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인간다울 때, 남성은 남성답고 여성은 여성다울 수 있다. "
대학교 때, 여자 동기의 고정희 시인에 대한 레포트에 있던 문장입니다.
저는 저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적지않은 충격을 받았었지요.
여성이 사회적 약자다, 라는 논리를 통해서 도출해 낼 수 있는 결론은
결코 남성이 사회적 '강자'로써 군림하고 있다는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남성 역시도 사회적으로 '강요'받고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것.
그것이 전제입니다.
그 전제를 통해야만, 남녀가 함께 평등을 위해 나아갈 수 있는 겁니다.
...
고정희 시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민중의 억압구조에는 민감하면서도
여성민중의 억압구조는 보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맞습니다.
진보 계열의 커뮤니티, 다시 말해서
민중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하는 '오유'라는 커뮤니티에서
여성 인권, 혹은 남녀간의 평등한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진보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또 역으로.
여성의 인권은 약자의 인권이기 때문에
더욱 침해되기 쉽고, 그래서 더욱 보호되어야 하지만
여성 인권을 '인권'이라는 더 넓은 지평 안에서 사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여성 이기주의'로 굴러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가 송경아
...
다시, 처음 그 친구의 레포트 내용으로 돌아가 봅시다.
인간이 인간다울 때, 남성은 남성답고 여성은 여성다울 수 있다.
지금, '사회적 약자'를 말하며 '상처받은 여성'을 자처하는 분들은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싸웁니까, 여성이 여성답기 위해 싸웁니까?