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e뉴스 박종민 기자] 전 올림픽 심판이자 국제빙상연맹(ISU)의 피겨스케이팅 위원회 의장이었던 소니아 비앙게티가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비앙게티는 최근 자신의 사이트인 ‘소니아비앙게티닷컴’에 기고한 장문의 칼럼에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경기를 분석하며 판정 의혹을 제기했다. 서두에서 페어와 남자 싱글 경기에 대해 언급한 그는 칼럼 중반부부터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 김연아가 23일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서 애절한 표정과 몸짓으로 ‘이매진(Imagine)’을 연기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김연아는 평소대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놀랄만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운을 뗀 그는 “열정과 우아함이 돋보인 연기였다. 고난이도 기술을 훌륭히 소화했으며 스핀에서도 엄청난 유연성을 과시했다”고 극찬했다.
비앙게티는 소트니코바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의 연기를 비교하며 “소트니코바가 코스트너보다 앞서고 김연아와 비교해도 점수 차가 지극히 적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소트니코바가 훌륭한 연기를 펼쳤으며 전도유망한 선수이긴 하지만 기술점수와 관련해서 김연아, 코스트너와는 ‘별거리’(Sidereal distance)만큼의 차이가 나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트니코바는 계획대로의 스케이트 연기를 펼쳐 보였지만 김연아, 코스트너는 스케이팅의 예술성과 아름다움을 최상의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최소한의 능력을 갖춘 심판이라면 누구도 안무와 수행, 실행, 음악적 해석력에서 소트니코바를 김연아와 코스터너 위에 두지 못할 것이다”며 “피겨라는 스포츠에 황당함을 선사했다”고 주장했다.
비앙게티는 “ISU가 눈을 감지 말고 이번 판정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길 바랄 뿐이다”고 썼다.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판정 결과가 번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올림픽 심판을 지낸 비앙게티의 지적은 스포츠맨십과도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의미있게 다가온다.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룬트샤우에 따르면 ISU는 이미 4주 전 미국과 독일의 피겨스케이팅 연맹으로부터 심판의 익명제 폐지안을 제안받았다.
오는 6월 이와 관련한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지만 동계올림픽 이전에 이 안이 검토됐다면 김연아와 같은 억울한 판정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 스포츠 행정가들의 미숙한 운영이 자칫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뿌리마저 뒤흔들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