자기가 목숨을 잃게 되더라도 시도해보기로 결정한거야.

뒷 커버 안쪽 골판지에는 그녀가 나에게 남긴 노트가 있었어.  거기에 그녀는 자기를 진심으로 믿어준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고, 그래서 나보고 특별히 몸조심했으면 좋겠다고 적혀있었어.  무슨 이유에선지는 모르지만, ‘그 것’은 나를 아주 증오했대.  그녀 노트에 따르면, ‘그 것’은 나의 악행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일부러 그녀를 조종해 내 곁에서 멍청한 짓이나 부끄러운 짓을 하도록 만들었는데, 내가 단 한번도 그 놈의 수작에 넘어간 적이 없었어.  하지만 당연히, 내 안에도 분명히 잔악함의 씨앗이 잠재되어 있겠지.  그리고 ‘그 것’이 더 이상 그녀의 몸 속에 갇혀있지 않게 되는 순간 모든 것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될거라고 했어.  Tricia는 내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지면 도형을 사용하라고 했어.  필요한 건 전부 “성스러운 기하학”을 참고하면 된대.  ‘그 것’은 성스러운 기하학을 이해하지 못한대.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진데…  나도 도형들이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모르겠어.  난 수학시간에서도 기하학은 거의 포기했었단 말이지.  “성스러운 기하학”은 무슨수로 이해해야 하지?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가 빙의되거나 그런건 아니라는 거야.  좀 이상한 점은 있지만, 그냥 일기장이었어.  이제 난 후회만 가득찬 느낌이야.  Tricia는 내가 그녀를 진심으로 믿었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난 단 한번도, 한 순간도 그녀의 말을 진심으로 믿어준 적이 없어.  내 말은, 보통 누가 영혼이나 귀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들어주긴 하잖아, 그 말을 믿던지 말던지 일단 도와주려고는 하지.  하지만 Tricia가 하는 말은 항상 말이 되는 구석이 없었단 말이지.  그녀는 “세상의 진실”이라던가 “성스러운 기하학,” 외계인이 몰래 보내는 메세지처럼 비정상의 정석과 같은 이야기만 했었지.  그래도 애는 착했어.  진짜 착해 빠졌었지.  그녀 혼자의 망상이었을지 몰라도, 자기를 괴롭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피를 흘릴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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