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스물세살 여성이 한강에 몸을 던졌다. 21일 오전 10시46분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유람선 선착장 부근 한강에서 박모씨(여·회사원)가 숨져 있는 것을 순찰 중이던 공익요원 김모씨(24)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김씨는 “한강 둔치를 순찰하다 165㎝의 키에 긴 생머리를 한 여성이 숨진 채 물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의 손에는 스티커 사진 한장이 쥐어져 있었다. 숨이 끊어지는 고통의 순간에도 꽉 쥔 채 놓지 않은 사진 속 주인공은 신모씨. 4년여 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나 애틋한 사랑을 나누눈 박씨의 남자친구인데 한달 전쯤 뇌출혈로 사망했다. 물에 퉁퉁 부은 명함판 크기의 사진 속에는 신씨와 박씨가 얼굴을 비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경찰 조사결과 신씨가 숨진 뒤로 박씨는 슬픔에 잠겨 거의 말을 잊은 채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다니던 회사 관계자는 “4년간 사귀어온 남자친구가 숨진 이후 무척 괴로워했다”고 숨지기 전의 박씨 근황을 전했다.
박씨는 숨지기 2주 전쯤 신씨를 뒤따르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추정됐다. 신씨의 유골이 뿌려진 강원 춘천을 다녀온 이후부터다. 그는 말을 아꼈고, 차근차근 신변을 정리했다. 경리를 맡았던 박씨는 회사 동료에게 회사 금고의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
유서는 남기지 않았다. 다만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날인 20일 오후 6시37분 신씨의 어머니 휴대폰을 통해 유언을 대신할, 이 세상에 전할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저 죽으면 오빠(신씨)랑 영혼 결혼식 시켜주세요”라고. 신씨의 어머니는 불길한 생각에 급히 박씨에게 전화를 했지만 통화에 실패했다. 박씨와 신씨는 양가 부모끼리 만나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신씨의 동생은 “어머니의 휴대폰으로 누나(박씨)로부터 이상한 메시지가 날아와 무척 걱정했는데 오늘 이런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충격에 말조차 잊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