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시키는대로 해라. 말 대꾸 하지 마라. 어디서 인터넷 같은거 보고 와서 그거대로 하려는 애들 많은데 그딴거 하지 마라. 무조건 내 말대로 해라. 안 그러면 너만 손해다. 면허 따든 못 따든 난 상관 없다."
전역한지 6년은 지났는데 오랜만에 군대 훈련 받는 느낌이 들더군요. 강사님 연세도 있어보이고 예의 바짝 지키려고 FM스럽게 굴었습니다. 한 술 더 떠서 복명복창까지 했는데 또 혼났습니다. 그냥 말 따라하지도 말라고요 ㅋㅋㅋ
주행시간 내내 무지 혼쭐 나고 나서 지친 채로 동생과 얘기했습니다.
"너 가르친 강사는 어땠어? 난 완전 엄해서 혼났어."
"난 완전 친절하던데? 그냥 옆에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하다가 브레이크도 대신 밟아줬어."
"그래... 음료슈 하나 주면서 로비라도 해야겠다. 아무튼 오늘 힘들었어."
그러고 나서 강의 시간때마다 음료수 한 캔 사 드리며 잘 부탁드립니다. 그랬죠.
이틀째부터 좀 누그러진 것 같더군요. 무뚝뚝한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좀 더 이런저런 질문이나 얘기들 나누면서 강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동생과 함께 주행에 나섰습니다.
동생이 앞 차였고 제가 그 뒤를 따랐죠. 우리 강사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앞차 니 동생 맞지? 저 봐라. 차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는거. 시야를 멀리 안 보고 도로만 보니까 저리 되는거다. 니 운전 끝나고 동생한테 물어봐라. 어디 보고 운전했냐고. 저거 강사도 제대로 안 가르쳐주는거다. 여름에 성수기라고 와갖고 앉아서 돈만 받고 가는거다. 요즘 젊은 사람들 성격이 이상해갖고 조금만 버럭대면 클레임 걸고 부모님 불러온다. 나라고 저렇게 안 하고 싶겠나. 내 자식들도 자네 나이 뻘인데 참 답답하다."
과연, 주행 끝나고 나서 동생한테 물어보니 주행 중 시야에 대해 들은게 없다고 하더군요. 그냥 주행 중 들은건 합격만을 위해 도로 외우기, 즉, 우회전 하세요. 좌회전 하세요. 2차선으로 가세요. 등등 내비게이션이나 다름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쯤 되니까 되려 동생이 그랬습니다.
"나도 형 가르치는 강사한테 받고 싶어. 아 이게 뭐야. 비싼 돈 내고 배운게 없어."
마지막 강의 날엔 저도 좀 여유가 생겨서 강사님과 많은 잡담을 나눴습니다. 커피 취향이라든가, 라면 끓이는 노하우라든가, 가족 얘기라든가요. 이쯤 되면 친척 아저씨 급으로 친해졌죠. 강사가 말하더군요.
"첫날에 예민하게 군거 미안했다. 요즘 젊은 시람들 대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엄하게 굴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차는 흉기다. 사람 목숨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인데 운전하다 혼나면 혼났다고 컴플레인 거는 사람들 많다. 인터넷에서 보고 왔다고 시키는 대로 안 하고 지 고집대로 운전하는 사람도 많다. 그럴거면 뭐하러 학원 다니나. 직접 따지. 그래서 요즘 강사들도 별말 안 하고 사무적으로만 가르치고 땡 하는 사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