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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19장 삼성과 한국이 함께 사는 길
게시물ID : sisa_872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하늘링
추천 : 13
조회수 : 62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6/18 18:51:20
마당발 천국, 서민에겐 지옥

실력도 신통치 않고 인품이 썩 뛰어난 것 같지도 않은데 대단한 실력자 취급 받는 사람을 가끔 본다. 대게는 '마당발'인 겨우다. 단지 '발이 넓다'는 이유만으로 이토록 대단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도 흔치 않을게다. 삼성에서 근무하던 시절에도 그랬다. 삼성 구조본 고위 임원들은 누구나 '마당발'이 되고 싶어 했다. 물론, 인간관계가 넓은 것은 개인을 위해서나 회사를 위해서나 나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발이 넓다'는 게 최고의 미덕으로 통하는 순간, 원칙이 사라진다. 

'인간적으로 얼마나 친한지'에 따라 모든 게 결정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불이익을 입은 사람은 자신이 권력자에게 밉보였기 때문에 당했다고 생각한다. 설령, 불이익을 입어 마땅한 경우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법과 제도에 따른 결정에 승복할 리는 없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학습효과가 생긴다. 무턱대고 권력자들에게 끈을 대고 억지 친분을 쌓으려 드는 것이다.

  삼성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봤다. 삼성의 성장에 실제로 기여한 사람들은 마당발을 과시하는 로비 전문가들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았다. 생산, 연구, 영업 현장에서 묵묵히 땀 흘리며 실력을 쌓은 인재들도 권력층 인맥관리와 로비를 제대로 못하면, 일회용 소모품 취급만 받았다. 반면, 로비를 잘 하는 사람들은 내세울 만한 실력이나 성과가 없어도 늘 가장 좋은 자리를 보장 받았다. 심지어 비리를 저질러도 어지간하면 잘리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류기업인 삼성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만큼 비리를 많이 저지른 게 한 이유다. 이건희 일가의 지배구조가 워낙 불안정해서 권력층에 대한 로비를 통해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켜야 했던 것도 다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합리적인 결정을 로비로 뒤집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삼성 역시 맹목적으로 로비를 숭상하지는 않았을 게다. 

결국 진짜 이유는 한국 사회 자체에 있었다. 

  평범한 이들까지 '마당발'을 동경하게 된 한 원인은 허술한 사회안전망이다. 개인의 삶에 위기가 닥쳤을 때, 친분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는 구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잃었거나, 병이 생겼을 때 누구나 차별 없이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실제로 사회복지가 잘 돼 있는 나라일수록, 인맥관리에 지나친 힘을 쏟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반면, 사회복지가 취약한 나라일수록, 마당발을 동경하는 문화가 두드러진다고 한다. 
  공권력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 것도 평범한 이들까지 인맥관리에 집착하게 만든 한 원인이다. 힘없는 사람이 공권력의 자의적 남용에 의한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권력기곤에 있는 이들에게 평소 잘 보여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는 편인 이건희, 김인주 등이 광범위한 로비를 통해 한국 사회를 제멋대로 흔들었던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보통 사람이 아무리 친화력이 좋다한들, 돈으로 인맥을 산 자들을 당해낼 수는 없는 일이다. 

'인간성 좋다'는 말의 함정, 나쁜 놈들에겐 욕 좀 먹으며 살자...

이런 분위기 소게서 비리에 무감각한 문화가 생겨났다. 인간적으로 친하기만 하면, 무슨 짓이건 허용된다는 분위기가 생기는 것이다. 인간적인 친분이 깨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잘못을 지적하는 게 진짜 용기다. 그리고 이런 용기를 지닌 이들을 격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돼야 비리도 줄어든다.

삼성을 생각한다. 사회평론. 변호사 김용철. P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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