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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경찰이 공식 발표를 했어. 항간에 떠돌던 소문들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었어. 경찰 발표에 따르면 Brett은 들개에게 물려서 죽었다고 하네. 하지만 Brett이 한밤중에 학교 뒤 숲속을 헤매고 있었던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있는 듯 해. 물론 사람을 공격하는 야생 들개가 산다는 것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였어. 발표에 따르면, Brett의 시체에는 수십 군데나 되는 물린 자국이 몸 전체에 나있었다나봐. 어휴, Jill은 적어도 즉사했지 이건… 정말 최악의 사망원인이지 않을까. 내가 Brett을 좋아했던건 절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는 건 아닌거 같아.
난 하루 종일 그 도형에 대해서 고민하느라 시간을 보냈어. 여러분들 덕에 생각지도 못한 단서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 이렇게나 수많은 문화권과 종교가 기하학을 활용하고 있었는지 난 그 전까지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어. 수업시간에 좀 더 집중할껄 그랬나봐. 몇 시간동안 고민했더니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 난 눈에 빠질꺼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일기장과 컴퓨터 화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봤거든. 아무래도 너무 집에만 있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집에서 나와 Tricia와 진실게임을 했던 다른 두 친구들인 Kelly와 Matt가 무사한지 확인해보러 가기로 했어.
난 먼처 Matt의 집으로 차를 몰았어. (미국에서 고3이면 보통 운전합니다, 역자주) 난 Matt의 집 길 건너편에 주차하고 그의 집을 관찰했어. 뭐 좀 이상해 보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Matt을 스토킹하려고 그런건 아니고, 도착해서 생각해보니 아무 계획도 없이 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야. 집으로 쳐들어가서 “여, 별거 아니고, 니가 벌써 사악한 ‘그 것’에게 얼굴을 뜯어먹힌건 아닌지 확인하려고 온거야… 어 그리고 혹시 주변에서 기하학과 관련해서 초자연적인 현상 같은거 일어난 적 없어? 아 잠깐 잠깐, 문 닫지말아봐, 하나만 더 물어볼께.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악마가 널 잡아먹으려는거야?” 라고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거기 앉아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이야기를 꺼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 그래서 일단 가만히 앉아있었지. 더 그러고 있었다가는 누가 경찰을 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려던 찰나, 집 옆 쪽에서 뭔가 움직임이 관찰됐어.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Matt의 집 옆문을 나와 내 차를 향해 걸어 오는 게 보였지. 가까이 온 그 그림자는 다름 아닌 Matt이었어. Matt은 내 차를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 걸어갔지. 난 재빨리 차에서 뛰쳐나와 그를 따라갔어.
내가 Matt을 건드리자 그는 소스라치듯 놀라 날 돌아봤어. 그는 삽을 들고 있었어. 뭔가 이상해 보였지. 난 그에게 너하고 잠깐 얘기하고 싶은게 있어서 왔는데 니가 걸어가는걸 봤다고 말했지. 당연히 그의 집 앞에서 한시간 내내 앉아있었던건 이야기 하지 않았어. 그는 내게 “무슨 얘기?”하고 반문했어.
아,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생각 못했는데… 난 재빨리 머리를 굴렸지. “뭐 걍 잡담이나 할까 하고.” 아 어색한 대답… 우리가 뭐 절친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절친은 커녕 평소에 같이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저기 Andrea, 내가 지금 좀 바빠.” 그가 대답했어. 꽉 다문 그의 입술은 뭔가 창백한 듯 핏기가 없었어. “오늘 말고 딴 날 보자.”
“어, 그래그래.”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손에 든 삽을 흔들며 멀어져갔어.
삼류 탐정도 이런 삼류 탐정이 없네. 아무래도 내 마음 깊은 곳에는 아직 나와 Tricia가 미친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자 하는 두려움이 있는가봐. 난 아무 질문도 하지 못했어. 난 내 차로 돌아와 운전석에 앉았지만, 집으로 바로 가지는 않았어. 지금 학급 친구들이 죽어가고 있단 말이지. Jill과 Brett은 벌써 당했고 Matt은 지금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어. 이 한밤 중에 뭐 정원이라도 가꾸려는 것도 아니고 삽은 왜 가지고 있는거지? 그 애가 위험에 처한걸까? 대체 Tricia가 이 모든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거지?
난 일단 학교로 가보기로 했어. Brett이 죽기 전에 거기 있었으니, 뭔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지. Matt은 학교에서 겨우 몇 블럭 떨어진 곳에 살고 있으니, Matt도 거기로 가고 있는건지도 모르지. 난 텅 빈 학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학교 주변을 돌아 건물 뒤 숲 속으로 들어갔어.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주차장에 세워둔 따뜻한 차안에 앉아있을 때 까지만 해도 학교 뒤 숲 속을 살펴보는게 아주 훌륭한 계획처럼 느껴졌었지만, 숲 속에 들어서자마자 생각이 바뀌었어. 손전등을 가져올 생각을 못해서 조명이라곤 내가 가지고 있던 핸드폰 불빛이 다였어. 핸드폰 불빛으로 발치를 비추면서 걸어갔지만 계속 뭔가에 걸려 넘어지며 나아갔지. 춥기도 했어. 얼어죽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편한 느낌이 드는 정도? 한 10분 동안 숲 속을 걸어다니던 내 머리 속에 순간 여기에 십대 청소년을 즐겨 공격하는 미친 들개가 살고 있다는 기억이 났어. 이건 미친 짓이야. 난 방향을 돌려 돌아가기 시작했지. 한동안 걸어가던 나는 쓰러져있던 커다란 죽은 나무에 걸려서 자빠질 뻔 했지. 점점 마음 속에서 걱정스러운 생각이 커져가기 시작했지. 분명 아까 오는 길에는 이렇게 큰 나무가 쓰러져 있지 않았는데? 내가 어느 방향으로 걷고 있었지? 난 이번엔 맞는 방향이길 빌면서 다시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했어. 10분이 20분이 되고 20분이 한시간이 됐어. 난 학교 건물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어.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지. 난 그냥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데리러 와달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 분명 엄청나게 혼나겠지만, 적어도 아빠가 오시면 날 이 저주받은 숲에서 구해주실 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손전등 역할을 해왔던 핸드폰은 이미 충전이 간당간당한 상태였지. 난 집으로 전화를 걸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화기는 분명 전화가 걸려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전화가 걸리는 소리나 통화음 등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아무리 통화시간이 계속 흘러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다시 한번 걸어봤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어.
