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벌써 이 책 다 읽었네? 재밌었지?"
우리는 부부 둘 다 책을 좋아해서, 산 책을 서로 돌려읽은 뒤 다시 중고로 팔아서는, 또 다른 책을 사 읽는다.
"응, 미경아. 그 책 진짜 재밌더라. 근데..
오늘 우리 약속한거 안 잊었지?"
약속? 아아…
"당연히 안 잊었지! 무슨 일이야, 우리 살림에 외식이나 가자고 하고."
조금 창피하지만, 사실 우리 살림이 좋은편은 아니다.
책을 돌려 읽고 파는것도, '집에 둘 공간이 없어서' 가 이유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엄청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음, 무슨 이야기인데?"
우리 오빠가 이렇게 말 끝 흐리는 사람은 아닌데, 뭔가 큰 고민이라도 있나보다.
"애기..안 만들래?"
뭐??
"뭐?"
뭐라는거야?
"그러니까 미경아..애기 만들자고. 우리."
오늘이 4월 1일이던가?
아닌데 이미 2주는 지났는데. 뭐지 오빠? 왜 이러지?
"오빠?
갑자기 왜그래?"
"생각해봐, 미경아…. 우리가 전에 그런일도 있었고 가난하게 살고 있긴 하지만….
역시 이건 좀 아닌거 같아. 갑작스럽게 말하는게 아냐, 몇년동안 생각하다가 말하는거야."
아.
아아..
"오빠. 나한텐 갑작스럽잖아,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진정이 안돼. 돌겠네, 왜 이러지. 오빠가 이상한거 아닌가? 뭐지 이게?
"그러니까 미경아, 우리 나가서 외식이라도 하면서 진지하게 같이 생각해보자. 응?
너가 싫으면 싫다는걸로 마무리할게. 그래도 한번 진지하게 이 일에 대해서 대화해보자.."
"오빠, 지랄하지마. 오빠가 나한테 그러면 안돼."
그렇지. 오빠가 나한테 그러면 안돼지.
"미경아..?"
잊고싶었던 기억이 가슴속에서, 아니 배 언저리에서 흘러나와 목소리로 바뀐다.
"오빠 나 처음에 임신했을때 뭐라고 했어?
우리 살림에.
애는 못 키울거같으니.
지우고.
둘이서만 행복하게 살자. 고 했지?"
"미경아.."
"근데 이제와서 뭐라고? 애 지운지 7년밖에 안됐어 오빠.
오빠, 지금 날 배신하는거야. 그때 내가 어떤 심정으로 애기 지웠는지 알아?
엄마가 그때 나보고 뭐라 했는지 아냐고.
돈때문에 지 뱃속에 있는 애기 죽이는 또라이년이라 했어.
그래도 나, 오빠 생각해서. 우리 미래 생각해서 애 지운거야.
솔직히 말하면, 우리 애도 같이 생각해서 지운거야.
우리같이 거지같은 꼴가짢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서 가난으로 고통받을 애도 불쌍해서 지웠다고.
가난한게 싫었다고. 그래서 둘이서 아껴서 사는거잖아. 나 지금 충분히 행복해 오빠.
제발, 나한테 그러지마."
제발.
난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애는 낳고 싶지 않다.
그래.
오빠, 둘이서만 살아가자.
우리가 이기심으로 죽여버린 애기를 위해서라도
태어났더라도 가난에 고통받을 애기를 위해서라도
단 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