"Andrea…" 누군가의 목소리가 ‘친구야 놀자’라고 부르듯이 내 이름을 불렀어.
난 놀라서 소리를 지를 뻔 했다가, 그 목소리가 Matt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챘어. “어디있어? 나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어!” 난 Matt에게 대답했어.
“걱정마, 내가 다 와 가니까.” 그는 과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어. 난 그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다가갔어. 그의 목소리와 함께, 그가 들고 있던 삽이 바닥에 있는 것들에 부딪혀서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렸어.
“너 혹시 여기서 어떻게 나갈 수 있는지 알고 있어?” 난 희망에 차서 물어봤어. 걔도 길을 모르더라도, 적어도 혼자 보다는 둘이 같이 조난 당하는게 마음이 놓일 거라고 생각했지.
“우리 중 한 사람만 나갈 수 있어. 그리고 그건 내가 될꺼야. 진짜 미안해. 이건 진심이야.”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어. 오히려 상황을 즐기는 듯 했지. “나보고 너하고 나 중에 한 명 선택하라고 했어. 너 아니면 나 중 하나는 죽어야 된대.” 그는 삽을 머리 높이 들었어.
겁쟁이라고 놀려도 상관 없어. 난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어. 최대한 빨리. 계속 넘어지면서. 손과 팔에 긁힌 상처가 한가득 생기기 시작했지. 뒤에 Matt이 날 쫓아오고 있는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어. 내 귀에 들리는 건 내 헐떡이는 숨소리, 빠르게 뛰는 심장소리, 그리고 내 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 뿐이었지. 난 숨이 차서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달렸어. 내 달아오른 뺨으로 얼음처럼 차가운 눈물이 흐르는게 느껴졌지. 내 전화기는 이제 충전이 거의 다 떨어져서 빛이 깜박거리고 있었어. 그 때 갑자기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어. 난 어디로 도망가야 되는지도 모르겠더라구. 거기다 종아리의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 때문에 더 도망갈 수도 없었지. 난 옆에 있는 나무에 기대어 섰어. 내가 기댄 나무는 왠지 모르게 빛이 나는 듯 했는데, 아마 그 나무가 하얀색이었기 때문이었을꺼야. 난 숨쉬는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천천히 숨을 고르려고 했지만, 내 폐는 계속 산소를 더 들이마시라고 아우성이었지. 또 다시 들려온 누군가 수풀을 해치며 튀어나오는 소리에 내 몸은 석고상처럼 굳어버렸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 그 때, 내가 기대고 섰던 그 나무에 문양이 새겨져있는 것이 내 눈에 보였어. 바로 Tricia가 내게 보냈던 도형 중에 하나와 같은 문양이었어. 좀 더 가까이서 그 문양을 살펴보던 내 눈에, 그 나무의 맞은편에 있는 또 한 그루의 하얀 나무가 보였어. 그 옆에 한 그루 더. 총 세 그루의 하얀 나무는 일종의 삼각형을 이루어 심어져있었고, 각 나무에는 문양이 하나씩 새겨져 있었어. 순간, 그 문양들이 Tricia의 일기장에 세개씩 세트로 그려져있던 그 문양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을 스쳤어. 난 서둘러 폰을 끈 다음에 세 그루의 나무 중앙에 웅크리고 앉아 찍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사방에서 들개가 짖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려왔어. 난 세 나무 중앙에 찌그러져서 눈을 질끈 감고 떨고만 있었어. 영원과 같던 시간이 지난 후, 주변의 모든 소란이 잦아들기 시작했어. 주변에 아무 것도 없다는 확신이 들자 마자 나는 다시 도망치기로 결심했지. 왜 내가 그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8분 남짓 지난 후, 나는 학교 주차장으로 나올 수 있었어. 왜인지 몰라도 그 전까지는 숲 속에서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던거 같아.
난 차를 몰아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의 모든 문과 창문을 잠그고 내 방으로 숨었어. 그때까지 겁에 질려있던 나는 그제서야 조금씩 내가 당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지. 이거 아무래도 Matt이 나한테 장난을 친 거 같은데? 십대 남자아이의 장난기가 원래 좀 정도를 모르잖아. 내가 별것도 아닌 일에 패닉해서 숲속을 헤매고 다닌거일 수도 있으니까. 적어도 그게 축구선수인 내 학교 친구가 사실 도끼 살인마였다는 이야기 보다는 말이 되잖아. 애초에 내가 왜 탐정질을 하고 다닌다고 이 고생을 한건지 모르겠네. 일단 당분간 단서 찾기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하는게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출처 |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3pbp9z/the_new_girl_part_thr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